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전8기’ 만에 컷 통과

'1천만 달러의 소녀' 위성미(17.나이키골프)가 7전8기 끝에 남자 무대 컷 통과를 해냈다. 위성미는 5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 하늘코스(파72.7천135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 겸 아시아프로골프 투어 SK텔레콤오픈 이틀째 2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쳤다. 이로써 중간합계 5언더파 139타가 된 위성미는 공동17위에 올라 컷 기준 타수인 이븐파 144타를 5타나 앞서는 성적으로 컷을 통과했다. 지난 2003년 캐나다프로골프투어 베일밀스오픈, 미국프로골프(PGA) 2부투어 보이시오픈, 그리고 PGA 투어 소니오픈 3차례, PGA 투어 존디어클래식과 일본프로골프 카시오월드오픈 등 7차례 도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위성미는 부모의 고국인 한국에서 드디어 남자프로대회 컷 통과의 꿈을 이뤘다. 프로 전향 이후 두번째 남자프로대회 도전에서 컷을 통과한 위성미는 한국프로골프 사상 2003년 박세리(29.CJ)에 이어 두번째 여성 컷 통과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박세리는 SBS최강전에서 2라운드 합계 2오버파 146타를 쳐 공동29위로 컷을 통과한 뒤 최종 성적 공동10위에 올랐었다. ◆정확성으로 이뤄낸 컷 통과 이번 SK텔레콤오픈에서 위성미가 컷을 통과한 이유는 장타력도 장타력이지만 눈에 띄게 향상된 샷의 정확도와 쇼트게임 능력 덕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2라운드 내내 드라이브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난 적이 거의 없었다. 첫날 페어웨이 안착률은 무려 92.9%에 이르렀다. 이는 코스가 널찍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멀리 치기 보다는 페어웨이를 지키는 전략을 고수했기에 가능했다. 353야드에 내리막홀인 2번홀(파4)에서 4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때리는 등 위성미의 플레이는 너무나 완벽했다. 이런 페어웨이 고수 전략은 덩달아 아이언샷의 그린 적중률 향상으로 이어졌다. 또한 퍼팅 실력 역시 놀랍도록 향상됐다는 사실이다. 2라운드 내내 위성미는 먼거리 퍼팅은 대부분 홀 가깝게 붙여 다음 퍼팅을 편하게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특히 중압감이 높은 상황에서 맞은 파퍼트를 1라운드 때와 2라운드 때 각각 한차례씩만 놓쳤을 뿐 실수없이 성공시킨 것은 컷 통과의 일등공신이었다. 뿐만 아니라 위기 관리 능력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퍼팅에서 약점이 사라진 사실과 연계된 것이기는 하지만 1라운드 17번홀에서 두번째샷을 물에 빠트리고도 다음 샷을 홀 80㎝에 붙여 보기로 막아낸 것은 경기 흐름상 최대의 위기를 벗어난 대목이었다. ◆집념과 오기의 결과물 이번 위성미의 또 다른 성공요인은 오기와 집념의 결과물이다. 여론의 비난과 남녀 프로 선수들의 시기 어린 따가운 눈총 속에 좌절하면서도 결코 꿈을 접지 않았던 것이 결국 결실을 맺은 것이다. 그가 남자 무대에 도전하기 시작한 것은 하와이 지역 대회부터였다. 그렇지만 위성미의 남자 대회 출전에 대한 시각은 환영 일색만은 아니었다. ‘주니어 대회부터 우승해서 실력을 보여라', 또는 '여자 대회 우승도 못해보지 않았느냐'는 비난도 만만치 않았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마저 "또래 선수들과 겨뤄서 이기는 방법을 먼저 배우는게 좋겠다"며 은근히 남자대회 출전을 말리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꿈은 크게 갖겠다'는 위성미의 당찬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2004년 소니오픈에서 1라운드 5오버파 75타, 2라운드 4오버파 74타의 실망스러운 성적을 냈다. 곧이어 존디어클래식에서는 컷에서 1타가 부족했다. 그러나 두번째 1타차 컷오프는 위성미의 기량과 배짱이 남자 프로 선수들의 '평균치'에 가까워졌음을 알렸다. 프로 전향과 프로 데뷔전을 여자 대회(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치른 위성미는 일본프로골프 카시오월드오픈에서 프로 선수로는 처음으로 남자 대회에 출전했다. 결과는 역시 1타차 컷오프 였다. 소니오픈에서는 첫날 9오버파라는 참담한 결과를 낳기도 했었다. PGA 투어 대회에서 3차례나 언더파 스코어를 내자 여론도 어느덧 '가능성 있는 도전'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로 바뀌었고 집념과 오기는 7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결국 부모님의 고국에서 열린 SK텔레콤오픈에서 7전8기에 성공하는 밑거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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