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장성급회담 이틀째 회의 시작전『민족순혈주의』논쟁

(판문점=공동취재단) 17일 오전 10시 제4차 남북 장성급회담 이틀째 회의 시작에 앞서 양측 대표단은 긴장을 풀기 위한 ‘의례적인’ 환담을 잠시 주고받았다.그런데 이 환담이 느닷없이 ‘민족 순혈주의’ 논쟁으로 탈선하면서 오히려 긴장감을 높이는 역효과를 불렀다. 날씨와 농사 얘기로 화기애애한 덕담을 주고받던 양측은 농촌 총각의 결혼 얘기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북측 김영철 단장이 “농사철인데,남쪽은 기후가 더 따뜻하니가 농민들이 좀더 빨리 부지런히 일하고 있겠다.”고 하자,남측 한민구 수석대표는 “그렇다.모내기를 시작하고 있다.”고 화답했다.그러면서 한 수석대표는 “농촌 인구가 줄어들어 농촌 총각들이 요즘 몽골,베트남,필리핀,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온 처녀들과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그만큼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 말을 북측 김 단장이 정색을 하며 심각하게 받으면서 분위기가 냉랭해 졌다.김 단장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단일 민족이 달라질까 걱정이다.우리나라는 하나의 혈통을 중시해 왔다.(그 처녀들이) 어떻게 오게 된건지는 모르겠는데 민족의 단일성이 사라질까 걱정이다.”고 했다. 그러자 한 수석대표는 웃으면서 “한강물에 잉크 한 방울 떨어뜨리는 수준이다.주류가 있기 때문에 다같이 어울려 살면 큰 문제가 없다.”는 말로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김 단장은 “우리는 예로부터 삼천리 금수강산이다.잉크 한 방울도 떨어뜨려서는 안된다.깨끗하지 못하면 좋지 않다.혼탁하게 살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에 한 수석대표도 “의미가 깊은 혼탁이 아니다.예전 역사를 보면 우리는 동이족이었는데 주변의 말갈,여진,만주족 등과 함께 있으면서도 한민족의 정체성을 지켜왔다.”고 받았다. 그러자 김 단장은 “그 얘기도 맞지만,고조선에서부터 중세,근대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단일 민족으로 이어져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한 뒤 “시간이 없으니 시간 낭비하지 말고 회담에 들어가자.기자들은 좀 나가달라.”고 하면서 냉랭한 환담은 어색하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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