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추상 - 상상과 자연" 전

모든 미술의 근원은 바로 '자연'을 화폭 - 물론 원시시대에는 동굴벽 등이 화폭을 대신했었다 - 에 담으려는 노력에서 비롯되었다. 압도적으로, 때로는 어르듯 부드럽게 인간을 감싸며 여러 경이와 탄성, 탄식과 절망을 안겨주는 모든 생명체의 어머니 자연에 대한 집착과 애정은 수만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데, 이런 '자연'에 대한 미술가들의 애착을 담은 작품들이 한 데 모여 전시되고 있다. 청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이미지추상 - 상상과 자연"전은, 과연 현대의 미술가들에게 자연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그리고 이를 표현하기 위해 현대 작가들은 어떤 형식을 동원했는지, 어떤 모티브로서 자연에 근접하려 하는지를 한 눈에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서, 미술팬들은 물론 일반 관람객들에게서도 좋은 반응을 얻어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김영리는, 꽃잎의 날림에 촛점을 두어 '떨어져 없어져 버리는 것'이 남기는 미학을 선보이고 있고, 이창분은 황토 위에 나무의 실루엣을 배치시키는 대담한 작업을 통해 결국 '흙'으로 귀결되는 모든 생명체의 운명성과, 그 흙 위에서 삶을 일궈나가는 생명체의 근원적인 고통과 고독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이 밖에, 전통 옹기를 통해 자연을 그대로 삶에 적용하는, 가장 순수한 의미로서의 자연의 응용을 담아낸 강철기의 작품과 물결과 여울목의 이미지를 차용해 자연 속을 부유하는 수많은 생명체들의 생멸을 표현한 이매리의 작품 등이 주목할 만하다. 이번 전시의 가장 중요한 점이라면 '인간과 자연과의 조화'라는, 얼핏 보면 그 최대 효용시기를 넘어선 듯한 주제를 담고 있으면서도, 여기에 '한국'이라는 문화권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독특한 정서와 아이템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산의 민족이다. 흔히 평지의 민족은 토론 문화가 발달하고, 산악지역의 민족의 사색 문화가 발전한다고들 하는데, 이런 '사색적 환경'을 품은 한국 나름의 이미지를 짙게 드러내는 이번 전시는, 세계 각국의 '그린' 열풍과 맞물려서도 그 독보성을 분명히 확보한 전시로서 기억될 법하다. (장소: 청담동 청화랑, 일시: ∼2004.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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