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D는 단심제, 한번 패하면 대규모 혈세유출 불가피

▲ 론스타는 HSBC와의 매각 협상이 무산되고, 2010년 하나금융과 3조9157억원에 매각하면서 약 2조원을 손해 봤다는 것이다. 그러나 론스타의 시세 차익은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소송액 5조1000억원에 이르는 한국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간의 투자자국가소송(ISD) 공방이 미국 워싱턴DC에서 15일(이하 현지시각)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날 오전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한국 정부와 론스타 관계자 등 소송 당사자와 대리인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1차 심리를 열었다. 18일부터는 증인으로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한국 재계·금융계 책임자와 론스타에서는 존 그레이켄 회장까지 나설 전망이다.

론스타는 지난 2012년 11월 21일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한국 정부의 외환은행 매각 승인 지연과 부당한 과세로 손해를 봤다"며 배상을 청구하는 ISD를 신청했다. 소송 신청인은 LSF-KEB홀딩스, 스타홀딩스를 포함한 론스타 계열 8곳이고, 소송 대상은 한국 정부다.

더구나 론스타는 당초 43억 달러이던 청구 금액을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해’ 등을 들어 최근 46억7900만 달러(약 5조1000억원)로 증액했다. 초대형 소송이면서도 한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를 상대로 벌이는 사실상 첫 ISD기 때문에 결과에 따라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1차 외환은행 매각, 2차 8500억원대 과세 적법 공방 

이번 소송에서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 8500억원대 과세 문제 두가지를 쟁점으로 들고 나왔다. 따라서 한국정부와 론스타 양측은 올해 심리 두차례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1차는 오는 24일까지 론스타가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지연했다는 주장으로 심리한다. 론스타에 따르면 2003년 10월 외환은행 지분 51%를 1조3834억원에 사들였다가 2007년 9월 HSBC에 외환은행 지분 51%를 5조9376억원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매각을 지연시켜 HSBC와의 매각 협상이 무산되고, 2010년 하나금융과 3조9157억원에 매각하면서 약 2조원을 손해 봤다는 것이다. 그러나 론스타의 시세 차익은 2조5000억 원에 달한다.

다음달 29일부터 열리는 2차 심리에서는 국세청이 론스타에 부과한 세금 문제를 다룬다. 론스타는 펀드를 조성해 벨기에에 스타홀딩스를 세우고 2001년에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를, 이후 LSF-KEB홀딩스를 세워 외환은행을 사들였다. 또 벨기에 자회사로 극동건설ㆍ동양증권 빌딩 등도 사들여 매각하면서 4조6000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냈다. 국세청은 이에 대해 8500억원대 세금을 론스타에 부과했다.

특히 론스타는 한-벨기에 간 투자협정에 상대국에 투자할 경우 세금을 면제해 준다는 조건을 들어 세금 부과가 협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실제 영업은 한국에서 이뤄진데다 실체가 없는 기업을 협정으로 보호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 두 쟁점은 론스타 투자가 ISD 중재 신청 자격을 충족하냐는 점이 선결 조건이 된다. 론스타는 벨기에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형태 자회사들도 한-벨기에 간 투자협정(BIT)에 따라 보호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페이퍼컴퍼니는 실체가 없기 때문에 투자협정으로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만약 재판부가 한국 정부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면 다른 쟁점과 상관없이 승소하게 된다.

론스타 악령 떨치는 방법은 ‘승소’  

오는 7월에 2차 심리가 끝나더라도 결과는 바로 나오진 않을 전망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결과가 나오거나 사정에 따라 1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총리실을 포함해 6개 부처로 구성된 정부의 론스타 소송 대응팀은 국익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과를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 국내에서도 논란이 많았던 론스타의 은행 대주주 적격성 문제, 론스타 벨기에 법인의 실소유주 등에 대해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패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1987년 이후 ISD 사건 560여 건 가운데 정부가 승소한 비율은 4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가 승소한 것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에 공개된 ISD 중재판정 결과 31건 중 70%는 투자자가 승소한 것으로 타났고, 이중 9건은 국가가 투자자에게 배상하는 판결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ISD는 일반적인 소송과는 달리 3심제가 아니라 단심제다. 한번 패소하면 돌이킬 수 없다는 말이다. 정부가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이유다.  

더구나 이 소송으로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변호사 선임비용을 포함한 한국 정부의 소송비용이 500억원을 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자칫 한국 정부가 패소할 경우 천문학적인 배상 외에도 정부가 혈세유출을 막지 못했다는 사회적 파장은 작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론스타 악령을 떨치는 방법은 승소밖에 없는 셈이다.  [ 시사포커스 / 김승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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