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요건 이용해 과세 소송 승소?…일감몰아주기 지적도 꾸준

▲ 재능그룹 박성훈 회장(사진)의 동생들이 과세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증여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승소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꼼수 논란이 이는 가운데, 수 년째 지적받고 있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확산되면서 재능그룹이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다. ⓒ재능교육

재능교육으로 널리 알려진 재능그룹의 오너 일가가 일감 몰아주기에 이은 거액 배당 의혹과 더불어 공시송달 요건을 이용해 국세청의 과세를 피하게 됐다는 ‘꼼수’ 논란에도 직면하면서 대외 이미지 실추를 겪고 있다.

<조세일보>에 따르면 재능그룹 박성훈 회장의 동생 박지훈·박철훈 씨는 국세청을 상대로 제기한 증여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금융당국의 과세는 공시송달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승소한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박지훈·박철훈 씨는 증여세 부과가 예상됐음에도 고지서 수령을 회피하기 위해 출국했다는 의심을 받으면서도 결국 절차상 중대한 하자로 무효 판결을 받아냈다.

박지훈·박철훈 씨는 박성훈 회장으로부터 주식 수 백만 주를 명의신탁했다는 이유로 과세당국으로부터 증여세를 부과받은 바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시송달의 요건은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한다”면서 공시송달 과정에서 하자가 있었다고 판결했다.

당초 박지훈·박철훈 씨는 박성훈 회장으로부터 1997년 신영상역 설립시 각각 3000주·300주를 명의신탁받은 것을 시작으로 1996년 재능교육 유상증자시 4만6000주·2만주, 2000년 무상증자시 110만주·48만주를 인수했다.

과세당국은 2010년 3월부터 6월까지 세무조사를 실시해 박지훈·박철훈 씨가 인수한 재능교육 주식이 명의신탁된 것으로 보고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규정에 따라 증여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결과를 통지했다. 하지만, 박성훈 회장과 박지훈·박철훈 씨가 이에 반발해 감사원에 심사를 청구했고, 감사원은 2014년의 무상증자 과정에서 넘겨진 주식들에 대한 부분은 취소했다.

아울러 박성훈 회장과 박지훈·박철훈 씨는 과세당국의 세무조사 결과를 통지받아 과세처분을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2011년 12월 출국해 2주 뒤 돌아왔다. 이 사이 역삼세무서와 송파세무서 담당공무원들은 박지훈 씨와 박철훈 씨의 주소지에 방문했지만 만나지 못하고 공시송달을 했다.

법원은 이 공시송달이 적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봤다. 역삼세무서 담당공무원은 박지훈 씨의 주소지를 1회 방문한 뒤 출국 사실을 확인하고 문자메시지로 공시송달 사실을 고지했고, 송파세무서 담당공무원은 박철훈 씨의 주소지를 1회 방문한 후 공시송달을 한 후 2회 방문했다. 하지만 규정에 따르면 공시송달은 2회 이상 방문한 후에도 부재중일 경우 이뤄져야 한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박지훈·박철훈 씨가 증여세가 부과될 예정임을 알면서도 고지서 수령을 회피하기 위해 고의로 출국한 것으로 의심된다”면서도 “공시송달의 요건은 엄격하게 해석·적용돼야 한다”면서 각각 64억원·27억원의 증여세 부과 처분이 무효라고 판시했다.

◆수 년째 내부거래 지적 여전
이 같은 판결 결과가 알려지면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재능그룹 오너 일가의 도덕성 시비 역시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재능그룹은 이미 2012년에도 한 차례 불거진 바 있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다시 받으면서 난감한 상황이다. 특히 올해부터 개정된 공정거래법이 시행되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다시 제기되고 있는 것은 비록 자산규모가 작아 규제를 받지는 않지만 재능그룹 입장에서 난감한 일이다.

지난달 27일에도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 투쟁승리를 위한 지원대책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재능그룹 박성훈 회장과 아들 박종우 대표가 자신들의 지분율이 높은 그룹의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거액의 배당을 챙겼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그룹 계열사 중에서 오너 일가 지분율이 높은 회사인 재능인쇄, 재능유통 등에 주로 일감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재능인쇄는 학습지 인쇄를 도맡고 있으며 박성훈 회장이 30%, 박종우 대표가 40% 등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배송을 도맡는 재능유통은 가족 지분이 22.5%에 이르고, 계열사인 재능e아카데미가 50.78%, 재능인쇄가 12.47%, 재능교육이 12.38%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오너 일가 지분율이 100%인 재능인쇄는 지난해 내부거래만으로 총 245억원의 매출 중 20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더구나 순이익 37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70억원을 배당함으로써 배당성향이 무려 190.9%를 기록했다. 실제 재능인쇄의 내부거래율은 2010년 29%(총매출 282억원-내부거래액 243억원), 2011년 90%(292억원-262억원), 2012년 88%(265억원-232억원), 2013년 86%(250억원-216억원), 2014년 83%(245억원-204억원) 등에 달했다.

총수 일가 지분이 22.5%인 재능유통은 2052억원 중 60억원의 매출을 내부거래로 올렸고 순이익 100억원 중 70억원을 배당했다. 2012년에는 전체 매출액의 30% 가량이 특수관계자 매출이었다. 재능유통의 내부거래율은 2010년 29%(239억원-70억원), 2011년 30%(257억원-76억원), 2012년 28%(259억원-73억원), 2013년 26%(255억원-67억원), 2014년 24%(252억원-60억원) 등 매년 30% 안팎의 수준을 유지해오고 있다.

◆사측 “사업 특성상 파트너십 불가피”

▲ 유명자 전 재능교육 노조 지부장(사진)에 따르면 재능인쇄 등에서는 이익보다 많은 고배당이 수 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도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 지원대책위원회는 오너 일가의 부당한 대의 대물림을 비판하면서 노조의 개선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회사를 성토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더구나 유명자 재능교육 노조 전 지부장에 따르면 재능인쇄에서 이익보다 많은 고배당이 2011년부터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부당한 부의 대물림’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재능교육 노동자들은 휴가비 삭감, 장기근속 교사 포상 폐지 등의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능그룹은 2013년에도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불공정 거래 행위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됐지만,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아울러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른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규제에도 자산 규모가 규제 범위보다 적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지도 않는다.

공정위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 중 대주주 일가의 지분이 30%(비상장사 20%)를 초과하는 계열사의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 또는 연간 매출의 12% 이상일 경우를 규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재능그룹은 자산총액이 5조원 미만이라 규제 범위 밖이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재능그룹 박성훈 회장 일가족은 적은 규모의 자본금으로 계열사를 설립한 후 주식을 서로 나눠 갖고 공정거래법이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부당한 지원행위’ 가운데 하나인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부당하게 이득을 편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회사는 교사들의 부당한 수수료제도와 휴가비 삭감, 장기근속교사에 대한 포상 폐지, 휴업자 처우 등의 개선노조의 요구에 대해선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며 전혀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재능교육 측은 “학습지 영업 특성상 재능교육과 재능인쇄, 재능유통 등 계열사들이 파트너 개념으로 함께 서비스를 하는 특성이 있다”며 내부 거래가 일정 부분 불가피함을 역설했다. 아울러 재능교육 측은 “이와 관련해 과세 당국 등에 소명을 했고 이 때문에 제재를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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