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치 보이스’의 "Pet Sounds"

흔히 '이름은 몰라도 음악은 알고 있는 밴드'라는 호칭으로, 이름과 얼굴만 알았지 정작 얼굴은 가물가물한 세칭 '비쥬얼 아이돌 밴드'와 차이를 두는 것이 좋은 음악을 하는 밴드에 대한 예우였지만, '비치 보이스'의 경우, 그 이름도 음악도 모두 모르는 이가 없을 만큼 전설적인 밴드일 것이다. 도대체 그 누가 'Surfin' USA'를 모를 수 있단 말인가. 혹 아무리 올드팝에 관심이 없는 이들이라 할지라도, 지난 1988년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칵테일"에 수록되었던 그들의 오리지널 트랙이자 노장의 나이에도 빌보드 챠트 1위를 석권한 싱글 'Kokomo' 정도는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깊이 들어서서, 웬만한 팝 애호가라면 '비치 보이스'의 역시 '모르고 있다면 웃음거리'가 될 만큼 전설적인 명반으로서 '당연히' 소장하거나 적어도 감상 정도는 해 보았을 것이다. 이렇듯 는 당시로서나 지금이나 그 영향력 면에 있어서 여느 팝 명반에 절대 뒤지지 않는 희대의 명반이며, 한 예로, 세계최고의 팝 매거진인 '롤링 스톤'지에서 선정한 '위대한 팝 앨범' 리스트에서 는 당당 2위에 랭크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토록 전설적인 앨범이, 이 앨범의 트랙 중 리차드 커티스 감독의 히트 코미디 "러브 액츄얼리"에 수록된 넘버 'God Only Knows'의 인기에 힘입어 리마스터링 과정을 통해 재출반됐다. 팝 매니아들로서는 더없이 반가운 희소식이 아닐 수 없는데, 새롭게 재편된 선명하고 다양화된 사운드로 듣는 이 앨범들의 주옥같은 명 트랙들은 모두 첫 감상시와는 또다른 독특한 빛을 발하며 듣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퍼스트 트랙으로 설정된 'Wouldn't It Be Nice', 한국에서도 많은 팬들을 지니고 있는 '유명' 트랙 'I'm Waiting for the Day', 타이틀곡인 'Pet Sounds' 등, 오래된 팬들의 가슴을 녹이고 새로운 팬들의 가슴을 불태울 트랙들이 "Pet Sounds"에는 가득하며, 특히 보너스 트랙으로 'Hang on to Your Ego'이 서비스되어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도 해준다. 요즘, 팝 음반이 국내 음반에 비해 현격하게 인기와 인지도가 떨어지고, 거의 '외면'에 가까운 대접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명반, 전세계 현대 대중음악사에 새겨진 희대의 명반마저도 외면한다면 이것은 단순히 '우리 음악에 대한 애착'이 아닌, '인류의 대중음악'에 대한 무지로 이어질 것이며, '최근 유행'이라는 것에 민감할 필요는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그토록 사랑하는 '우리 음악'의 원형이 바로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정도는 짚고 넘어가야만 할 것이다. 이문원 기자 fletch@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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