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172명이 본 정치전망…정계개편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계파 대립과 탈당, 분당 등 정권 말기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내심은 선거 직후 불어닥칠 정계개편에 쏠려 있다. 지방선거 이후 정계개편은 여야를 막론하고 곧 대표주자들의 대권가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여기다 그동안 수차례 터져 나온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론', 고건 신당 출현, 한나라당 소장파를 중심으로 한 당내 권력 이동 등이 최대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풍전등화’ 열린우리당 최근 문화일보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17대 국회의원 172명 가운데 90명이 "내년 제 3의 정당이 출현해 대선이 치러질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절반 이상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똑같은 비율(50%)로 정계개편 가능성을 언급해 여야 간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여론은 5.31 지방선거 후 각 당에 선거 책임론이 불거지게 되면 계파 대립과 탈당, 분당 등이 불가측한 정치권의 새판짜기가 전개될 가능성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 정계개편 시나리오와 관련해서 정치권에서는 열린우리당만 분당할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으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모두 분당할 것이다는 식의 헤쳐 모여 방식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여야를 막론하고 이번 5.31 지방선거의 승패에 따라 생사가 갈리게 된다는 결론이다. 내각에 있다가 지난 2월 열린우리당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잡은 정동영 의장은 등장 초기 ‘신(新)몽골기병론’을 내세우며 당을 이전의 전성기로 돌려놓겠다고 자신했다. 열린우리당의 당심도 민주세력연대를 내세운 김근태 최고위원보다는 자강론을 앞세운 정 의장에 기댄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장 후보로 강금실 전 장관을 영입하고 경기지사 후보에 진대제 전 장관을 영입, 수도권 드림팀을 꾸렸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한나라당에 크게 뒤지면서 고심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 가뜩이나 지지율이 최악인 상황에서 서울시장을 비롯해 지방에서 패전을 거듭한다면 정 의장의 앞길도 그리 순탄치 않은 것이 기정사실이다. 만약 참패로 결론 난다면 이후 정치권의 정계개편은 열린우리당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책임이 지도부를 향해 쏟아지면서 대권 주자인 정 의장과 김 최고위원의 입지도 크게 흔들릴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권 말기 노무현 대통령의 레임덕과 '탈당' 움직임, '민주통합론'까지 다시 고개를 들 경우 당이 깨지는 것도 시간문제인 셈. 현재 정치권에서는 열린우리당 최악의 상황으로 레임덕과 민주통합론 고개, 고건 전 총리의 신당 창당을 보고 있다. 고 전 총리가 민주당 세를 업고 대권가도를 위한 깃발을 들 경우 기존 민주당 세력과 열린당 내 반발 세력, 일부 한나라당 세력까지도 통합한 신당 창당이 이뤄질 것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소수의 잔존세력만으로 대권에 도전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기에 정 의장과 김 최고위원의 추후 결심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열린우리당이 예상을 엎고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둘 경우 신당 출현과는 별도로 열린당의 응집력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신당 창당으로 일부 세력이 빠져나가기는 하겠지만 말 그대로 누수현상에 지나지 않을 뿐 자체 붕괴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경우 고건 신당에 흡수통합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론은 흐르고 있다. ◆한나라당 소장파 정계개편 주도하나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전 의원이 최종 확정되기까지 무엇보다 ‘새정치수요모임’(수요모임)으로 대표되는 당내 소장파 그룹의 힘이 컸다. 이에 앞서 김문수-남경필 의원의 경기지사 후보 단일화와 지난 1월 원내대표 선출 등에 있어서도 소장파들은 당내 비주류 모임과 초선 의원 등과의 ‘연대’를 통해 위상을 한층 더 강화시킨 바 있다. 이들에 대한 비판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소장파들은 당내 중진들과의 충돌,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시켰다. 현재 한나라당 내에서는 이들이 개혁주도세력으로 5.31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후보와 김문수 후보가 당선될 경우 정계개편의 핵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정치가 결국 ‘변화의 길목’을 누가 지키느냐 하는 경쟁에 있다고 볼 때 한나라당 내 소장파들은 이 ‘변화의 길목’에 제대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박형준 의원을 비롯한 소장파들은 현재 5.31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향후 7월 전당대회와 이후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오 후보와 김 후보의 경선 확정을 바라보면서 이로써 한나라당이 ‘열린 국민 정당’, ‘개방적 국민정당’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보고 있는 것. 오-김 후보의 당선으로 소장파가 정계개편의 핵으로 급부상 할 경우 한나라당 내 권력의 이동도 어느정도 예측된다. 일단 7월 전대에서 소장파들은 자체 후보를 내세우는 것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선주자 가운데 누구를 지지할 지도 염두해 두고 있는 분위기다. 문제의 핵심은 소장파들이 “대선후보 외부 영입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현재 당내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지사 외에도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것이다. 박형준 의원은 최근 “지금 대선 후보들만으로 경쟁하란 법은 없다”며 “(외부 영입의) 가능성을 전혀 닫아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그분들의 경쟁력이 계속 강화되고 경선 과정도 국민들에게 드라마틱하게 보여 관심을 모은다면 그대로 갈 수 있겠다. 그러나 이번 서울시장 경선처럼 갈수록 기존 후보군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국민적 관심도 엷어진다면 새 수혈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이어 “물론 쉽게 예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또 얼마 전 박 대표가 한 토론회에서 고건 전 총리의 영입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과 관련 “안될 것도 없는 일이다. 방금 말했듯이 가능성을 닫아놓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만약 소장파의 생각대로 지방선거 승리 이후 대선 주자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 외부 수혈을 택할 경우 당내 계파간, 세력간의 치열한 힘겨루기와 함께 일대 파란이 예고되는 것이다. 현실화 될 경우 열린우리당 발(發) 정계개편보다 한나라당의 그것이 정치권의 최대 핵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박 의원은 또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에서 나타난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간의 ‘균열’이 5월 지방선거 이후의 여권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하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실상 노무현 대통령의 레임덕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고, 만일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다면 그 원심력은 상상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경우 열린우리당이 가장 견딜 수 없는 부분은 아마 지역적으로 확고한 기반이 없는 정당이 된다는 점일 것이라는 관측인 셈이다. 아직까지 지역구도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도 대선까지는 그 구도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에 현실 정치가들은 ‘새로운 선택’을 강요받을 가능성이 있다. 박 의원은 당내 정계개편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어떤 모양으로 현실화될지 예단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겠지만 ‘열린우리당발(發) 정계개편’이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개헌은 여당 참패에 대비한 카드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할 경우 개헌은 '선거 책임론'과 '대통령 레임덕'을 잠재울 수 있는 유용한 카드일 것이다. 물론 이재오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에서는 "현 정권 임기 하에서는 어떤 개헌 논의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후 대선에 앞서 정계개편 바람과 함께 개헌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 노 대통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에 자극을 주지 않기 위해 발언을 크게 자제하고 있지만 “대통령 임기 중간 중간에 선거가 너무 자주 있고 선거 변수가 끊임없이 국정운영에 끼어들어 국정이 너무 흔들리고 있다"며 "선거 때문에 하던 일도 멈추고 바꿔야 된다"고 현 5년 단임제의 비효율성에 대해 지적한바 있다. 이어 임기 중에 있는 총선, 지방선거에 대해 노 대통령은 "형식적, 논리적으로는 중간평가이지만 제대로 된 업적평가가 아니라 이미지 평가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노 대통령은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심판은 한꺼번에 모아서 딱 진퇴를 결정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해, 대안으로 4년 중임제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5년 단임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노 대통령의 발언은 2007년 12월 대선과 2008년 4월 총선이 시기상으로 거의 겹치므로 개헌을 통해 대선과 총선 시기를 맞추자는 정치권 내 개헌론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었다. 실세총리로 불리던 이해찬 전 총리도 "대통령은 5년 단임제이고 국회의원은 임기가 4년이며 국회의원 선거 사이에 지방선거가 있어 상당히 혼란스럽다"며 "개헌을 통해 정비할 때가 됐다"고 말한바 있다. 최근 문화일보 여론조사에서도 17대 국회의원 중 52.3%가 내년 대선 전 개헌 가능성이 낮다고 답변으로 46.5%가 높은 편이라고 답해,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또 개헌할 경우 바람직한 권력구조로 4년 중임대통령제(85.5%)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이어 순수의원내각제(7%), 이원집정부제(2.9%), 5년 단임대통령제(2.3%)를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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