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할 나라는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대한민국과 터키가 4강에 오르면서 전 세계 축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언제나 월드컵에서는 다크호스로 지목되는 팀들이 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는 엔조 시포와 에릭 게레츠가 이끈 4강 진출의 벨기에가 있었고,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는 유럽의 강호들인 스웨덴과 스코틀랜드를 꺾고 16강에 진출한 코스타리카, 그리고 전 대회 우승국이었던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개막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조별리그 1위를 차지하며 검은 돌풍을 일으킨 카메룬이 있었다. 사예드 알 오와이란의 환상적인 드리블이 사우디아라비아를 16강으로 견인했던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는 멕시코와 독일을 연파하며 4강에 진출한 불가리아가 다크호스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빛낸 멋진 다크 호스로서 돌풍을 일으킨 주인공은 단연 크로아티아였다. 다보르 수케르의 득점 행진과 함께 분리 독립 이후 처음으로 참가한 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선데이 올리셰의 기념비적인 골로 스페인을 격파하며 16강에 오른 나이지리아의 기세는 덴마크에게 강하게 제압당하기도 한 98년이었다. 독일 월드컵의 카운트다운이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 오늘은 이번 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는 주목할 만한 다크 호스들을 선정하여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세르비아&몬테네그로 예전 유고슬라비아 시절의 역사부터 따져 봐도 1962년 칠레 월드컵 당시 4강에 진출한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는 것은 의외다. 내전과 분열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국가 이름으로 8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작년 11월 16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대한민국에 0:2로 완패하며 스타일을 구긴 바 있긴 하지만,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에서 스페인과 벨기에 같은 쟁쟁한 국가들과 경쟁을 벌여 10경기에서 16득점 1실점이라는 경이적인 안정감을 보여주며 조 1위로 본선 직행을 확정 지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죽음의 조로 일컬어지고 있는 C조에서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 코트디부아르를 만났다는 점은 불운이긴 하겠지만, 지역 예선에서 보여준 짜임새 있는 수비와 결정적인 순간에 터지는 골들이 다시 한 번 발휘된다면 충분히 이변을 연출할 가능성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이후 빠른 성장을 보이는 네마냐 비디치와 분데스리가의 베테랑 믈라덴 크르슈타이치(샬케 04)의 중앙 수비라인은 유럽 어느 국가와 비교해 봐도 손색이 없다. 중원의 사령관 데얀 스탄코비치(인테르)의 지휘 아래 이번 시즌 조금 부진하긴 했지만 피니쉬 능력만큼은 최고급인 마테야 케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프리메라 리가 오사수나 돌풍의 공격 선봉으로 부활한 사보 밀로세비치, 유럽 유수의 클럽들이 주목하고 있는 2m 장신의 니콜라 지기치(레드 스타)의 포워드 라인도 가공할 만한 전력을 이룬다. 조 예선만 통과 한다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는 저력이 있는 팀이다. ◆우크라이나 비운의 스타 안드리 쉐브첸코(AC 밀란)가 드디어 월드컵 무대에 나서게 되었다. 부상 소식이 들리기도 하고 소속 클럽의 이적 문제가 있기도 하지만 두 번 다시 올 지도 모르는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쉐브첸코의 모습을 월드컵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축구팬들에게는 행운이다. 처음 출전하는 우크라이나는 쉐브첸코의 존재감 만으로도 다크호스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은 어떻게 본다면 본선보다도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유럽 예선을 우크라이나는 유로2004 챔피언인 그리스, 지난 월드컵 3위의 터키와 한 조에 편성되어 험난한 길이 예상되었지만, 예상을 뛰어 넘고 유럽 지역 예선에 참가한 국가들 가운데 가장 먼저 독일행 티켓을 따내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본선 조별 리그 H조에 포함된 우크라이나는 스페인과 튀니지,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예선전을 치른다. 스페인과의 경기 결과에 따라서는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 구 소련 당시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 한 명이었던 올렉 블로힌 감독의 지도력도 믿음직스럽다. 결국 쉐브첸코의 활약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고 보이는데, 투톱 파트너로 호흡을 맞출 안드레이 보로닌(바이엘 레버쿠젠)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고, 만능 수비수인 베테랑 블라디슬라프 바슉(디나모 키예프)은 수비적인 측면의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약점으로 지적할 만한 부분은 미드필더진에 유능한 요원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 조금의 불안 요소이다. 그렇지만 지난 28일에 있었던 평가전에서 쉐브첸코가 출장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월드컵 본선 진출국인 코스타 리카를 상대로 4:0 대승을 거두며 만만치 않은 전력을 과시했다. ◆코트디부아르 세르비아와 마찬가지로 코트디부아르도 다크호스로 지목되고 있다. 역대 월드컵에 참가한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가장 강력한 전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 엔트리 23명 가운데 모국 코트디부아르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튀니지의 에스페랑스 소속인 장 자크 티지 골키퍼를 제외한 22명 모두 잉글랜드, 프랑스, 독일 등 유럽 빅 리그의 클럽들에서 주전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아프리카 경력이 풍부한 프랑스인 앙리 미셸의 지도를 받고 있다. 결승전에서 아쉽게 눈물을 흘리긴 했지만 아스날이 UEFA 챔피언스리그 연속 무실점 기록을 경신하는 과정에서 코트디부아르의 두 명의 수비수, 콜로 투레와 엠마뉴엘 에보우에는 월드 클래스의 수비와 공격 가담 능력을 보여주었다. 분데스리가의 터줏대감 기 데멜(함부르크)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의 영입리스트 상단에 위치한 디디에 조코라(생테티엔)가 버티는 허리라인도 든든하다. 무엇보다도 제국의 선봉장 디디에 드록바(첼시)가 진두 지휘하는 공격라인은 속도와 테크닉, 골 결정력을 겸비했다. 드록바와 파트너를 이룰 프랑스 리그의 수준급 공격수들인 아루나 딘단(랑스), 바카리 코네(니스), 보나벤츄르 칼루(파리 생제르망), 그리고 PSV 아인트호벤에서 급성장을 하고 있는 아루나 코네도 상대팀의 주요 경계 대상이다. 물론 객관적으로 어려운 조편성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축구공은 둥글다. 코트디부아르가 월드컵 사상 최초로 4강에 진출하는 아프리카 국가가 된다 해도 그렇게 놀라운 뉴스는 아닐 것이다. 한국시각으로 5월 28일 자정에 열린 스위스와의 평가전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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