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국회 출신 인사 핵심부서 포진 논란

▲ 다음달 1일 중소기업상품전문 공영TV홈쇼핑‘아임쇼핑’개국을 앞두고 최근 청와대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뉴시스

제7홈쇼핑이 공영TV홈쇼핑 ‘아임쇼핑’이라는 이름으로 6월 20일 시범방송을 시작으로 7월 1일 개국한다. 아임쇼핑은 중소기업청 산하 중소기업유통센터가 50%, 농협경제지주가 45%,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가 5%를 출자해 자본금 800억원으로 설립했다. 목적은 중소기업의 판로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작 전부터 낙하산 인사와 중소기업 관련 중복홈쇼핑 채널이라는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 기존 중기전문 ‘홈앤쇼핑’과 중복

아임쇼핑은 수수료율을 낮춰 이익보다 중소기업들의 판로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미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채널로 ‘홈앤쇼핑’이 있는 상태다. 지난 2011년 설립된 홈앤쇼핑은 중소기업중앙회 약 33%, 기업은행·중기유통센터·농협중앙회가 지분을 각각 15%를 보유하고 있다.

이 두 쇼핑 지분율을 살펴보면 중기유통센터와 농협이 중복된다. 지분 참여율이 서로 다르긴 하지만 사실상 구성에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또 아임쇼핑 사업부는 크게 식품과 비식품 상품군으로 나눠져 있다. 패션 상품군, 가전 등 리빙 상품군, 농, 수, 축산품군 등 총 4개팀으로 구성돼 있다. 사업부만 보면 기존 홈쇼핑과 큰 차별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상품을 중소기업으로 한정하고 있는 것만 다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성공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20번대 채널, 수익성 나올까?

아임쇼핑은 황금채널이 아닌 20번대 채널이다. 최근 보급이 크게 늘어난 IPTV도 수백 개 채널을 서비스하고 있지만, 20번대 이상 채널은 뉴스 채널이거나 전문채널인 경우가 많아 시청자들이 잘 돌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아임쇼핑의 수익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임쇼핑은 공영홈쇼핑이기 때문에 판매수수료를 평균 30% 초반 수준인 기존 6개 홈쇼핑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낮은 20%수준을 적용해야 한다. 홈쇼핑 승인조건에 판매수수료가 개국 후 3년간은 23%, 그 이후는 20% 이하로 제한돼 있다. 아임쇼핑은 취급 품목이 중소기업으로 제한된 상황이라 추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높은 송출수수료를 내고 황금채널에 입성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아임쇼핑도 과거 우리홈쇼핑과 NS홈쇼핑의 전처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농·수·축·임산물 관련 상품을 80% 이상 편성하게 돼 있던 NS홈쇼핑은 20번대 안에 진입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해당 편성비중을 60%로 하향 조정했다.

앞서 아임쇼핑 시조격이라 할 수 있는 중소기업 활성화를 목표로 했던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도 2006년 롯데그룹에 매각되기도 했다. 또 홈앤쇼핑도 중소기업 제품을 80% 이상 편성하고 있으나 방송 시간대를 조정하는 등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올리는데 애를 먹고 있다.

다만 아임쇼핑의 송출수수료가 현재 매출의 10~15% 수준인 6개 홈쇼핑의 절반 수준인 5~7.5%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돼 수익성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안정적인 매출만 뒷받침된다면 상대적으로 낮은 송출수수료 부담 등으로 인해 수익성 확보가 가능할 것이란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홈쇼핑 채널 증가로 경쟁이 과열되면 홈쇼핑 업계와 납품업체의 비용증가 등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더구나 아임쇼핑의 택배 사업에 우정사업본부가 선정되면서 폐지된 ‘토요집배’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 불거진 청와대 ‘낙하산 인사’ 논란

세계에서 홈쇼핑을 정부에서 직접 만들어 운영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홈쇼핑을 국가가 운영할 경우 정권에 따른 낙하산 인사논란이 벌어질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정치인들이 한자리를 차지할 확률도 높기 때문이다. 공영홈쇼핑인 아임쇼핑도 이런 논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메트로는 16일 “제7홈쇼핑 대외협력실장에 청와대 연설기록비관실 행정관 출신의 왕 모씨가 지난달 선임됐다”면서 “박근혜정부가 관피아의 적폐를 바로잡겠다며 낙하산 근절 약속을 했지만 공영홈쇼핑에도 청와대 출신 인사가 채워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왕 실장은 KBS방송작가 출신으로 2013년 3월 청와대에 입성해 지난 2월까지 2년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실에서 근무했었다. 그 이전에는 지난 2006년과 2010년 경기도 지사 선거에서 김문수 전 지사를 도왔고, 경기문화재단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대외협력실은 대내외 홍보업무, 뉴미디어, 홈페이지, 국내외 업무협력, 각종 행사를 총괄한다. 기업의 얼굴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사실상 핵심부서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왕 씨의 정치권 이력이 대외협력실장으로 선임이 된 배경이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메트로에 따르면 왕 실장 외에도 아임쇼핑에 청와대 출신 인사가 1명 더 있고 대관 파트에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도 소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반기업에서도 대관 파트에 업무연관성이 높은 국회 보좌진 출신이나 정치권 인사를 영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만 업계에서는 핵심부서에 정치 관련 인사들이 여럿 포진하는 것은 당초 아임쇼핑 설립 취지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 최근 TV홈쇼핑은 TV 리모컨으로 상품 정보를 검색해 구매하고 결제 할 수 있는 T커머스로 진출하고 있다. 높은 송출수수료를 아끼고 판매수수료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Engadget

‘T커머스’에 포위된 공영홈쇼핑 

2001년 설립한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과 NS홈쇼핑도 각각 중소기업 제품 편성 비중 65% 이상, 농산물 편성 비중 60% 이상을 조건으로 채널 승인을 받았다. 현재 모두 판매 부진 등으로 원래 취지와 다르게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정부가 기존 대기업 산하 홈쇼핑과 경쟁에서 제 역할을 하도록 개선의 노력보다 그때그때마다 땜질식 처방을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미 기존 홈쇼핑 6개사는 수익성을 위해 인지도 높은 대기업 제품을 저렴하게 내놓고 있는 데다 중소기업 제품을 전체 평균 50% 수준으로 편성해 방송하고 있다. 게다가 KTH, SK브로드밴드 등 대기업 계열사들은 TV 리모컨으로 상품 정보를 검색해 구매하고 결제 할 수 있는 ‘T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해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NS홈쇼핑도 다음 달부터 ‘T커머스(T-commerce)’를 시작할 예정이다. T커머스는 송출수수료를 아끼고 판매수수료도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NS홈쇼핑은 아임쇼핑과 상생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아임쇼핑 못지않게 중기상품을 중심으로 입점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또 현대홈쇼핑은 지난 4월 ‘현대홈쇼핑 플러스샵’을 열고 사회적기업 및 아이디어 상품의 판로로 넓히고 있다. 또 '롯데OneTV'는 등록 상품 70%가량을 중소기업 제품으로 채우고 있다. 이밖에 GS홈쇼핑, CJ오쇼핑 등도 T커머스 채널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 T커머스 수수료는 평균 25~28%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아임쇼핑이 개국과 동시에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장변화에 수없이 뒤쳐져 있다는 것이다.

다만 농협, 수협과 함께 공영홈쇼핑 대주주인 중소기업청 산하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최근 전국 14개 정책 매장의 BI를 ‘아임쇼핑’으로 통일했다. 아임쇼핑 채널과 온오프라인으로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 시장상황에서 아임쇼핑 자체가 수년간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도 과거 실패한 공영홈쇼핑 방법을 답습하고 있다"면서 "공영홈쇼핑이기 때문에 적자가 나도 세금으로 메꾸면 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면 결국 실패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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