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수묵인 남천 송수남"전

수묵화의 세계는 깊고 오묘하다. 먹의 농담만으로 사물을 표현하는 수묵화는 그 정서적 깊이 면에서나 '돌발성'과 '계산성'이 접목된 절묘한 테크닉상의 측면에서도 극단의 영역에 발을 들이민 장르로 일컬어지는데, 유독 '우리것'에 무관심한 젊은 세대들마저도 수묵화가 주는 독특한 감흥에는 그대로 반응하며 그 존재의미에 대해서 확신을 지니고 있어, 전래예술 장르 중 동시대 대중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분야로서 알려지고 있다. 이렇듯 '추앙받는' 수묵화계에 있어서 남천 송수남 홍익대 동양화가 교수는 '전설적인' 인물일 뿐 아니라 아직까지도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중심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수묵화 운동의 기수로서 한국화단의 중심을 이끌어 나간 지 20여년, 그리고 먹을 갈며 붓놀림에 심취한 지 50년이 되는 올해에 이르러 "우리시대의 수묵인 남천 송수남"전을 통해 지난 반세기 동안의 업적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아슬아슬한 농담의 구분으로 우리 산하를 아름답게 표현했던 1950년에서부터 1980년대에 이르는 긴 역정과 달리, 송수남 교수의 미술세계는 1990년대에 이르러 급격하게 변모하기 시작했다. 바로, '추상화'적 요소를 가미한 새롭고 독특한 발상으로서, 어떠한 특정한 형체를 묘사하려는 의지를 완전히 제어시키고, '먹'과 '붓'의 성질만을 이용해 완벽하게 심상과 순간적 영감에만 근거한 '붓의 놀림' 연작을 선보인 것. 충격과 경이를 동시에 불러일으킨 이 작품들은 '한국 수묵화의 르네상스'라는 평가와 함께 이후 속속 등장한 '고전적 재료를 이용한 새로운 기법 고안' 열풍의 도화선 역할을 하기도 했다. "우리시대의 수묵인 남천 송수남"전에는 이들 파격적이며 선구적인 작품들과 함께, 송수남 교수의 고향인 남도, 전주의 자연을 자신의 전통적인 화법을 통해 묘사한 작품들도 다수 소개되고 있어, 그야말로 우리 수묵화계를 대표하는 인물의 변천사이자 한국 수묵화의 변천사를 대변하는 전시로서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장소: 가나아트센터, 일시: 2004.02.20∼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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