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사실상 사퇴 거부에 친박계 2차 행동 예고

▲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거취를 두고 당내 친박계 의원들은 최대 7일까지는 기다리며 입장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안을 의결하면서 국회로 돌아온 국회법 개정안은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의결 안건을 상정했다.

그러나 전체 의석의 과반인 160석을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이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표결을 불참하기로 당론을 세우면서 그 방침대로 하기로 했다.

이후 표결이 진행됐지만 정족수가 미달되면서 ‘투표 불성립’이 선언됐다. 국회법 개정안은 계속 계류되면서 19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또 특히 이날 새누리당 친박계가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 시한으로 정했지만 유 원내대표는 자신의 거취 표명에 대해 말을 아끼며 사실상 사퇴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조만간 당내 갈등이 폭발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김무성·서청원과 잇따른 비공개 회동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아온 국회법 개정안이 재의에 부쳐진 6일, 이날은 친박근혜계 의원들이 유 원내대표가 사퇴할 것을 정해놓은 시한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는 친박계의 거듭된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당무를 이행하면서 사실상 자신의 사퇴에 대해 거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6일 출근길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거취와 관련해 오늘 의원총회에서 입장을 밝힐 계획이냐”는 질문을 받고 “안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정리해 말할 계획이 있냐”는 물음에는 “그럴 예정”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이같이 유 원내대표가 ‘사퇴 불가’ 입장을 공고히 함에 따라 유 원내대표의 사퇴 표명을 기다려왔던 친박계 의원들의 ‘사퇴 촉구’ 목소리가 다시금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도부가 나서서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 나타났다. 유 원내대표와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직후 15분여 간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청와대와 친박계 의원들로부터 강하게 자진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유 원내대표는 서 최고위원으로부터 지도부에서 거론되고 있는 ‘명예로운 퇴진’과 관한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예측된다.

유 원내대표는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서 최고위원과의 면담 내용와 자신의 거취 관련 내용에 대해선 “드릴 말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중 거취에 관해 말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오늘 본회의 처리를 잘 하는 게 우선”이라고만 답했다.

서 최고위원도 “(유 원내대표와) 잠시 이야기 나눈 것은 사실이지만, 유 원내대표와 나눈 이야기를 말하는 것은 온당치도 않고 예의도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일각에서는 이 자리에서 서 최고위원이 유 원내대표를 향해 ‘결단’을 강조하며 사퇴를 압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서 최고위원이 앞서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법이 정리된 뒤 우리 당도 정상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며 우회적으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기 때문에 이같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후 유 원내대표는 김무성 대표와도 30분 가량 단독 면담했다. 김 대표는 면담을 끝내고 나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아무 말 안 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사퇴 불가피’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진 김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에선 “당청은 공동운명체이자 한 몸이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이 곧 새누리당의 성공”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대표, 서 최고위원과 잇따른 면담을 가지면서도 유 원내대표는 입장에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친박계 “7일 의원총회 소집할 수도”

친박계는 6일 국회법 개정안 재의가 무산에도 유 원내대표가 자신의 거취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자 늦어도 7일까지는 사퇴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 원내대표가 메르스 추경안 처리를 명분 삼아 계속 자리를 지킬 경우 2차적으로 집단행동을 하는 등 강수를 둘 전망이다.

새누리당 소속 1940년대 출생 의원 모임인 ‘국사회’도 이날 여의도 모처에서 오찬 회동을 가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모임에서 유 원내대표의 거취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사회에는 서상기 의원 등 친박(친박근혜)계와 이인제 최고위원 등 비박계, 이재오 의원 등 친이(친이명박)계가 함께 활동하고 있다. 이날 모임에는 박인숙 이현재 김태환 서상기 김종태 강창희 이재오 이인제 등 총 10명의 의원들이 자리했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반대해 온 이재오 의원은 이날 오찬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무슨 주제를 갖고 만난 것이 아니다. 정례 식사 모임”이라면서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말했던 바와 동일하다”며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반대한다는 의사를 재확인했다.

반면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해 온 이인제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는) 상식 아니냐”며 “본인이 의총 때 할런지, 재의 처리 뒤 할런지는 본인이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친박(친박근혜)계 김태흠 의원은 오는 7일 의원총회를 소집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앞서 의총 소집 요건인 ‘당 소속의원 10분의 1’(16명)의 2배에 달하는 30여명의 서명을 받아두는 등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이날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내일 오전까지 유승민 원내대표가 거취 표명을 하지 않으면 의총을 열겠다”고 밝혔다.

다만 친박계 의원들이 의총에서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결정할 경우 당내 갈등이 겉잡을 수 없는 후폭풍이 우려가 돼 실제로 의총이 열릴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 유 원내대표 역시 원내대표직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유 원내대표는 당장 사퇴보다는 이달 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와 가뭄 관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마무리 짓고 적절한 시점에 사퇴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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