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총선 공천 주도할 사무총장에 범친노계 임명 강행 의지

▲ 새정치민주연합이 주요 당직 인선 문제를 놓고 또 계파 갈등이 분출되고 있다. 문재인 대표가 범친노계로 분류되는 최재성 의원을 사무총장에 임명 강행하려 하고 있기 때문으로, 비노 측에서는 문 대표가 마이웨이를 하려는 것이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뉴시스

새정치민주연합이 주요당직 인선 문제를 놓고 또 다시 당내 계파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정청래 전 최고위원 막말 사태 이후 메르스 사태 등이 터지면서 계파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듯 했었다. 하지만, 잠시를 못 참고 또 터져 나온 것이다. 총선이 다가오고 여당과 야당 모두 선거 준비 체제로 전환을 시도하면서 이 같은 갈등은 더욱 빈번하게 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계파 갈등이 다시 고개를 들게 된 배경은 문재인 대표가 차기 당 사무총장에 범친노계 인사로 분류되는 486 최재성 의원(3선)을 임명 강행하려 한 이유 때문이다. 당내 비노-비주류 측에서는 문재인 대표가 사무총장에 최재성 카드를 꺼내든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문재인 대표는 2.8전당대회 이후 줄곧 계파 청산을 위해 탕평인사를 펼쳐왔다고 자부해온 바 있다. 하지만, 막상 총선 준비 체제에 들어가면서 범친노계 인사를 사무총장에 임명하려 함으로써 지금껏 보여 온 진정성마저 강하게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비노 측은 사실상 총선 공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사무총장에 범친노계 인사를 임명 강행하려 한 것은 문 대표가 여전히 계파 정치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혁신위를 구성한 것조차도 꼼수 아니냐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서 범친노계 최재성 의원은 비노 이종걸 의원과 대결을 펼쳤지만, 아깝게 패하고 말았다. 문재인 대표는 최재성 의원이 원내대표에 선출되지 못하자 사무총장직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

최재성 의원은 지난달 7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해 최종 선출된 이종걸 원내대표와 박빙의 승부를 펼쳤던 바 있다. 당시 원내대표 경선은 비노 이종걸 vs 범친노 최재성 구도로 진행됐고, 4.29재보선 참패에 따른 영향이 원내대표 경선에 반영되면서 결과는 비노의 승리로 돌아갔다. 문재인 대표는 최 의원이 원내대표 선출이 좌절되면서 사무총장을 염두에 둬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문 대표의 이 같은 인선안이 알려지면서 당내 비노계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고, 문 대표는 이런 반발에 부딪쳐 최재성 카드를 쉽게 꺼내들지 못했다.

◆비주류 “마이웨이 하겠다는 것니냐” 반발
문재인 대표는 앞선 15일 최재성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하는 등 주요당직 인선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사무총장 이외에도 전략홍보본부장에 안규백 의원, 당대표 비서실장에 박광온 의원, 수석사무부총장에 김관영 의원을 각각 내정했고, 강기정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김영록 수석대변인과 유은혜 대변인은 유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인선안이 알려지면서 당내 비주류의 반발은 거세게 일었다. 특히, 이용득 최고위원의 경우 최재성 사무총장 인선안에 반발해 15일과 17일 이틀 연속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기도 했다. CBS에 따르면 당 핵심 관계자는 “이용득 최고위원이 최재성 의원 내정에 반발해 ‘회의에 나가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며 “최 의원에 대한 반감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용득 최고위원이 지난 2010년 6.4지방선거 경선 과정에서 최재성 의원 때문에 불이익을 받았다는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정세균 대표 체제 하에서 대표 측근인 최재성 의원이 공천 배심원제를 주도적으로 도입했고, 이때 불이익을 받았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당 관계자는 “배심원제 도입 이후 배심원 모집 등에서 불공정 시비가 불거지면서 후유증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런 개인적 구원이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본질적 문제는 이종걸 원내대표 등 당내 비노-비주류계의 반발이다. 비노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표가 최재성 의원에 대한 사무총장 인선을 밀어붙인다면, 친노가 비주류에 전면전을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비주류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문 대표가 비노 진영에게 지분 나눠먹기를 요구하는 구태 세력 프레임을 덧씌우려 했던 미공개 성명 파동 때와 상황 전개가 비슷하다”며 “결국 탕평과 화합보다는 마이웨이를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수도권 한 재선 의원도 또 다른 언론에 “문재인 대표가 왜 비주류 인사에 대해 과감하게 중용하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이를 통해 자기 사람을 더 만들 수 있는데 못하는 게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내 비노-비주류 측의 이 같은 비판적 목소리에 문 대표는 주변에 “당직 인선 하나도 제대로 못하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 최재성 사무총장 카드를 강행하려던 문재인 대표는 비노-비주류의 반발에 막혀 있는 상황이다. 문 대표가 당내 커지는 갈등 상황을 무릅쓰고 최재성 카드를 밀어붙일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 / 유용준 기자
◆사무총장 인선, 총선 공천 걸린 문제
당사자인 최재성 의원은 언론과 통화에서 “모든 걸 다 바쳐서 무한 헌신하겠다”며 사무총장직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최 의원은 이어, 앞서 총선 불출마를 약속했던 것과 관련해 “불출마는 이미 2012년도 대선에서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를 요구하며 내가 스스로 이야기한 것”이라며 “사무총장과 불출마를 맞바꿀 문제가 아니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범친노계 측에서는 최 의원이 이처럼 총선 불출마까지 선언한 상태인 만큼 사무총장직을 공정하게 수행하지 않겠냐는 옹호론이 나온다. 그리고 사무총장이 범친노계로 분류되긴 하지만, 그 외 당직자들은 두루 탕평을 이어가고 있지 않느냐는 주장도 나온다. 김한길 대표 측으로 분류되는 박광온 의원을 비서실장에 임명한 것만 보더라도 그렇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비노 측은 이런 문제를 간단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비주류측 한 관계자는 “비주류에 당직 10개를 줘도, 사무총장 1명이면 다 끝나는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런 가운데, 문재인 대표는 비노 측을 최대한 설득해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친노와 비노간 갈등은 다시 격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더구나 이번 사무총장은 차기 총선 공천을 좌지우지하게 되는 만큼 신경전이 더 치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당분간 당직 인선이 표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재성 의원의 대안이 나오지 않는 이상, 비노 측이 이대로 문 대표 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과거 같았다면 당대표가 밀어붙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지난 2.8전당대회를 거치며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 전략홍보본부장, 디지털소통본부장 등 요직 네 자리에 대해서는 지도부간 협의가 아닌 의결사항으로 변경했다. 따라서 문 대표 입장에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무총장을 밀어붙이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후의 방법으로는 지도부가 당직 인선안에 대해 표결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부담이기는 마찬가지다. 표 대결 자체가 더 큰 갈등을 몰고 올 수 있어서다. 특히, 지난 15일 최재성 사무총장 카드 논란이 불거져 나오고 있을 때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문재인 대표를 만나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고 혁신에 매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던 바 있다.

김상곤 위원장은 덧붙여 “사무총장 등 정무직 당직자 인선에서 혁신을 최우선에 두시길 부탁드린다”며 “혁신위는 문재인 대표와 최고위원의 깊은 고뇌와 무거운 결단을 지켜보겠다”고 거듭 당부했다. 사실상 최재성 카드에 대한 우려 입장을 전달한 것 아니었냐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전권을 주겠다고 약속한 혁신위원회가 이 같이 사무총장 등 정무직 당직 인선에 대해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문재인 대표가 끝까지 최재성 카드를 고수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당이 본격적으로 총선 체제로 전환되기 시작하면서 나타나고 있는 갈등 현상인 것이다. [시사포커스 / 정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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