구자학 회장 ‘보직해임’ 직접 지시

▲ 최근 구 부사장마저 보직해임된 것으로 확인돼 내부 임원진들과의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 구 부장이 결국 ‘역풍’을 맞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구지은 페이스북

범 LG家 종합요리식품기업 아워홈 대표이사에 올랐던 인물들이 올해 들어서만 두 번 조기 퇴진한 것을 두고 구지은 아워홈 부사장과의 불화설이 원인이 됐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했던 가운데, 최근 구 부사장마저 보직해임된 것으로 확인돼 업계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내부 임원진들과의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 구 부장이 결국 ‘역풍’을 맞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수년째 실적부문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아워홈을 키우기 위해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전문경영인들과의 마찰이 반복됐고, 결국 구 부회장 이 승계후보에서 밀려나게 됐다는 해석이다.

◆ 장남 구본성씨 귀환說

7일 업계에 따르면 구 부사장은 지난 2일 보직해임 처분을 받았고, 동시에 그간 추진해왔던 외식사업에 대한 업무 권한을 모두 잃었다. 이번 인사는 구 부사장의 아버지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 의도를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까지 구 회장의 자녀들 중 아워홈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은 구 부회장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이에 그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던 구 부사장의 오빠인 장남 구본성 씨가 아워홈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구 부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자신이 보직해임처분을 받은 것과 관련해 “외부는 인정, 내부는 모략”이라고 첫머리에 적은 뒤 “변화의 거부는 회사를 망가뜨리고 썩게 만든다”라고 썼다. 이어 “회사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만 하는 인재들은 일 안하고 하루종일 정치만 하는 사람들을 이길 수가 없다”면서 자신의 보직해임 처분에 일종의 모략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앞서 아워홈 대표이사들이 잇달아 조기퇴진한 것을 두고 구 부사장의 경영승계가 임박했다는 분석이 많았었다.

85세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막내딸인 구 부사장은 오빠 구본성씨가 아워홈의 지분을 38.56% 가진데 이어 20.67%의 지분을 갖고 있는 2대주주지만, 실제 구본성 씨는 따로 의류업체를 운영하며 아워홈 경영에 일절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승계 1순위로 거론돼 왔다.

구 부사장이 올해 2월 전무에서 부사장직으로 승진한 점을 고려했을 때 사장직으로의 승진은 이르다는 전망이 많았지만, 보직해임처분은 갑작스럽다. 이에 아워홈 지분 1대 주주인 구본성씨가 아워홈으로 들어와 기업 전면에 나서기 위한 깔린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더불어 일각에서는 LG家 전통상 여성이 경영권에 참여하지 않아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구 부회장의 해임은 이미 예고됐던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 지난 1월 아워홈 대표로 있던 이승우씨(오른족)가 조기퇴진한데 이어 지난 4월에도 김태준씨(왼쪽)가 선임 4개월만에 퇴진한 것과 관련해 구 부사장과의 갈등이 문제가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뉴시스

◆ 전문경영인 조기퇴진, 올해만 2건

한편, 지난달 전직 CJ제일제당 부사장이자 지난 2월 아워홈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던 김태준 씨가 선임 4개월 만에 퇴진했다.

아워홈 측은 당초 김 전 대표 선임이 결정된 것과 관련해 “구지은 부사장과 함께 아워홈의 외식사업 부문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대표는 고려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해 미국 콜로라도주립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친 후 1986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해 신선CMG장, 식품연구소 연구기획담당 상무, 식품연구소장(부사장), 식품사업부문장(부사장) 등을 거친 ‘외식업계 통’이다.

당시 아워홈은 김 전 대표 전임이었던 이승우 전 대표이사가 자리를 내놓으면서 구 부사장과 경영진간의 불화설이 제기되자 평소 구 부사장과 친분이 있는 김태준 전 CJ 제일제당 부사장이 사장으로 선임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아워홈 측은 김 대표의 퇴진에 대해서도 어떤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 전 대표가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사실이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향후 후임으로 거론되는 인물 등이 누군지 등 어떤 사항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앞서 지난 1월에도 아워홈 대표로 있었던 이승우씨가 조기퇴진하면서 아워홈의 갑작스런 경영진 교체 결정에 의문을 품는 시각이 많았다. 당시 아워홈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이승우 사장이 임기를 다 채우기 전에 퇴진한 이유에 대해 “대표 이사의 경우 계약직이기 때문에 임기를 따지는 것 아니고, 본인이 퇴진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해명했다.

◆ 불화설이 원인?

한편, 김태준씨와 이승우씨가 임기도 다 채우기 전에 퇴진한 것을 두고 ‘일신상의 이유’라고 선을 긋는 아워홈 측의 설명은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았다. 두 사람 모두 아워홈에 들어와 가시적 성과를 내기도 전에 회사로부터 ‘아웃’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원인으로 꼽힌 것이 우선 구 부사장과의 불화설이다.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구자학 회장의 1남3녀 중 막내딸인 구 부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삼성인력개발원과 왓슨 와이어트 코리아 수석컨설턴트를 거쳐 지난 2004년 구매물류사업부장으로 아워홈에 입사했다.

LG가 딸들은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지만 구 부사장의 경우는 예외였다. 그만큼 구 부사장은 실력면에서 뿐만 아니라 리더로써의 카리스마도 두루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구 부사장은 입사 후 구매와 물류, 글로벌유통, 외식 사업 등을 맡아 아워홈의 기반 인프라 구축에 나섰고, 2004년 5000억원대였던 아워홈 매출을 지난해 1조3000억원까지 끌어올리는 등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구 부사장은 추진력이 있고 의사결정이 단호한 스타일이라는 게 업계 평이다.

그런데 최근 내수 침체로 외식시장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구 부장이 아워홈의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경영전략을 수립하거나 수정하려했고, 이 때 김 대표와 마찰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받았다.

이후 아워홈은 지난달 26일 김 대표 후임으로 급식사업부 수장을 맡았던 이종상 상무를 데려와 경영진 교체에 나섰다. 이 대표는 2010년 CFO직함으로 아워홈에 입사한 뒤 핵심사업 부서를 두루 거쳤다.

이 대표의 선임 또한 김 대표 조기 퇴진 이후 공석으로 남아있던 대표이사 역할을 구 부사장이 겸할 가능성이 높다는 업계의 관측에서 벗어난 결정이었다. 이에 향후 아워홈 승계를 두고 구 부사장이 다시 승기를 잡게 될지, 장남인 구본성씨가 귀환하게 될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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