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 불안한데 업황은 ‘캄캄’…오너 리스크까지 ‘막막’

 

▲ 재무구조 불안, 업황 불안, 오너 리스크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 동국제강의 앞날에 빨간 불이 켜졌다. ⓒ뉴시스

올해 철강업계 업황 기상도는 ‘먹구름’이다. 이 와중에 특히 울상을 짓고 있는 기업이 바로 동국제강이다. 동국제강은 불안한 재무구조를 이유로 매각설에 휩싸이는가 하면, A+였던 신용등급이 BBB+까지 하락하는 등 긴급한 상황에 빠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문가들은 2분기 업황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갈 길 바쁜 와중에 터진 오너 리스크도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동국제강을 비롯한 철강업계는 질적 성장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동국제강의 불안한 재무구조가 매각설을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동국제강 본사인 ‘페럼타워’ 매각설이 나오더니 최근에는 페럼클럽(골프장) 매각설이 제기됐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지난 3일 페럼클럽 매각 추진 계획이 없다고 공시했다. 이는 한국거래소가 페럼클럽 매각추진설에 대한 조회 공시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지난 1월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2015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서 “페럼타워 매각 계획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매각설을 전부 부인하고 있는 동국제강이지만, 시장에서는 매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동국제강 매각설 끊이지 않는 이유
가장 큰 요인은 동국제강의 재무구조에 대한 의구심이다. 철강업황 침체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동국제강이 브라질 일관제철소 CSP를 건설하는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재무구조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동국제강은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6조685억원, 영업손실 204억원, 당기순손실 292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매출액 6조6909억원, 영업이익 811억원, 당기순손실 1184억원)보다 크게 악화된 실적이다.

동국제강의 재무구조도 불안정하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6월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했다. 동국제강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2014년 기준)은 3406억원으로, 2012년 6296억원 규모에서 2년 만에 반토막이 난 것이다. 반면 단기차입금은 2012년 2조3094억원에서 지난해 3조7186원으로 1조원 넘게 급증, 전문가들은 단기차입금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차입 구조가 안정적이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브라질 일관제철소 CSP 건설에 투입된 막대한 자금도 걸림돌이다. CSP 건설을 위해 발레(Vale, 사업지분 50%)와 동국제강(30%), 포스코(20%)가 24억3000만 달러를 지분 비율대로 출자했다. CSP는 30억1920만 달러(약 3조3610억원)를 빌려 나머지 금액을 조달했다. 또 동국제강은 지분 비율만큼 채무 보증(약 1조83억원)을 섰다. 이는 동국제강의 자기자본 대비 38.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여기에 동국제강은 지난 3일 ‘타인에 대한 채무보증결정’ 정정공시를 냈다. 동국제강이 보증원금뿐만 아니라 이자 및 부대비용이 발생할 때 그 금액을 보증한다는 것이다. 동국제강은 공시에서 채무보증금액이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동국제강이 재무구조 개선책 등을 선제적으로 내놓지 않으면, 시장에서는 끊임없이 매각설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도 불안요소 중 하나다. 동국제강은 2013년 말까지 A급 최상단인 A+ 신용등급에 올라 있던 기업이다. 그러나 장기 업황부진, 극심한 수익성 악화, 재무부담 확대가 겹쳐 지난 1년여 동안 신용등급이 크게 떨어졌다.

NICE신용평가는 이미 신용등급 A급 지위를 박탈, BBB+로 하향조정했다. 한기평과 한신평도 등급 강등 여부를 두고 재평가에 돌입했다. 현재로서는 유효신용등급의 A급 회복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 보인다. 오히려 한기평과 한신평이 NICE신평 이상으로 보수적 평정에 나설 공산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무실적 악화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고 자구이행 효과는 미진하기만 하다. 주력 사업의 저조한 업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재무구조의 획기적 개선 역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 지난달 28일 검찰은 검사와 수사관 등 수사 인력 50여 명을 투입해 서울 중구 수하동 소재 동국제강 본사와 일부 계열사, 종로구에 있는 장세주 회장의 자택 등을 압수 수색했다. ⓒ뉴시스

◆전문가 “2분기 철강사 실적 악화될 것”
동국제강이 위기를 벗어나기란 당분간 힘들 것으로 보인다. 철강 산업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반등 가능성조차 희미하기 때문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철강·금속 지수는 지난해 하반기 최고점에 도달한 이후 서너 번의 반등이 있었지만 급락세다. 일례로 작년 9월 12일 5782.62p로 고점을 찍은 업종지수는 현재 4706.54를 기록하며 18% 이상 급락했다.

하지만 철강산업을 둘러싼 상황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세계 최대 철광석 소비국인 중국이 경제성장률 침체에 따라 철의 수요 조정에 들어가고 있다는 것은 업계에는 악재다. 이에 공신력 있는 시장 조사기관인 도이체방크는 지난 2009년 이후 최초로 세계 철광석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철강협회도 중국이 철광석 가격 하락과 철강 구조조정 가속화로 향후 가격 반등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 확답을 피하면서 철강 산업 정보업체 플랫츠(Platts)의 자료를 인용, 지난달 26일 기준 철광석 가격을 톤당 54달러로 제시했다.

전문가들의 전망도 부정적이다. 조강운 신영증권 연구원은 6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월부터 낮은 가격의 중국 철강제품이 국내로 밀려들어오고 있는데 따른 영향으로 올 2분기에는 국내 철강사의 실적이 악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이어 “현대제철은 그나마 현대차그룹 계열사 거래를 통해 부담을 상쇄하는 효과가 있겠지만 포스코를 비롯한 여타 철강사의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하락세여서 올 2분기 이후 철강제품 가격 인하에 대한 전방산업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고, 중국의 저가 철강재 수출이 늘어나면서 국내 철강시장의 경쟁이 더 치열해진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라고 말했다.

철강재 수입·유통업계도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유입이 확대되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고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봉형강 수입유통 전문업체인 서주엔터프라이즈의 최현석 대표는 “낮은 가격에 계약된 중국산 철강재가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들어오고 있고, 이달부터 더 확대되는 추세”라며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으로 국내 철강사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철강협회는 중국의 저가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병우 한국철강협회 전무는 “최근 중국 철강업계의 관심은 수출을 늘리기 위해 해외 영업망을 확대하는데 집중돼 있는 것 같다”며 “중국의 수출 확대 기조로 인해 올 2분기는 물론 하반기까지도 국내 철강업체들이 힘들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철강협회는 중국산 저가 수입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무역대책반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정기철 철강협회 상무는 “협회는 중국의 저가 수출 공세에 대비해 불공정 무역대책반을 구성해 편법으로 수입되거나 유통되는 것을 방지하고, 업계 의견을 적극 반영해 무역 통상마찰로 인한 철강사의 부담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들은 중국의 수출 확대 기조로 인해 올 2분기는 물론 하반기까지도 국내 철강업체들이 힘들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산 형강. ⓒ뉴시스

◆‘오너 리스크’ 직격탄까지
이처럼 동국제강이 불안한 재무구조를 이유로 매각설과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악재를 맞은 가운데, 장세주 회장의 ‘오너 리스크’ 까지 겹쳤다.

지난달 28일 검찰은 검사와 수사관 등 수사 인력 50여 명을 투입해 서울 중구 수하동 소재 동국제강 본사와 일부 계열사, 종로구에 있는 장 회장의 자택 등을 압수 수색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29일 새벽 2시 40분까지 무려 15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압수 수색을 시행한 검찰은 회계자료와 세무 자료,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하고 압수물에 대한 분석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수사는 장 회장의 불법자금 조성 의혹을 밝히는 데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더욱이 조성된 비자금 상당수가 장세주 회장의 도박자금으로 쓰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 자칫 기업 이미지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장 회장이 동국제강 미국법인이 현지 납품업체로부터 받은 약 1000만 달러 가운데 일부를 손실 처리하고 일본과 러시아 등과 원자재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수입대금을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 이를 도박자금으로 사용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장 회장이 조세회피처에 세운 6개의 법인을 동원해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장 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초특급 카지노호텔에서 상습 도박을 벌이는 과정에서 동국제강 미국법인(DKI)이나 본사 건물인 페럼타워의 관리 계열사인 페럼인프라 등에서 조성된 비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검찰은 동국제강이 일본 등지의 현지 법인을 통해 철스크랩(고철) 등을 수입하면서 대금을 실제 가격보다 부풀려 100억 원대 차액을 조성하고 이를 장 회장 일가의 조세회피처에 마련된 계좌로 빼돌렸는지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검찰은 미국 수사당국과도 공조해 동국제강 법인과 계열사, 장 회장 일가와 해외법인의 계좌 조사에도 착수했다.

검찰은 수사 착수 이전 국세청과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동국제강 관련 세무 자료를 넘겨받았으며, 미국 당국에도 공조 수사를 요청했다. 국세청은 지난 2011년 동국제강을 대상으로 무려 8개월에 걸쳐 동국제강의 비자금 의혹 및 역외 탈세 혐의에 대해 강도 높은 특별 세무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로 국세청은 동국제강에 200억 원에 달하는 세금을 추징했지만 검찰 고발은 하지 않았다.

국세청 관계자는 “동국제강의 경우 사업 구조상 고철이나 선재 등의 구매 과정에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비자금을 조성할 수 있다”며 “지난 2011년 세무조사 때 미국 당국과의 정보 교류를 통해 해외 법인의 거래 내역 자료 등을 바탕으로 추징금을 부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검찰은 장 회장이 해외 법인 등을 통해 조성한 비자금 중 일부를 정·관계 로비 등에 사용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비자금은 대부분 장 회장 일가에게 흘러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 용처에 대해서는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지난 2007년 12월 말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첫 대기업 총수 회동에 참석한 것을 비롯해 2008년 대통령 브라질 순방에도 동행하는 등 이명박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한 바 있다.

장 회장은 지난 2011년 동국제강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 과정에서도 국외법인을 이용한 비자금 조성 및 역외 탈세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물론 당시 세무조사에서 국세청은 장 회장의 범법행위에 대한 증거를 확보한 채 조사를 마무리했지만, 4년 만에 검찰이 전방위적인 수사에 착수하자 일각에서는 수사 당국이 당시 불거진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밝힐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검찰의 초기 수사 당시 “아직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된 상황이 아닌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던 동국제강 측은 압수 수색 등 수사가 본격화되자 당혹스러운 분위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설비투자로 위기돌파
이에 철강업계는 위기 돌파를 위한 카드로 ‘질적 성장’을 뽑아들었다. 한국철강협회는 6일 회원사를 대상으로 한 ‘철강산업 설비투자 동향조사’ 에서 동국제강을 포함한 36개 국내 철강회사들이 올해 총 4조1473억원을 투자할 것으로 전망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18.6%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는 3조4천967억원으로 2013년(6조766억원)보다 42.5% 급감했었다. 연구개발시설과 정보화 관련 투자도 각각 4.3%와 6.8% 늘어날 전망이다. 연구개발(R&D) 투자는 6천329억원으로 지난해 6046억원보다 4.7%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철강재 공급 과잉과 수요 산업 위축으로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을 추구하려는 업계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시사포커스 / 정주민 기자]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