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저지” VS “실사 못해도 인수 추진”

삼성그룹이 삼성토탈, 삼성종합화학,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등 4개사를 한화에 매각하는 ‘빅딜’을 단행했다. 계약규모가 1조9천억원대에 달하는 이 사업이 체결되자 한화그룹은 단숨에 세계적인 방산업체로 도약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삼성 4개사 근로자들이 매각반대를 외치며 연대 투쟁 돌입을 예고하면서 계열사 매각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 한화그룹이 삼성그룹과의 빅딜을 성사시켜 방위사업 분야에서 국내 1위로 자리매김했다.사진/홍금표 기자

◆한화, 삼성과 빅딜 성사…방산 1인자 ‘우뚝’

지난해 11월 26일 한화그룹은 “삼성테크원과 삼성종합화학 등 삼성 계열사 인수를 추진하며 이를 통해 방위사업과 석유화학사업 부문에서 국내 1위로 도약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이날 한화그룹은 삼성테크윈 지분 32.4%와 삼성종합화학 지분 57.6%(삼성테크윈 지분 포함 81%, 자사주 제외) 등을 삼성그룹 측으로부터 인수하는 주식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이 ‘빅딜’이 성사된 배경에 대해 삼성은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것은 삼성은 IT 전자 분야의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비중이 줄어드는 분야인 방위사업과 석유화학사업 등을 한화 측에 넘긴 다는 의미다.

삼성과 한화의 이 같은 거래에 대해 전문가들은 ‘윈윈’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삼성에서 방위산업을 담당하는 삼성테크원과 삼성탈레스가 한화 측에 매각 되면서 한화는 국내 1위는 물론 세계 35위권의 방위사업체로 올라섰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두 회사가 겹치는 영역이 많으면서도 직접적으로 중복되는 부분이 없어 기술 개발에서 유리하고 원재료 구매나 수출 등에서 유리한 입장에 있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삼성테크윈은 장갑차, 신형자주포, 탄약, 항공기엔진 부품 등을 생산하고 있고 한화는 화약, 탄약, 항공기 부품 및 로켓엔진 부품, 다련장포 등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테크윈은 2013년도 방위산업 분야에서 매출 1조5,000억원, 영업이익 600억원을 달성했고, 한화는 화약과 방위산업 분야에서 매출 1조2,000억원, 영업이익 1,200억원을 기록했다.

또 삼성테크윈의 자회사로서 한화로 함께 넘어간 삼성탈레스는 삼성테크윈과 프랑스 탈레스인터내셔널이 각각 50대50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합자회사로, 구축함 전투지휘체계, 레이더 등 감시정찰 장비 등의 군사장비를 생산하는 방산 전자회사다. 2013년도 기준 매출 6176억원, 영업이익 206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는 첨단 IT 기술력을 갖춘 삼성그룹 계열사로써 방산 분야에서 레이더, 정밀유도엔진, 항공엔진 등 기술 집약적인 사업군을 보유한 만큼 한화의 주력 사업 확대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빅딜’을 무사히 성사시키기 위해 한화그룹은 이달 중으로 4개 회사에 대해 실사에 착수, 3달 안에 마무리 짓고 상반기 중 인수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해당 4개 계열사의 근로자들이 “생존권 사수”를 외치며 한화의 실사 저지를 위해 조직적으로 반대하고 나설 것을 예고해, 이번 매각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 삼성토탈, 삼성테크윈 등 한화그룹에 매각되는 4개 회사 직원들이 매각 반대를 위한 연대 투쟁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노조, 실사 공동저지 결의 “생존권 사수”

한화그룹으로 매각이 진행중인 삼성토탈·삼성종합화학·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 등 4개사의 근로자 대표들이 매각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히고 연대 투쟁에 나선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토탈 등 4개사 근로자 대표 20여명이 지난 3일 삼성탈레스 대전사무소 회의실에서 ‘매각반대 공동대응 회의’를 개최하고 이 같이 결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4개사 근로자 대표들은 “수십 년간 동고동락한 가족 같은 분위기를 한 번에 배반한 것이 지금껏 삼성이 주장해온 인간미와 도덕성인가”라면서 “그룹의 일방적 발표에 따른 매각을 반대한다”면서 “생존권을 사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표기업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계열사 헐값 매각을 규탄하며 매각 4사 5개 대표는 이번 매각 자체가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각사 대표들은 한화그룹의 실사를 저지하는데 의견을 모았다. 구체적인 저지방안에 대해서는 각사별로 자체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매각 반대 집회와 관련해서는 사전에 협의를 거쳐 서울 서초사옥에서의 단체 상경집회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현재 삼성토탈과 삼성테크윈은 각각 노조를 결성하고 매각 반대투쟁에 본격 돌입한 상태다. 삼성탈레스와 삼성종합화학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매각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삼성탈레스 비대위 관계자는 “지난해 12월에 삼성 미래전략실과 4개사 사장들이 만난 사실이 확인됐고 사측이 움직이고 있는데 우리도 손 놓고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해 대책 회의를 빨리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월 중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실사를 저지하는 것이 우선 목표”라면서 “사무소가 가까운 삼성테크윈과는 자주 만나서 후속대책을 논의하고 있으니 조만간 단체행동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삼성 4개 계열사 매각과 관련해 “인수한 삼성 4개 계열사 임직원들은 천군만마와도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뉴시스

◆한화그룹 회장 “인수한 삼성4社 임직원, 천군마마”

매각 위기에 놓인 삼성 4개사 근로자들의 뜨거운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화는 그들에게 우호적인 자세를 취했다. 또 실사를 못하게 되더라도 인수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4개 계열사 인수와 관련해 신년사에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에서부터 창조적인 시너지는 시작될 것”이라면서 “비익조라는 상상의 새처럼 서로에게 눈이 되고 날개가 되어 부족함을 채워주는 존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그룹 내 주력사로 자리잡은 케미칼, 생명보험사 인수에 이어 그룹의 명운을 건 또 한 번의 역사적인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작년 연말 유수의 방산, 화학 회사를 새 가족으로 맞으며 변혁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면서 “인재 전쟁으로까지 일컬어지는 시대에 새로운 가족이 될 8000여명의 임직원들(인수한 삼성 4개 계열사 임직원들)은 천군만마와도 같은 존재”라며 삼성 4개 계열사 직원들을 ‘가족’이라고 일컬었다.

앞서 한화그룹은 삼성 4개 계열사 인수가 결정된 직후 원활한 합병작업을 위해 PMI(합병 후 통합)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기도 했다.

PMI TF 운영방안에 따르면, 삼성 계열사 직원들의 100% 고용승계를 약속했다. 또한 처우 및 복리 수준도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하며, 현 임원진도 최대한 유임을 보장했다.

이와 관련해 기계·방산부문 PMI 팀장인 심경섭 대표이사는 “한화그룹은 ‘혼자 빨리’보다는 ‘함께 멀리’라는 김승연 회장의 사회공헌 철학을 가지고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겨 쉽게 져버리지 않는 기업문화가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임직원에 대한 신뢰, 소통을 중시하는 경영철학을 기반으로 회사를 운영해 왔다“고 말했다.

실사 저지 움직임에 대해 한화 측 관계자는 “실사를 하지 못하더라도 빅딜이 성사될 수 있도록 계약서에 명시해 놓았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와는 계약 내용과 거래 방식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한화는 실사 저지에 대응하고자 외부 컨설팅을 통한 실사, 회계 장부를 중심으로 하는 전산 실사등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매각 진행과 관련해 최악의 경우 노조와 사측간의 물리적 충돌도 전망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에서 4개 계열사에 지급하는 위로금 규모가 앞으로 노조와의 협상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앞서 삼성은 미국 코닝사에 매각한 삼성코닝정밀소재 임직원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한화로 넘어오는 삼성 4개사 인력규모는 7300여명으로 옛 삼성코닝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어서 위로금을 둘러싼 양측간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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