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 추가 공개…靑-與 후폭풍 맞을지도

▲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언론외압 의혹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자 청문회를 통해 거듭 사과했다. 사진 / 유용준 기자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 표결이 오는 16일로 미뤄졌지만 언론사 외압 의혹 등으로 여론이 악화된 상황이다. 만약 여당이 야당 반대를 무시하고 이 후보자를 총리에 올려놓더라도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앞서 새정치연합이 녹취록 일부 공개한 것에 이어 또 다시 언론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인사내정에 개입했을 것이라 의심되는 발언이 추가로 공개됐다. 이에 따라 이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돌아서면서 총선과 대선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불투명하다.

◆추가 녹취록 공개…후폭풍 우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녹취록 논란은 기자 4명과 함께 하는 식사자리에서 한국일보의 한 기자가 녹취를 하면서 언론에 공개됐다. 이후 한국일보는 취재 윤리에 어긋난 행동이었다며 즉각 사과했으며 이 후보자도 청문회를 통해 거듭 사과했다.

그러나 논란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았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을 포함한 야권에서는 이 후보자의 언론관에 관해 의심스러운 대목이라며 일제히 비난을 퍼부었다.

특히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언론관을 집중 추궁하며 녹취록을 틀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여당 의원들과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정회 중간에 국회 정론관에서 일부 녹취록의 내용을 공개했다.

이 후보자는 녹취록이 공개되기 전에는 일부 부인했지만 녹취록이 공개되고 나서는 실수였다며 발언을 번복해 더욱 논란이 증폭됐다.

새정치연합이 공개한 녹취록 내용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자리를 함께한 기자들에게 “나도 대변인 하면서 지금까지 산전수전 다 겪고 살았지만 지금도 너희 선배들 나하고 진짜 형제처럼 산다… 40년 된 인연으로 이렇게 산다. 언론인 대 공직자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 인간적으로 친하게 되니까… 내 친구도 대학 만든 놈들 있으니까, 교수도 만들어주고 총장도 만들어주고”라고 말했다.

또 김영란법과 관련해서는 “김영란법에 기자들이 초비상이거든? 안되겠어, 통과시켜야지, 진짜로. 이번에 내가 지금 막고 있잖아. (법안을) 통과시켜서 여러분들이 한번 보지도 못한 친척들 때문에 검경에 붙잡혀가서 ‘당신 말이야 시골에 있는 친척이 밥 먹었는데 그걸 내가 어떻게 합니까’ 항변을 해봐. 당해봐”라며 “내가 이번에 통과시켜버려야겠어”라고 밝혔다.

또 12일 <미디어오늘>의 추가로 공개된 녹취록 보도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점심식사자리에서 “한국일보 승명호 회장 그 사람 형 승은호 회장, 내가 도지사 그만두고 일본 가 있었어요. 7개월 동안. 일본에 가 있던 집이 승 회장 집이야. 세상이 다 이렇게 엮여 있다고. 모른다고, 어떻게 될지. 이게 무서운 얘기 하는 거야. 60 넘어가면 어디서 어떻게 엮일지 몰라”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승명호 회장은 지난달 한국일보를 인수한 동화그룹 회장으로 지난 2일 한국일보 회장(공동대표이사)으로 선임됐다. 승은호 코린도그룹 회장은 승명호 회장의 친형이다.

이 후보자는 또 전임 한국일보 부장을 거론하며 “그러니까 인생사라는 게 서로들 얽혀 있어서 함부로 하면 안 돼. 대한민국 사회는 특히. 그래서 내가 언론인들 많이 챙긴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침착하게 남을 도와주는 마음으로 가면 언젠가는 그게 리턴이 돼요. 막 그렇게 해버리면 너도 데스크로 가는 거지. 너도 너 살려고 할 거 아니야. 빼 하면 뺄 수밖에 더 있어? 그렇지 않소… 우리 사는 게 흠이 있더라도 덮어주시고, 오늘 김치찌개를 계기로 좀 도와주소”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이 후보자는 한국일보 회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인사에 개입할 수 있는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완구 여론 대폭 악화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12일 새누리당의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단독 처리 규탄사를 낭독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내정됐을 당시 여야, 여론 또한 환영해주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하나하나씩 제기되기 시작했다.

자신과 차남을 둘러싼 병역 의혹부터 부동산 투기 의혹, 논문 표절 의혹, 삼청교육대 관련 업무 의혹 등 점차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언론외압과 김영란법 관련한 녹취록이 공개되자 당초 환영했던 분위기는 정반대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이 후보자가 국무총리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41%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진행된 기간 중 실시된 조사 결과다.

13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인사청문회 첫날인 10일부터 12일까지 전국 성인 1010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41%로 적합하다는 의견(29%)보다 크게 차이 났다.

지난달 27~29일 총리 후보로 내실시한 조사에서는 이완구 후보의 신임 총리 적합 여부에 대해 ‘적합’ 39%, ‘부적합’ 20%, ‘의견유보’ 41%로 나타난 바 있다.

한국갤럽은 이 후보자의 ‘언론관’이 드러난 녹취록 공개 등의 의혹이 제기되면서 적합의견은 10%포인트 줄었고 부적합의견은 두 배 가량 늘어나 여론의 기류가 부정적으로 바뀌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가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은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64%), 3040 세대(53%), 광주전라(51%) 등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적합하다’는 의견은 새누리당 지지층(51%), 60세 이상(55%), 대구경북(45%) 지역 등에서 우세했다.

한편 수많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난 12일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단독으로 채택했다. 이어 새정치연합은 예정됐던 본희의를 막아서면서 오는 16일 본회의를 연기시켰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표결을 강행해 이 후보자가 국무총리 임명이 최종으로 확실시 된다면, 여론이 대폭 악화돼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이 커다란 후폭풍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 후보자 자신이 책임총리의 역할을 강조했지만 자격 논란을 두고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점과 여야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반쪽짜리 총리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출신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13일 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여당에서 (총리 인준안을) 일방적 처리로 통과시키게 되면 야당은 (이 후보자를) 총리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 나오지 않겠나”라며 “이렇게 되면 이 후보자는 (총리가 되더라도) 어떤 질의응답 같은 것도 제대로 잘 안 될 수도 있다”고 향후 정국상황에 대해 우려하기도 했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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