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맹반발 “합창은 되고 제창은 안 된다니 억지 아니냐”

▲ 국가보훈처가 올해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도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못하게 함으로써, 정부 주관 행사인 5.18기념식이 또 다시 반쪽짜리 행사로 치러질 상황에 처했다. ⓒ뉴시스

국가보훈처가 올해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야당이 거세게 반발하며 비난을 퍼붓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14일 오전 현안 브리핑에서 “국가보훈처가 올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 방식으로 부를 것이라고 밝혔다”며 “보훈처는 이 노래가 북한 영화에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때문에 제창은 안 된다고 한다. 그런 논리라면 참석자들이 다 함께 부르는 제창은 안 되고 합창단이 부르는 합창은 된다는 것도 억지스럽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그러면서 “색안경을 끼고 이 노래를 바라보니 불편한 것이 아닌가 싶다”며 “그것이 아니라면 보훈처가 이 노래로 색깔론 같은 불필요한 논란을 부추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민주주의를 지키려다 희생한 영령을 추모하는 노래를 거부하는 것은 정부가 5.18정신을 부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우려스럽다”며 “국가보훈처는 5.18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행태를 중단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허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국가보훈처가 광주 시민들의 가슴에 또 한 번 대못을 박았다”며 “보훈처는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임을 위한 행진곡’은 일부 단체가 애국가 대신 부르는 노래’, ‘북한 영화의 배경음악’, ‘임과 새날의 의미 논란’ 등의 이유를 제시하고 이 노래가 국민 통합을 저해한다고 주장하며 제창을 거부했다. 일부 보수단체가 주장하는 이런 내용들을 국가기관인 보훈처가 공식 보도자료로 배포하는 안하무인의 행태에 경악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

이어, “이날 보훈처는 우리 당 강기정 정책위의장이 대표발의 한 ‘국가기념일의 기념곡 지정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해 ‘적절성 여부’, ‘명확한 의미규명’, ‘노래 제정 문제’ 등에 대해 심층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며 “아직 해당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은 법안에 대해 정부부처가 나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극에 달한 박근혜정부의 오만방자함을 보여주는 듯하다”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이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즉시 보훈처장을 경질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려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국민통합을 위하는 길일 것”이라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허용을 촉구했다.

권은희 의원도 이날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2009년 ‘임을 위한 행진곡’이 5.18기념식 공식 식순에서 배제되고, 제창이 아닌 공연의 한 대목으로 격하된 지 7년째를 맞고 있다”며 “여당의 대표가 이야기하고 국회의장이 타이르고 여야가 국회에 결의안을 통과시킨 지 벌써 3년이 되건만, 대통령은 아직까지도 대답을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권 의원은 그러면서 “어제 한 언론에서는 이 노래를 부르게 해달라는 희생자 어머니의 피맺힌 절규를 실었다. 진정 대통령의 한숨 속에는 이 어머니의 까맣게 타들어가는 심정을 이해해줄 대목이 없단 말이냐”며 “임을 위한 행진곡은 해묵은 이념논쟁으로 국론분열의 도구로 쓰일 수 있는 그런 노래가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권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35주년 기념식에서 이 노래를 국민께 돌려드려야 한다”며 “대통령이 직접 기념식에 참석해서 태극기를 들고 국민과 함께 민주 평화 애국의 노래를 불러주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정현 수석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보훈처의 이 같은 태도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앞장서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을 부추겨 국론 분열을 조장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그 결과 올해 두 개의 5.18기념식이 열리고, 정부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부대변인은 “정부기관이 앞장서 정부기념식을 부정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꼴”이라며 모순된 상황을 지적했다. 특히, 김 부대변인은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지난해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해 “임을 위한 행진곡은 북에서 금지곡이고 북한 주민이 이 노래를 부르면 감옥간다. 민주화 투쟁가이기 때문에 오히려 북으로 수출해야 하는 노래”라고 밝혔던 점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당시 하 의원은 당시 연찬회에서 이밖에도 “김무성 대표도 80년대 민주화운동 하면서 불렀던 노래다”, “이런 것을 모르니까 우파가 계속 ‘북한군이 일으킨 폭동’이라는 소리까지 하며 엉뚱한 선전선동을 한다” 등의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었다.

이에 대해 김 부대변인은 “보처는 엉뚱한 보도자료로 국민을 우롱하지 말고 작년 새누리당 연찬회에 참석했던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에게 먼저 사실관계부터 확인해볼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