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은 어떤 희생을 했나VS연봉은 실질적으로 줄어”

▲ 한국씨티은행 하영구 전 회장이 지난해 71억여원의 연봉으로 업계 최고 연봉을 기록했다. ⓒ은행연합회

지난해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씨티은행이 회장의 연봉은 업계 최고 수준으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씨티은행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하영구 전 회장은 지난해 총 보수로 71억6300만원을 받았다. 지급 내역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기본급여로 4억6100만원을 상여금으로 8억9600만원을 수령했다. 또 이연지급보상금 11억8000만원, 복리 500만원을 각각 챙겼다. 퇴직금으로는 46억2100만원을 받았다.

“경영악화에 구조조정…회장은 책임 없나?”

씨티은행 노조 측은 이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노조 측은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수익성 악화를 근거로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며 구조조정을 단행한 씨티은행이 업계 최고의 연봉을 전 하영구 회장에게 지급한 것은 조직을 성장시킬 생각이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4대 금융지주는 경영실적에 따라 최대 40%의 회장 보수 삭감까지 강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구조조정을 단행한 씨티은행 경영진들은 경영악화에 대한 어떤 책임을 졌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실적 악화를 이유로 임원 보수를 대폭 삭감했다. 당시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과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각각 37~40%의 보수가 줄었다.

“퇴직금 제외 연봉은 오히려 줄어”

씨티은행 측은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CEO 과다 연봉 논란에 대해 “지난해 지급된 하 전 행장의 연봉은 퇴직금을 제외하면 오히려 감소했다”면서 “씨티은행을 지난 14년 동안 이끈 하 전 회장의 퇴직금 46억원은 코리안리를 15년동안 이끈 박종원 전 사장이 받은 159억원의 퇴직금보다 적은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단행한 구조조정은 회사의 경영난이나 회사 수익성 악화 때문이 아니라 수익의 91% 이상이 비대면 영업채널에서 발생하고 있어 불가피하게 단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년 반복되는 금융권 CEO의 연봉 논란…대안은?

한편, 금융권 CEO들의 고액 연봉논란을 연중행사로 변해가는 느낌이다. 2001년 금융지주 체제가 처음 출범할 당시 지주와 시중은행 은행장의 평균 연봉은 3억~4억원 수준이었지만 10여년 새 이들의 평균 연봉은 2014년 기준 20억원선까지 치솟으면서 CEO 고액연봉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 금융권 CEO들이 받는 연봉 수준이 일본에 비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시UFJ 회장의 2013년 기준 연봉은 스톡옵션을 합쳐 1억2000만엔(약 12억원)으로 한국 CEO들의 평균 연봉의 절반 수준이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금융권이 실적에 관계없이 CEO에게 과도한 연봉을 지급하면서도 직원들에게는 구조조정 등으로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CEO연봉은 현재는 주주총회 이후 공시를 통해 공개되고 있어 단기적인 화제에 그칠 수 밖에 없다”며 “주주총회 전 공시를 통해 CEO의 연봉을 공개하도록 바뀐다면 이해관계자들의 충분한 의견교환을 통해 CEO 고액 연봉 논란은 줄어들 것”이라고 제언했다.[시사포커스 / 박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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