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가스전 매각설, ‘설’로만 끝날까… ‘관심집중’

 

▲ 포스코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 미얀마 가스전 매각설을 두고 대우인터내셔널과 갈등을 빚고 있다. / 사진 : 홍금표 기자

지난해 구조조정을 통해 1조5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는 등, 구조조정에 정력적으로 나서고 있는 포스코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거진 대우인터내셔널과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포스코특수강, 포스화인, 베트남 다이아몬드플라자, 마산백화점, 포스코-우루과이 등 계열사를 매각했거나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포스코플랜텍, 포스하이알 같은 계열사는 워크아웃에 들어갔거나 신청했다. 포항시 지곡동의 대형마트 건물, 부지 등 비핵심자산도 매각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4분기 210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포스코는 올 1분기 37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6조6849억원에서 15조1010억원으로 줄어들었는데도 불구하고 기록한 쾌거다. 이는 포스코의 구조조정이 큰 효과를 내고 있음을 증명한다.

▲ 권오준 회장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검토한 것이 마치 금방 파는 것처럼 바깥으로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만약 판다면 경기가 나빠지기 전에 팔아야 하는데 그전에 (매각을 통해)현금 자산 등을 얼마나 챙길 수 있는지 검토한 것”이라고 덧붙인 바 있다. ⓒ포스코

◆권오준 “모든 계열사 구조조정 대상”

포스코의 구조조정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9일 권오준 회장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16회 철의 날’ 기념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모든 계열사가 구조조정 대상이며 앞으로 구조조정을 더 진행할 것”이라며 “비핵심 분야에 해당하는 사업은 잘하는지, 문제가 있는지에 관계없이 구조조정 대상”이라고 말했다.

권오준 회장은 “당장 정리할 것과 단계적으로 정리해 나갈 것을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다만 사업이 좋아지면 인수합병(M&A)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권 회장은 “지난해 구조조정을 통해 1조5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는데 앞으로도 지속적인 구조조정으로 자금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며 ”더욱 중요한 것은 비핵심 분야의 자산을 정리해 전체 사업을 철강 위주로 재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일 포스코는 그룹 구조조정 업무를 전담해 오던 가치경영실 조청명 실장(부사장)을 전격 경질하고, 회장 보좌 역으로 발령하기로 했다. 아울러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대표이사 사장을 보직 해임하기로 결정했다.

보직 해임 배경에 대해 포스코는 “향후 포스코의 구조조정을 모든 임직원의 공감대 속에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번 조치는 대우인터내셔널 미얀마 가스전 매각 검토 과정에서 불거진 그룹과 대우인터내셔널 간의 내홍에 대한 문책성인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그룹 존폐가 걸려 있는 시점에 비상경영쇄신위원(전병일 사장)이 그룹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듯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는데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며 "구조조정 책임자(조청명 실장)가 과장된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해당 기업과 논의해 문건이 유출되도록 한 행위도 용납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뉴시스

◆전병일 사장, ‘항명죄’인가?

이중 특히 재계의 시선을 끌고 있는 것은 대우인터내셔널이다.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은 포스코가 미얀마 가스전 매각을 추진 중이라는 이야기에 전격 반대 의견을 내놓으며 포스코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27일 포스코 등에 따르면, 전병일 사장은 지난 26일 대우인터 사내게시판에 올린 ‘미얀마가스전 매각설에 대한 적극적 대응 시작’이라는 글에서 “포스코 구조조정은 미얀마 가스전 같은 우량자산을 매각하는 게 아니라 포스코그룹 내 중복되거나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 구조조정과 불필요한 경비지출 축소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포스코측의 구조조정 방안에 반대의견을 나타냈다.

전 사장은 “미얀마 가스전 매각은 세금을 고려할 때 재무적 실리가 없고, 절차상 실현 가능성도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전 사장은 “미얀마 가스전 매각은 그룹차원의 대의명분이 부족하고 재무적 실리도 없으며 절차상 실현가능성도 없다”며 “매각 시 이익의 40~50%가 과세 대상이어서 결과적으로 포스코에 2000억원의 장부상 손실이 나게 된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설명 드렸다”고 반박했다.

전 사장은 “미얀마 가스전 매각은 회사의 동력을 앗아갈 뿐만 아니라 포스코에 대한 불신과 불만, 자회사로서의 자괴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연휴 중 회장님께 편지를 통해 알려드렸다”고 전했다.

그는 또 “본 매각 건은 그룹의 비상경영상황에서 가치경영실의 실무선이 안으로 정리해 당사의 의견을 물은 것으로서, 경영진은 그룹의 상황과 당사의 입장을 함께 고려하여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을 약속 드린다”고 덧붙였다.

◆전병일 해임 후폭풍?

이렇듯 포스코의 구조조정 방향에 불만을 표시한 바 있는 전 사장은, 포스코의 보직 해임 결정에 대해 사실상 사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전 사장은 지난 10일 사외이사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대표)이사직 사임을 포함해 본인의 거취에 대해 숙고했다”며 “주주,임직원 등 회사의 모든 이해관계들을 위해서는 회사 구조조정과 관련한 혼란이 조속히 정리되고 경영이 정상화되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전 사장은 “그 이후 주주와 회사가 원한다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최고경영자(CEO)직을 내려놓겠다”며 사실상 사퇴를 거부했다.

대우인터내셔널 임직원들도 전병일 사장 해임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해임 위기에 처한 전 사장을 구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인터내셔널 임원진은 이날 오전 긴급회의를 열고, 전 사장이 대표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모든 임직원이 사직서를 제출해 전 사장의 해임을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상사업계 관계자는 “대우그룹 임직원들이 수 십 년간 공을 들여 미얀마 가스전을 일군 만큼 매각에 반발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미얀마 가스전이 매각된다면 종합상사의 자원개발 사업 모델이 사장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고 밝혔다.

◆미얀마 가스전 매각설, '설'로 끝날까

미얀마 가스전은 대우인터내셔널이 2000년 8월 A-1광구 생산물분배계약 체결을 시작으로, 2004년 개발에 착수해 2013년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한 가스전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일평균 5억입방피트 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즉, 2010년 포스코에 인수되기 전부터 추진해 온 대우인터내셔널의 숙원이었던 사업인 셈이다.

실제로도 대우인터내셔널은 현재 이익의 70% 이상을 미얀마 가스전에서 올리고 있다. 지난해는 다른 종합상사들이 장기 불황에 허덕이는 가운데도 가스전 덕분에 매출액 20조4천78억원, 영업이익 3천761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다. 미얀마 가스전은 대우인터내셔널은 물론 대주주인 포스코의 연결 재무제표상 실적에도 적잖은 기여를 하고 있다.

권오준 회장은 미얀마 가스전 분리 매각설은 ‘설’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권 회장은 9일 미얀마 가스전에 대해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한 검토였는데 당장 판다는 것처럼 이야기가 나왔다”며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권 회장은 “포스코가 어려워지는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포스코를 제외한 모든 자산을 매각하는 것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며 “만약 판다면 경기가 나빠지기 전에 팔아야 하는데 그전에 (매각을 통해)현금 자산 등을 얼마나 챙길 수 있는지 검토한 것”이라고 말했다. 불이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란 얘기다. 이에 포스코의 미얀마 가스전 매각설이 ‘설’로 끝나게 될지, 아닐지를 두고 관심이 모이고 있다.[시사포커스/성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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