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시민단체 불참, ‘반쪽짜리 행사’ 오명 불가피

▲ 오는 18일 제35회 5·18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두고 국가보훈처는 제창하기로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뉴시스ⓒ뉴시스

오는 18일 제35회 5·18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냐 합창이냐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심화되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북한의 영화에서 배경음악으로 쓰였다는 점, 작사가가 반(反)대한민국·반미·친북한 활동을 했다는 점 등을 지적하면서 제창하지 않고 합창의 형식으로 하기로 했다.

제창이 아닌 합창의 형식으로 제창은 기념식에 참석한 참석자 모두 함께 부르는 것이지만 합창은 합창단이 기념공연 형식으로 부르는 것이다.

이같은 보훈처의 결정에 따라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는 올해도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리게 됐다.

◆새정치, 항의 차원 “태극기 흔들며 제창”

국가보훈처는 오는 18일 열리는 제35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유가족 단체와 야당 등이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강하게 반발하면서 보훈처의 결정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부르기로 결정했다.

김성수대변인도 현안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표,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는 5.18기념식 때 5.18묘역에서 열리는 정부 공식행사에 참여키로 했다”면서 “이렇게 결정한 것은, 정부 공식 기념식이 우리가 만든 기념식인 만큼 우리가 만든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당당하게 제창하는 것이 옳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5.18 민주화운동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1997년 이후 2008년까지 10년 넘게 제창되었던 ‘임을 위한 행진곡’이 왜, 이명박 박근혜정부에서는 합창만 되고 제창은 안 된다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회에서는 지난 2013년 6월 여야 합의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곡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며 “합창이냐, 제창이냐, 이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해서 공식 기념행사를 광주시민이 외면하게 만들고 국민을 분열시키는 이 정부가 참으로 옹졸하고 한심하다”고 질타했다.

이종걸 원내대표 역시 “국회가 5·18 기념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결의하고 채택했는데도 보훈처가 가로막고 있다”며 “보훈처는 박근혜 정부 이래 민주주의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국민을 분열시키는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을 가했다.

한편 국가보훈처가 지난 14일 발표한 ‘임을 위한 행진곡’과 관련한 안내 자료에 따르면 “관계부처와 정책·음악·갈등 전문가, 보훈.안보단체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결과 일부 단체들이 ‘민중의례’에서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대신 ‘민주열사에 대한 묵념’을 하고 애국가 대신 부르는 이 노래를 정부 기념식에서 부르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1991년 황석영, 리춘구가 공동집필해 제작한 북한의 5·18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 배경음악으로 사용돼 노래 제목과 가사내용인 ‘임과 새날’의 의미에 대해 논란이 야기됐다”며 “특히 작사자 등의 행적으로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계와 양립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어 국민 통합에 저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태 “지금은 불순한 의도”

▲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곡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김진태 의원은 불순한 의도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새누리당은 이 문제에 대해 당 차원의 별도 입장을 내지 않은 가운데, 내부에서도 여러 입장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민주화운동 기념곡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새정치연합은 이 노래를 5.18 기념곡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면서 이 노래가 북한에서도 금지곡이므로 북한과의 연관성 때문에 부르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는 우리 당 하태경 의원의 주장을 원용하고 있지만 파악한 바에 의하면 북에서 금지곡인지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앞서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국가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곡으로 지정해야 한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이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노래임은 주지의 사실이자 국민적 상식”고 당 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주장한 바 있다.

하 의원은 지난달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잘못된 인식이 오히려 국론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작금의 소모적 논란은 기념행사 주관부처인 국가보훈처의 전향적인 자세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북한에서 발간한 ‘통일 노래 100곡선(1990, 윤이상음악연구소)’에 수록돼 있으며, 하 의원의 주장이 맞다 하더라도 북한에서는 필요에 따라 이 노래를 장려하기도 하고 금지하기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북에서 현재 부르고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의도, 목적을 가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영화 ‘임을 위한 교향시’에서 왜 이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넣었는지, 왜 지금 이 노래를 5.18 기념곡으로 지정하려 애쓰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작가 황석영이 방북해 김일성에게 하사받은 25만달러로 이 노래를 편곡, 영화를 제작할 때 반미 선동을 위한 목적”이라며 “지금 김정은 정권은 대한민국의 국론이 분열되고 있는 데 대해 속으로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김 의원은 “80년대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화를 열망하며 부르던 그 노래와 지금 불순한 의도를 가진 이 노래는 다르다”며 “대한민국 안에 좌경운동권 나라를 따로 만들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그는 “이 노래를 부른다고 통일이 될 것 같으면 백번이라도 부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한 채 찾아오는 통일은 우리가 원하는 자유통일이 아니라 적화통일이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비판했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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