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앞두고 민심 향배 주목

▲ 새누리당 안덕수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받아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재보선이 4곳의 지역구에서 치러질 전망이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안덕수 새누리당 의원(인천 서·강화을)이 12일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해, 4·29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역이 서울 관악을, 경기 성남 중원, 광주 서구을을 포함해 4곳으로 늘어났다.

옛 통합진보당은 물론 정의당과 재야 단체인 국민모임이 각자 후보를 내기로 하면서 야권이 분열 양상이다. 또 광주에서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이 무소속 출마를 감행하면서 새정치연합은 비상이 걸렸다. 반면 새누리당은 한 석은 확보했다는 분위기다.

이번 재보선은 첫 공천을 행사한 김무성 대표와 취임 뒤 첫 심판대에 오르는 문재인 대표의 대결로 두 사람은 선거 결과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재보선 3곳서 4곳으로

새누리당 안덕수(인천 서구 강화을) 국회의원이 12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2012년 총선에서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선거비용을 지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회계책임자 허모(43) 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사무소 회계 책임자가 징역형이나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해당 의원은 당선무효 처리가 된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권은희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새누리당은 지역 유권자의 민심을 잘 살펴, 지역을 대변할 수 있는 최고의 일꾼을 찾겠다”며 “이번 4월 재보선에서 인천 서구·강화을 유권자들로부터 다시 한번 선택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새정치민주연합은 김영록 수석대변인도 인천 서구·강화을의 재보궐 선거 방침에 대해 “내일부터 공모에 들어가서 절차에 따라 진행할 계획”이라며 “결과를 보고 경선 여부와 일정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4.29 재보궐 선거는 3곳에서 4곳으로 1곳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인천 강화을을 포함해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로 공석이 된 서울 관악을, 경기 성남중원, 광주 서구을 지역에서 선거가 치러지게 될 예정이다.

여당 텃밭인 인천 서구 강화을을 제외하면 나머지 3곳은 야당의 강세지역이다. 그러나 야당의 강세지역에도 불구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이 의석을 가져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야권이 분열하면서 혼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국민모임 신당추진위원회는 선거가 치러지는 지역에 독자후보를 내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의당, 노동당뿐만 아니라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도 이번 선거에 합세했다.

특히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면서 분열의 분위기는 더욱 강해졌다.

야권 내 후보간의 경쟁으로 재보선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연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4월 재보궐 선거와 관련해 국민모임과 노동당, 노동정치연대 등 진보정치세력에 공동대응을 제안했으며 앞으로의 연대 가능성도 주목된다.

다만 야권 세력은 새정치연합과의 연대는 차단하는 쪽에 무게를 실고 있다. 새정치연합 역시 ‘원칙없는 야권 연대는 없다’는 문재인 대표의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어 이번 선거는 ‘일여다야(一與多野)’의 경쟁 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천정배, 연대 움직임 주목

▲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면서 광주 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야권 분열이 우려되는 상황에 진보진영과 천 전 장관 모두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이번 선거 지역 4곳 가운데 가장 이목이 집중되는 곳은 ‘광주서을’ 지역구다. 이곳은 새정치연합의 당의 뿌리인 지역이기도 하고 천 전 장관은 탈당하면서 무소속으로 광주서을 지역구 출마를 선언해 새정치연합과의 본격적인 경쟁이 이뤄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천 전 장관은 광주에서 정치활동을 재개한 만큼 인지도와 지지도에서 다른 후보에 비해 앞서는 편이다. 때문에 진보진영의 선거연대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진보진영에서는 새정치연합을 대체할 야당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어 정의당·국민모임 등이 ‘비(非) 새정치민주연합’ 연대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9일 천호선 대표는 상무위원회 모두발언에서 “공동실천을 통해 신뢰를 쌓아가며, 한걸음씩 진보정치의 재편강화와 야권혁신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천 대표는 새정치연합의 호남 독점을 막기 위한 연대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천 전 장관과의 연대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이다.

천 대표는 12일 광주시의회에서 “천 전 장관의 야권혁신에 대한 비전이 분명하고 함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 연대를 검토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천 대표는 “천 전 장관의 새정치연합 탈당과 출마가 과연 야권의 혁신과 판을 바꾸는 변화를 가져오는 대승적 정치행보인지, 아니면 전력공천을 받지 못해 그런 것 아니냐는 항간의 의문이 일리가 있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천 전 장관은 국민모임과의 연대가 주목된다. 국민모임이 창당을 준비하는 가운데, 정동영 새정치연합 전 상임고문이 탈당해 합류했다. 또한 국민모임은 천 전 장관에게 끊임없이 합류 제의를 한 바 있어 천 전 장관에 대한 신뢰를 보냈다.

12일 정동영 전 상임고문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천 전 장관의 출마를 환영하며 호남에서 새정치연합의 1당 독주 체제를 깨기 위해서는 1대1 선거 구도를 만드는 게 급선무”라며 “이 지역 선거에 있어서는 천 전 장관을 중심으로 야권이 뭉치는 게 자연스럽다”라고 연대 및 후보단일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정 전 장관은 “그러나 국민모임 내부에서는 아직 이 지역에 일단 후보를 내야한다는 독자후보론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며 “이미 후보를 결정한 정의당 입장도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천 전 장관도 11일 tbs 라디오 <퇴근길 이철희 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두루두루 문제의식을 같이 한다면 호남에서 일당 기득권 구조를 넘어서는 것이 중요하다는 문제의식을 함께 한다면 서로 연대할 수 있겠다, 이렇게 저도 생각하고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김무성-문재인 첫 대결

▲ 4.29 재보선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첫 대결이 펼쳐질 가운데, 선거 결과에 따라 두 사람의 향후 정계개편의 주도권 확보에 주목된다. 사진 / 유용준 기자

이번 재보궐 선거는 여야 대표의 리더십을 평가하기 위한 첫 심사대로 선거 결과에 따라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은 후보자가 경합할 경우 전략공천 없이 국민참여경선으로 후보자를 결정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참여경선에서는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경선 대상을 확정하고 권리당원 50%의 직접투표와 일반 유권자 50%의 비율로 후보를 최종 확정한다.

새누리당도 경선을 통해 후보를 확정할 방침이다. 인천 서구 강화을 지역은 의원직을 상실한 안덕수 의원뿐 아니라 이경재 전 새누리당 의원이 내리 4선을 한 여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된다.

새누리당도 후보자를 100% 여론조사 방식으로 선출하기로 했다. 여론조사에서는 일반 국민 70%, 당원 30% 비율의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는 공천심사 기준을 확정했다. 그러나 후보자가 정해지지 않을 경우 전략공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당내 잡음이 들리고 있는 상태다.

이번 선거는 수도권에 3곳이나 집중돼 내년 4·13 총선을 1년 앞두고 민심 향배를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다.

새누리당은 소속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한 인천 강화을 지역은 여당의 표밭으로 일단 의석 1곳을 차지하고 재보선에 임한다는 분위기다.

또한 야권 분열로 인해 나머지 지역에서 추가로 의석을 차지하게 된다면 김무성 대표 체제에 더욱 힘이 실릴 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가 집권 3년차를 맞아 국정동력 회복의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지역에서 패배하게 된다면 친박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 지도부를 향한 비판과 함께 당내 결집이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 대표는 취임한 이후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물론 차기 대권 주자로서 크게 앞섰다. 아직까지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로 인해 그 분위기는 반전될 수 있다.

새정치연합은 정동영 전 의원에 이어 천정배 전 의원까지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지도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또한 이번 선거의 목표치를 1석 이상의 확보로 잡고 있어 당 지도부 역시 새누리당과의 경쟁, 진보진영과의 경쟁 등 상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내년 총선까지 당이 자중지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다수의 후보가 출마하면서 표 분산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대표의 대결의 승자와 패자가 가려지는 첫 대결장인 4.29 재보선을 통해 향후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누가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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