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은행 단독 인가 사실상 차단…인터넷전문銀 전략 수정 불가피?

▲ 우리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에 가장 근접한 은행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의 테스트베드 성격을 갖고 있는 모바일 전문은행 위비뱅크를 내놓고, 성공적인 실적을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평가에는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우리은행은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앞서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할 모바일 전문은행인 ‘위비뱅크’를 내놓으며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의지를 드러냈다. 위비뱅크는 출시 이후 ‘엄지족’들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며 순항 중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폭풍우가 닥쳤다. 금융위원회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서, 사실상 시중은행의 단독 인가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에 뛰어들기 위해선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가장 가까이 와 있는 은행은 우리은행이다. 먼저 리더의 의지가 확실하다는 점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취임사 당시 “2015년을 ‘스마트디지털 뱅크’의 원년으로 삼고 혁신적 디지털 뱅킹 서비스를 도입하자”고 밝힌 바 있다. 우리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부서 규모의 핀테크 전담조직을 신설하기도 했다.

◆‘테스트베드’ 위비뱅크 순항 중

이후 이어진 행보 역시 두드러진다. 우리은행은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시범모델로 모바일은행 ‘위비뱅크’를 내놨다.

위비뱅크는 은행 방문 없이도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금융소비자에게 연 10% 이내의 중금리로 대출을 실시한다. 비대면 실명확인 절차와 스마트폰을 통해 대출을 실행한다는 점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시범모델 성격을 띤다.

위비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에 앞서 운영경험을 확보하고 수익모델을 검증하기 위한 시범 모델 성격이 짙다. 은행 내 별로 사업부 형태로 꾸린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우리은행은 중금리 대출, 간편송금 서비스를 출시, 별도의 모바일 앱인 위비뱅크에 탑재해 안정성과 수익성을 검증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인터넷전문은행 TFT 팀장을 맡고 있는 스마트금융부 고정현 부장은 “위비뱅크는 별도 브랜드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차별화된 신상품 및 서비스를 출시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축적된 운영 노하우가 업계 선두로 한국형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23일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위비뱅크를 출범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테스트베드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나중에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하게 되면 위비뱅크의 수익성 점검과 안전성 점검을 거쳐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위비뱅크는 지난 21일 기준 누적대출액 90억원(2250건)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특히 신용등급이 낮은 금융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이용실적이 높다. 실제 위비뱅크 대출자 중 41%는 6등급 이하다. 금리대는 신용등급에 따라 연 5.9%~9.7%다.

위비뱅크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인한 우리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활짝’ 열린 줄 알았던 인터넷전문은행 문

그러나 이러한 계획은 초장부터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금융위원회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했지만, 시중은행들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사실상 차단했기 때문이다.

18일 금융위원회는 5차 금융개혁회의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을 도입하기 위해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를 50%까지 허용키로 했다. 기술력이 있는 중소기업도 인터넷 은행 설립에 참여할 수 있도록 최저자본금 기준도 현행 10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낮췄다.

현행법은 비금융 산업자본의 경우 은행지분을 4% 초과 보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었다. 이에 창의성이나 혁신성, 핀테크 기술력을 갖춘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의 금융업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다만 금융위는 자산 5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61개사(공정거래위원회 4월 지정 기준)는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아울러 기존 대주주와 상충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대주주와의 거래규제는 강화한다. 대주주의 신용공여 한도를 현행 자기자본 25%·지분율 이내에서 10%·지분율 이내로 하향조정 하고 대주주의 발행 주식 취득을 제한할 예정이다.

최저자본금은 현행 시중은행 수준보다 50% 낮췄다. 현행 은행법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인가를 받기 위한 최저자본금은 1000억원이지만, 인터넷 은행의 경우 500억원만 있어도 은행업을 인가받을 수 있다.

가능 업무는 현재 일반 시중은행이 하고 있는 예·적금과 대출, 신용카드업 등 고유업무, 겸영·부수업무까지 모두 가능하다. 이 때문에 적용받는 건전성 규제 역시 일반은행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만, 설립 초기인 점을 감안해 일정기간 동안에는 예외적으로 규제가 완화된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특성을 감안해 다양한 비대면확인 방식도 허용한다. 기존에는 고객이 계좌개설시 금융회사 창구를 방문해 은행직원과 대면(face-to-face)해 실명을 확인받아야 하므로 점포 없는 은행 출현에 제약이 있었는데 오는 12월중 유권해석 변경을 통해 비대면확인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9~11월 신청 및 심사를 거쳐 12월에 한두 곳을 대상으로 시범인가를 내줄 것이라고 발표했다. 영업은 내년 상반기께 시작된다. 금융사 주체의 인터넷은행을 우선 설립하도록 하되 내년 이후엔 정보통신기술(ICT) 등 산업자본도 인터넷은행을 세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다만 금융위는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을 금지한 은산분리의 원칙을 깨지 않는 선에서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연내 1~2곳을 우선 허용할 방침이다.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는 은행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고, 그나마 4%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규제 범위에서 인가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이나 비금융주력자가 최대주주로 구성된 인터넷전문은행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는 점이다.

도규상 금융위 서비스국장은 이날 “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자회사로 설립하는 것에 대해선 소망스럽지 않다. 정보통신기술(ICT) 등 혁신적 기업이나 제2금융권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도 국장은 “‘소망스럽지 않다’는 입장은 시범인가 뿐 아니라 앞으로도 적용되는 입장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기본적으로는 그렇다”고 대답, 이러한 방침이 변하지 않으리라는 점을 시사했다.

사실상 은행 단독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신청을 하면 인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은행 간 경쟁도를 높이고 새로운 서비스 출현을 촉진하겠다는 제도 도입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 위비뱅크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우리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적극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융위에서 사실상 시중은행의 단독인가를 차단하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은행 위비뱅크

◆대책 마련 분주

이에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에 뛰어들기 위해선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단독 인가가 사실상 무산된 이상, 남은 길은 ‘파트너’와 손을 잡는 방안이다.

일부 매체에 따르면, 우리은행 관계자는 "최종적인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방안이 어떻게 나올지 처음부터 예상하고 시작하지는 않았다"며 "지금부터 위비뱅크 파트너 물색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위 승인이 있다면 10%까지는 산업자본도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투자자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오는 9월 시범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신청 시 제2금융권이나 동일인으로 해석되지 않는 컨소시엄 형태의 투자자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리은행 특성상 제2금융권의 참여보다는 10% 이내에서 지분 참여가 가능한 ICT 기업 등 비금융주력자를 위주로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 국장은 “은행이 ICT 기업과 컨소시엄을 꾸려서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는 방안은 고려해볼 수 있다”며 “ICT기업과 제2금융권의 은행업 진출을 촉진해 은행권의 경쟁 강도를 높이고 혁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를 중점적으로 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역차별 논란까지도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은행권은 이미 경쟁이 너무 심한데 얼마나 더 치열한 경쟁을 하라는 것인지 의문스럽다”며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 계속 이야기했던 규제완화 방안만 담겨있을 뿐 진정한 서비스 혁신을 위한 고민은 없다”며 “이대로라면 기존 은행 상품을 판매하는 또 하나의 채널이 생기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우리은행 관계자는 23일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자체가 인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7월 발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가 매뉴얼이 나와 봐야 된다. 지금 단게에 이야기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추진하고 있는)해당 부서에서는 전략에 대해서 노출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인터넷전문은행 관련해서 경쟁이 상당히 치열하다. 소리 없는, 보이지 않는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기존 은행과 중첩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업을 끌고 가느냐. 그리고 이용자들한테 가장 매력적인 상품을 주느냐다”라며 “(위비뱅크는)큰 그림을 그려 놓고 이런 상품을 하면 되겠구나. 이런 효과가 있구나. 고객은 뭘 더 요구하고 있구나. 이걸 놓고 점검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위비뱅크는)우리가 단독으로 한다던가 ICT업체나 제2금융권과 협력으로 진행한다 등, 인가에 대한 방향을 잡고 진행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시사포커스 / 성수빈 기자]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