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삼성물산 자사주 KCC 전량 매각에 “가처분 소송 제기” 반격

▲ 삼성물산이 소유 지분 전량을 KCC에 매각했다. 이로써 KCC는 삼성물산의 든든한 우군이 됐다. 하지만, 이를 두고 회사 재산을 경영권 확보를 위해 쓰는 것은 이후 지배구조에 악영향을 끼칠 것 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뉴시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제일모직-삼성물산 간 합병 반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삼성물산이 자사주 전량을 KCC에 매각했다. 이로써 내달 개최되는 주주총회에서 KCC는 삼성물산의 든든한 지원군으로써의 역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회사 재산인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를 위해 쓰는 것은 향후 지배구조를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 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엘리엇이 삼성물산의 이번 거래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KCC에 자사주를 전량 매각한 것에 대한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11일 밝혔다.

이날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이사진 및 관계자들이 절박한 상황에 처하자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불법적인 시도를 한 것이라며 삼성물산과 이사진 그리고 KCC를 상대로 긴급히 가처분 소송제기를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엘리엇의 이 같은 반응에 예상했던 행동이라는 입장이다. 향후 구체적인 방안이 정해지면 정면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KCC, 삼성물산 우군 자리매김

지난 10일 삼성물산은 자사주 전량인 5.76%(899만557주)를 장외거래 방식으로 11일 KCC에 매각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주당 가격이 7만5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총 매각대금은 6742억9177만원에 달한다.

삼성물산은 하루 전인 9일만 해도 “자사주 매각은 없다”는 주장을 고수했지만, 소액주주들이 엘리엇에 힘을 보태는 등 양사 합병에 반대하는 세력이 늘자, 입장을 전격 선회했다.

본래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외부에 매각될 경우 의결권이 생기게 된다. 즉 삼성물산이 엘리엇과의 ‘합병 찬반 표 대결’을 위해 이번 매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KCC는 앞서 8일 매입한 삼성물산 지분까지 더해 총 5.79%의 지분을 가지게 되는 셈이다. 이날 KCC는 공시를 통해 지분 취득 목적을 삼성물산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를 통한 시너지 제고 및 전략적 제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의 공식 ‘우군’으로서의 입장을 확실히 밝힌 것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물산 측도 “합병을 원활하게 마무리 짓기 위한 우호 지분 확보 차원”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이번 자사주 매각으로 삼성SDI(7.39%), 삼성화재(4.79%), 이건희 회장(1.41%), 삼성복지재단(0.15%) 등이 가진 지분 13.82%에다 이번에 KCC가 매입한 지분 5.79%까지 더해 총 19.61%의 우호지분을 확보했다.

내달 17일 개최되는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난 9일까지 주식을 매입했어야 하지만, 장외거래의 경우 주주명부 폐쇄일인 오늘(11일) 자정까지도 가능하다.

▲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삼성물산이 자사주를 KCC에 전량 매각한 것에 대해 “삼성이 회사 재산인 자사주를 지배주주 경영권 방어라는 사적인 이익에 동원한 것이다. 만약 이번 주총에서 이긴다고 해도 향후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재편 과정을 고려하면 악수를 둔 것”이라고 지적했다.ⓒ뉴시스

◆ “악수다” 지적도

삼성물산의 이 같은 행보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이 공존한다.

KCC의 지분매입으로 합병 찬반 표 대결에서 삼성물산이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과 회사 재산을 경영권 확보를 위해 쓰는 것은 향후 지배구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과거 2006년 대림통상의 경우를 보면, 당시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사측이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자사주를 매각한 것을 두고 회사 재산인 자사주를 대주주의 경영권 화보를 위해 매각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다른 법원에서는 이 같은 매각-매입이 적법하다고 인정했다.

삼성물산의 이번 지분 매각을 두고 ‘악수’라고 보는 입장도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삼성이 회사 재산인 자사주를 지배주주 경영권 방어라는 사적인 이익에 동원한 것”이라며 “만약 이번 주총에서 이긴다고 해도 향후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재편 과정을 고려하면 악수를 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방식으로 승계를 할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시장과 사회에서 경영권 확보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소장은 “엘리엇은 이번에 삼성물산 지분 매입에 투입한 자금 6000억∼7000억원을 몇 년씩 묻어둬도 상관이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큰 곳이다. 10∼20%의 차익을 노리고 싸움을 시작했을 리 없다”면서 “만약 이번 합병이 삼성 측 승리로 끝나도 이후 삼성의 승계와 지배구조 변경 등의 산적한 과제 추진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총에서 지분 기준 참석률의 3분의 1이 반대할 경우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 또한 삼성물산이 주식매수 청구권 행사를 위해 확보한 보통주 지분의 약 17%에 해당하는 자금 1조5000억원을 넘는 주식매수 청구가 들어와도 합병은 무산될 수 있다.

현재 엘리엇이 가진 삼성물산 지분은 7.12%에 불과하지만, 일성신약(2.05%)과 네덜란드연기금자산운용사(0.35%) 등도 합병비율에 불만을 가지고 있어 양사 간 합병이 이뤄질지 무산될지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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