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입찰 효성·오릭스 발 뺴고 6곳으로 압축…흥행 몰이 성공할까

 

▲ 브랜드 KT금호렌터카를 운영하는 KT렌탈 인수전이 본입찰을 마감해 인수 후보가 6곳으로 압축됐다. ⓒKT렌탈

국내 점유율 1위 렌터가 업체 KT렌탈 인수 후보가 6곳으로 압축되면서 인수전이 본격적인 흥행몰이에 나섰다.

28일 KT렌탈 매각자문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KT렌탈 지분 100%에 대한 본입찰 접수를 마감한 결과 SK네트웍스·롯데·한국타이어·SFA 등 전략적투자자(SI) 4곳과 MBK파트너스-IMM PE 컨소시엄·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 등 2곳의 재무적투자자(FI) 등 총 6곳에서 제안서를 냈다.

지난해 예비입찰을 통과한 효성과 일본계 금융업체인 오릭스는 결국 본입찰 마감 직전 철회 의사를 밝혀 참여하지 않았다. 오릭스는 현대증권 인수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본입찰적격자(쇼트리스트) 선정에서 본입찰 참여 의사를 밝혔던 기존의 인수 후보 9곳은 6곳으로 압축됐다. 9곳 중 효성과 오릭스는 참여 의사를 철회했고 MBK파트너스와 IMM PE는 합종연횡을 통해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KT렌탈 인수전은 향후 2월 첫째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최종 실사 등 후속 작업을 거쳐 3월 초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흥행몰이 암초는 ‘경영진’?
KT렌탈은 렌터카 업계 1위로 KT가 내놓은 매물 가운데도 ‘알짜’로 손꼽히는 계열사다. 업계에 따르면 렌터카 사업, 통신장비 대여 등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KT렌탈은 지난해 매출이 1조원이 넘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고 특히 렌터카 사업의 경우 시장점유율 26%로 2위 사업자인 AJ렌터카(13.4%)를 멀찌감치 따돌리며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이처럼 KT렌탈의 사업성이 워낙 튼튼하기 때문에 KT 황창규 회장이 비주력 사업부를 정리하고 그룹 슬림화를 통해 전체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것을 선언하면서 KT렌탈이 매물로 나오게 되자 KT 내부에서도 반발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KT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인수 당시에 비해 최대한 큰 가격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현재 KT렌탈의 매각가격으로는 8천억원 대에서 최대 1조원까지 거론되고 있어 3천억원 대에 금호렌터카를 인수했던 것과 비교해 볼 때 최소 5000억원 이상의 차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예비 입찰 당시에 제출된 금액은 6000억~9000억원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황창규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높은 가격을 고수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면서 스무 곳에 가까운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던 구도가 절반으로 반토막났다. 여기에 본입찰 마감때도 재무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포기를 선언했다. KT렌탈 인수전의 더 큰 흥행을 막은 것이 경영진이라는 얘기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KT 측은 1조원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같은 경영진의 입장 때문에 예정가격보다 낮게 인수가격이 형성될 경우 “그 고생하며 인수해 키운 KT렌탈을 그 가격에 파느냐”는 비판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이 모든 고민은 애초에 KT렌탈의 매각에 대한 명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KT 경영진은 최대한 높은 가격을 받으려는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나름 인수전이 흥행몰이에 성공하고 있으나 인수 후보자들에게 세금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점이 인수 가격 높이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1개월 이상 장기 대여된 차량을 비업용으로 보고 세금을 매긴다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법인 고객 비중이 높아 장기 렌터카 고객이 많은 KT렌탈의 수익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KT렌탈이 보유하고 있는 장기 대여 차량은 70%가 넘는 총 8만대 수준으로 업계에서는 대략 300억원 이상의 세금이 추가적으로 부과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세금이 장기 대여 가격에 반영될 경우 고객 이탈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인수 후보자들이 실제 써낼 인수 금액이 낮아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 선택과 집중을 내세우며 알짜 회사인 KT렌터카를 시장에 내놓은 KT 황창규 회장 등 경영진은 인수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을 경우 거센 비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선두 달리는 SK네트웍스
현재 가장 유력하게 인수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곳은 SK네트웍스다. SK네트웍스는 SK그룹 내에서 렌터카 사업을 맡고 있는데 지난해 3분기 기준 시장 점유율 6.8%로 업계 4위에 위치해 있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10월 대치동 사옥을 매각해 3010억원을 마련하는 등 KT렌탈 인수를 위해 1조원 이상의 실탄을 준비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이미 대치동 사옥 매각 전인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도 SK네트웍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의 규모는 1조 763억원으로 파악된 바 있다. 대치동 사옥 매각 대금 3010억원은 2월 초에 입금된다. 여기에 PEF 운용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도 SK네트웍스에 가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SK네트웍스가 가지는 강점은 렌터카 업체이기 때문에 렌터카 사업을 지속해 나가는 데 노하우가 풍부하다는 점이다. 또한 SK네트웍스는 주유소 및 차량정비 사업까지 영위하고 있어 시너지 창출도 가능하고 법인고객 비중이 큰 KT와 달리 개인고객 비중이 큰 SK네트웍스의 업무 영역이 겹치지 않아 구조조정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큰 강점이다. 여기에 SK가 주는 브랜드 파워와 비교적 원만한 노사관계 역시 SK네트웍스의 승리 가능성을 한 몫 거들고 있다.

KT로서는 매각 가격 이외에도 노조의 반발, 인수회사의 평판, 매각 이후 KT렌탈의 안정적 성장까지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SK는 지난 2012년 하이닉스를 인수할 때 100%의 고용승계를 실행한 바 있다.

여기에 SK그룹 차원에서도 인수 의지가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이미 렌터카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KT렌탈을 인수했을 때 향후 운영 등에서 가장 이상적인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SK가 경쟁사인 KT를 도와주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SK가 경쟁관계인 KT의 구조조정에 힘을 실어주는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인수전 열기가 과열돼 자칫 매각대금이 지나치게 올라갈 경우 최후의 승자는 결국 KT 황창규 회장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또한 KT 입장에서는 경쟁 관계인 SK 계열사에 알짜 사업부인 렌터카 사업을 넘겨 주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KT렌탈의 일반렌탈 장비 중 측정기 등에는 KT 내부 IT자료가 저장돼 있어 기밀이 경쟁사로 흘러갈 우려도 존재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MBK파트너스 재입성할까
SK네트웍스 다음으로 거론되는 곳은 M&A의 귀재로 불리는 김병주 회장의 MBK 파트너스와 IMM PE의 사모펀드 컨소시엄이다. 특히 MBK 파트너스는 국내 M&A가 있는 곳은 어디든지 나타나는 문어발식 확장력을 자랑하고 있고 또한 그간 수 차례 대형 M&A를 성사시킨 바 있다.

더욱이 MBK파트너스는 KT렌탈을 경영해 본 경험이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0년 3월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KT렌탈의 전신인 금호렌터카를 2600억원에 KT와 공동으로 인수해 금호렌터카의 경영권을 손에 넣었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KT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전격 컨소시엄을 구성함에 따라 지출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었고 여기에 페어 밸류 풋옵션을 통해 2년 뒤 두 배 가까운 차익을 실현하고 발을 뺐다.

게다가 MBK파트너스는 2조원이 넘는 3호 펀드가 있어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자금력과 경험 면에서 SK네트웍스와 함께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혀 왔다. 더군다나 인수 경쟁자였던 IMM PE와 전격으로 컨소시엄을 결성하면서 더욱 경쟁력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MM PE 역시 로즈골드 2호에서 1000억원 대 자금을 남겨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ING생명과 웅진코웨이 인수를 마무리 지으면서 대형 거래의 주인공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2013년에 비해 지난해에는 큰 실적은커녕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만 키웠다는 평가 역시 MBK파트너스가 KT렌탈 인수를 강하게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걸림돌이다. 특히 MBK파트너스는 케이블 사업자 씨앤앰의 정리해고 과정에서 갖은 잡음을 노출한 바 있고 ING생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최근 들어 사모펀드의 ‘기업 사냥’에 대한 시선은 어느 때보다도 부정적인 것이 사실이다. 오직 수익만을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가 둘 씩이나 연합해 인수할 경우 직원들이 강력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과거 금호렌터카를 KT와 인수해 운영할 당시 불협화음을 냈던 기억도 KT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MBK파트너스가 금호렌터카에서 발을 빼는 과정에서 양 사는 기업공개 추진과 풋옵션 행사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고 관계가 악화된 기억을 안고 있다. IMM PE와의 컨소시엄 결성 자체에 대한 의문도 여전히 남아 있다.

또 다른 사모펀드 어피니티에퀘티파트너스(AEP·이하 어피니티)도 강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실제 어피니티는 금호렌터카 시절부터 눈독을 들였고 지난해 초 황창규 회장이 KT에 취임한 이후 가장 먼저 접촉해 인수 의향을 전달하는 등 KT렌탈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어피니티는 더페이스샵, 하이마트, 오비맥주 등에서도 뛰어난 역량을 발휘한 바 있다.
여기에 어피니티는 외국계 펀드이기 때문에 과점 주주에 부과하는 간주취득세로 추산되는 400여억원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점도 강점 중에 하나다. 정확히 50%로 지분을 나눌 경우 세금이 면제되기 때문에 MBK파트너스와 IMM PE는 이 간주취득세에 대한 부담으로 연합을 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 컨소시엄이 인수에 성공한 전례도 있다. 업계에서는 과거 OB맥주 인수전에서 PEF들로 이뤄진 컨소시엄이 최종 승자가 됐던 선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 KT렌탈 매각에서도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외국계 PEF인 KKR과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약 2조3000억원에 OB맥주의 경영권을 사들인 뒤 지난해 1월 약 4조3000억원에 재매각해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이 중 어피니티는 이번 KT렌탈 인수 후보 6곳 중 한 곳이기도 하다.

▲ 현재 6곳 중 SK네트웍스가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오른 가운데 사모펀드 연합과 각 기업들도 쟁쟁한 면모를 드러내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각 사 홈페이지

◆후보 기업들, 불안 요소에도 쟁쟁
SK네트웍스와 사모펀드들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현재 강점보다 불안 요소를 더 많이 노출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타이어는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에 참여해 1조원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라 자금 압박이 적잖다. 실제로 한국타이어는 본입찰 마감 당일인 28일 오전까지도 본입찰에 참가하지 않기로 내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으나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사장이 조양래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을 설득해 결국 다시 이사회를 소집하고 최종적으로 본입찰에 참여키로 했다. 한국타이어는 원래 효성·오릭스 등과 연합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양사가 본입찰 참여를 포기함에 따라 계열사인 아트라스BX와 공동으로 이번 본입찰에 참여했다.

현재 렌터카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 않는 롯데 역시 약세라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는 롯데캐피탈·롯데카드·롯데손해보험 등 금융 계열사와 시너지를 누리기 위해 이번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롯데그룹이 현재 제2롯데월드 공사를 진행하는 중이기 때문에 자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말 인수의향서(LOI) 접수 당시에도 롯데는 가장 적은 7000억원대 금액을 제시했다고 전해졌다. 여기에 오릭스와의 컨소시엄 구성 제안도 오갔으나 오릭스가 결국 발을 빼면서 경쟁력이 더 악화됐다는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와 롯데는 내부적으로 무리한 가격을 써내지 않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신사업 진출을 고민중인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SFA가 본입찰에 뛰어든 점은 이채롭다. 사업과의 연관성도 없는 편이고 자금력 면에서 아무래도 대기업과 사모펀드를 따라가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한 때 SFA와 KT 황창규 회장의 연관성까지 나돌았다. SFA는 삼성항공(현 삼성테크윈) 자동화사업부가 전신이며 현재 2대 주주도 삼성디스플레이인데, KT 황창규 회장이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 출신이기 때문에 오너간 교감이 있지 않았겠냐는 얘기다.

여기에 현재 무차입 경영 상태인 SFA가 현금 보유고가 많다는 것도 강점으로 지목된다. 2013년 기준 유동자산만 4500억원으로 알려졌다. 농협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자금 조달 방안도 마련됐지만, 역시 브랜드 파워나 성과 중심의 문화면에서 KT렌탈 내부적으로 큰 반발이 예상돼 인수 가능성이 크게 높지는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수 의지가 많이 줄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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