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저가공세?탄소배출권 거래제에 ‘흔들’

▲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해 각종 일회성 비용 등이 상당히 많이 발생해 저조한 당기순이익을 기록, 투자자분들에게 죄송스럽다”며 “올해는 이 같은 각종 손실을 사전에 방지해 2조원이상의 순이익 내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포스코를 둘러싼 환경은 여전히 불안한 형국이다. ⓒ뉴시스

포스코가 저조한 순이익을 기록한 가운데,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2015년 경영목표로 “2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약속을 이행하기엔 포스코를 둘러싼 상황이 심상치 않다. 중국산 저가공세로 시장이 휘청이는데, 철강업황 자체가 불안한 상황이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포스코는 중국에 ‘파이넥스 공법’을 최초로 수출하는 등, 우수한 기술력을 위기를 돌파할 열쇠로 손에 쥔 모양새다.

포스코가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대비 절반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가격하락 등에 힘입어 3조원(연결기준)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지만 순이익이 크게 줄어든 만큼 향후 자금 운용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5567억원으로 58.9% 감소했다고 29일 공시했다. 같은기간 매출액은 65조984억원으로 5.2%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3조2135억원으로 7.3% 증가한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단독기준으로는 영업이익이 2조3500억원으로 전년대비 6.1% 증가한 반면 매출액은 29조2189억원으로 4.3% 감소했다. 순이익은 1조1390억원으로 28.0% 감소했다. 단독기준 영업이익률은 8.0%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5일 서울 여의도 국제거래소에서 열린 2015년도 기업설명회에서 “지난해 각종 일회성 비용 등이 상당히 많이 발생해 저조한 당기순이익을 기록, 투자자분들에게 죄송스럽다”며 “올해는 이 같은 각종 손실을 사전에 방지해 2조원이상의 순이익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최근 포스코는 중국에 ‘파이넥스 공법’을 수출하기로 하면서 우수한 기술력을 입증받았다. 포스코가 술력을 앞세워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뉴시스

◆중국산 철강재 수입급증…위기상황
그러나 권 회장의 목표 달성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러 악재가 겹겹이 포스코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중국산 철강재의 수입급증으로 인한 국내 철강수급의 위기상황을 들 수 있다. 철강업종은 중국산 철강재의 수입급증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철강재 수입은 물량 기준 전년대비 35% 증가했다. 중국 철강업계가 ▲철강생산ㆍ소비의 저성장 ▲가격 하락세 지속 ▲제로마진 시대로의 이행 등 3저 상황의 돌파구를 해외의 밀어내기로 찾기 때문이다. 철강업계는 춘절 이후 3월부터 저가 철강재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권 회장은 지난달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서 “지난해 철강재 수입은 전년보다 17.3%나 증가한 2274만톤으로 2008년 이후 최고치에 달했고 특히 중국산은 35%나 증가한 1340만톤이 유입돼 국내 철강수급의 위기상황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도 글로벌 수요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가운데 가격 하락이 지속돼 국내 철강산업의 수익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중국의 성장둔화와 구조개편에 의한 뉴노멀 시대 진입은 큰 시련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이 급증한 이유는 중국경제가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하면서 철강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자 과잉생산된 물량을 수출을 통해 한국으로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중국에서 현재 2037개의 철강 증설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철강 생산량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인 것이다. 2014년 기준 중국의 조강 생산능력은 연간 11억6000만톤에 달한다. 세계 생산의 49.4%를 차지하는 막대한 비중이다.

중국은 성장률이 8%대에서 7%대로 낮아지며 철강재 수요가 하락하는 추세다. 지난해 중국내 철강 수요는 4% 감소한 7억4000만톤에 그쳤다. 철강제품 수입량 역시 115만톤으로 14.7% 줄었다.

중국내 수요 부진으로 인해 수출은 꾸준히 증가 중이다. 중국 해관총서(세관)에 따르면 중국의 철강제품 수출량은 지난달 1029만톤으로 13개월 연속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이 중 다량이 한국으로 유입된다. 20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내수 대비 수입철강재 비중은 2013년 대비 3.4%포인트 상승한 40.9%를 기록했다. 이 기간 국내 수요는 전년대비 7.7%(5105만톤) 증가한 반면 수입은 17.5%(2089만톤) 증가하는 등 수입재의 시장 잠식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협회측은 2014년 한해 동안 철강수입이 2013년 대비 17.3% 증가한 2274만톤, 내수 대비 수입재 비중은 41%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수 대비 수입재 비중이 40%를 넘어선 것은 2011년 41%를 기록한 이후 3년만이다. 2012년과 2013년 내수 대비 수입재 비중은 38.3%와 37.5%를 기록했었다. 2013년 기준으로 미국의 수입재 비중이 31.7%, 중국 2.1%, 일본 8.3% 였던 것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의존도를 나타내고 있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글로벌 주요 철강국 중 수입재 비중이 40%내외를 지속하고 있는 국가는 역사적으로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산 철강재 수입이 늘면서 수입단가와 국내 철강재 가격도 하락했다. 대표적 철강재인 열연강판은 지난해 11월 평균 수입단가가 전년 11월보다 6.3% 하락하는 등 2012년부터 계속 내림세를 걷고 있다.

철강업황 자체에 대한 우려도 있다. 글로벌 철강 경기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중국 업황 턴어라운드가 예상보다 느려지는 데다 철광석 가격이 계속 떨어지면서 제품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철광석 가격 전망을 톤당 80달러에서 66달러로 17% 내리며 철강 업황 전망을 ‘중립’에서 ‘부정’으로 전환했다. 중국 경기의 둔화 속도도 걱정스럽다. 중국의 지난 1월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19.9%나 감소하면서 원자재 수요 감소 우려가 덩달아 커졌다.

특히 철광석의 경우 수입액이 가장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중국 경제성장 속도가 느려지면서 철강 잉여가 더욱 넘칠 것으로 우려된다”며 “중국산 철강이 싼 가격을 내세워 한국에 넘어오면 국내 철강 업계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뉴노멀 정책 기조에 따른 중국 주요 산업의 변화의 흐름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안병국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시진핑 정부는 환경, 민생개선을 특히 강조하면서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면서 “국내 기업들은 중국시장이 굴뚝산업에서 친환경·첨단산업으로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에 신속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탄소배출권 거래제’ 

▲ 포스코는 이제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라는 또 다른 시련에 직면해 있다. ⓒ뉴시스

포스코는 이제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라는 또 다른 시련에 직면해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는 정부가 1차 계획연도인 2018년까지 각 기업에 할당한 탄소배출량을 놓고 할당량보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이 한국거래소(KRX)에서 배출권(KAU, 탄소 배출량 1톤에 해당)을 서로 거래할 수 있게 만든 제도다.

철강업계는 정부가 할당한 탄소배출량이 업계 요구량보다 부족해 추가 발생분에 대한 부담을 고스란히 기업들이 져야한다고 주장한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철강업계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1차 계획기간에 정부에 요청한 탄소배출권 할당량은 3억2700만 톤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책정한 배출총량은 3억600만 톤으로 2100만 톤이 부족하다.

포스코는 정부로부터 얼마의 배출권을 할당받았는지에 대해서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동안의 생산량을 근거로 할당량을 정했기 때문에 이들 두 기업이 철강업계 가운데 손실도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할당한 탄소배출량을 맞추려면 철강회사들은 올해부터 개장한 KRX배출권 시장에서 1톤당 1만 원인 배출권을 구입하거나 1톤당 3만 원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철강협회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로 철강업체들이 앞으로 3년 동안 3650억 원의 추가부담금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감축 목표량이 더 많아지는 2018년부터 비용부담이 수 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기업의 부담이 커지면서 경쟁력이 약화하거나 자칫 철강산업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철강산업이 중국의 저가 공세에서 살아남기 위해 품질개발 등 연구개발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자금 부담에 발목이 잡힐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달 5일 한국철강협회 신년 인사회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시행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권 회장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중국은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를 시행하지 않는다”며 “중국산제품에 국경세를 부과하든지 하는 방법으로 공정한 경쟁을 유도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중국의 저가공세와 탄소배출권 거래제 등의 문제들이 단기에 해결될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인 만큼 살아남기 위한 철강업체들의 체질개선이 시급한 셈이다.

◆해답은 기술력?
포스코가 꺼내든 위기돌파 카드는 바로 ‘기술력’이다. 포스코는 독자 개발한 제철기술인 ‘파이넥스 공법’을 중국에 처음 수출한다.

10여 년간의 연구개발(R&D) 끝에 2007년 상용화에 성공한 포스코의 파이넥스 공법은 원료를 사전 가공처리하지 않고 바로 투입해 쇳물을 뽑아내는 신공법이다. 기존의 고로 공법은 코크스 제조 공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대기오염 물질이 발생하고 이를 처리하기 위한 비용도 들어간다. 반면 파이넥스 공법은 코크스 제조 공정을 생략할 수 있어 친환경적이며 생산원가도 15%가량 낮출 수 있어 경제적이다.

포스코와 충칭강철이 절반씩 투자해 짓는 합작법인은 150만톤 규모의 파이넥스 공장 2기와 최첨단 일체형 강판 제조 공정에 연결된 일관제철소다. 양사는 파이넥스 공장에 25억달러(약 2조7천억원), 냉연도금 공장에 8억달러(약 9000억원) 등 총 33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포스코가 파이넥스 기술을 적용한 제철소를 해외에 건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 실무부서에서 파이넥스 기술에 대한 타당성 검토가 모두 승인된 상태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가 작성한 기안을 상무부와 리커창 총리가 서명하는 절차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달 24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왕양 중국 부총리 초청 오찬 이후 “충칭 프로젝트에 대해 중국 측이 신속히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 합작법인에 파이넥스 기술을 전수하고 투자비의 3∼5%의 기술 사용료를 받기로 하면서 사실상 기술을 수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 시사포커스 / 정주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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