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너지효과 크지만 신관치·고가인수 논란 불거져

▲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을 애타게 기다려온 KB금융이 드디어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양사는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나섰지만 추진과정에서 불거진 신관치 논란과 고가인수 및 무익 논란은 상처로 남았다. 사진 / 홍금표 기자

24일 금융위원회가 올해 마지막인 23차 정례회의를 열고 그간 지연돼 왔던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인수를 승인했다. 양사는 불확실성 해소와 시너지 효과 기대를 거론하며 환영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불거진 신관치 논란은 금융권에 또 하나의 안좋은 선례로 남게 돼 상처를 남겼다. 또한 자산 규모 확대에도 불구하고 LIG손보 인수가 얼마나 실익이 있을지도 아직 미지수로 남아 있다.

KB금융의 지배구조를 놓고 전방위적 압박을 가해오던 금융위원회가 드디어 KB금융지주의 LIG손해보험 자회사 편입을 승인했다. 이는 KB금융이 LIG손보와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한 지 6개월 만이고 금융위에 승인신청서를 접수한 지 4개월 만이며 KB금융이 금융지주사 내에 손해보험사를 편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KB금융의 자산 규모는 9월말 423조원(관리신탁자산 포함시)으로 집계돼 신한금융그룹을 제치고 금융사 중 1위를 재탈환하게 됐다. 펀드·부동산 신탁 수탁고를 제외할 경우에는 301조 7000억원으로 집계, 농협금융지주(313조원)를 제치고 신한금융그룹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하나금융그룹이 312조원으로 농협금융지주 다음에 위치하고 있다.

인수 작업이 마무리되면 KB금융의 계열사 수는 기존 11개에서 1개 늘어난 12개가 되고, 계열회사의 직원 수는 2만5000명에서 2만8500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지주사 내 은행 비중도 9월말 기준 86.7%에서 80.4%로 줄게 됐다.

다만 아직 매각 거래당사자 간의 최종 조율과정이 남아 있어 정확한 거래종결일과 사명 변경 시점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 KB금융은 LIG손보 지분 19.83%를 6850억원에 인수했지만 최종 인수가격도 변경될 수 있다. 인수 지연에 따른 이자를 KB금융이 LIG그룹에 사후 정산해야 하고 또 LIG손보의 미국 법인 손실 확대 등으로 인한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작업에만 1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여 ‘KB손해보험’으로 사명을 변경하는 것은 1월말이나 2월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

◆KB금융·LIG손보 모두 ‘반색’
오매불망 금융위의 승인을 목놓아 기다려 왔던 KB금융은 이날 금융위의 결정에 반색했다. KB금융은 “이번 승인으로 비은행 부문의 자산비중을 현재 26%에서 30%까지 확대해 국민은행에 편중돼 있는 그룹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고 “LIG손해보험, KB캐피탈 간 자동차 복합상품 개발 등을 통해 자동차 금융 상품을 완비할 수 있게 됐다”며 “KB생명과 LIG손해보험 간의 교차판매 등 채널 다양화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인수로 LIG손해보험이 보유한 기존 고객들을 고스란히 확보하게 됨에 따라 KB금융의 향후 산업에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당장 사소한 달력 제작 문제부터 굵직한 사안까지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던 LIG손해보험 측도 이날 금융위의 결정을 반겼다. LIG손보험은 이날 “올해를 넘기기 전에 매각 승인이라는 큰 산을 넘게 돼 안도한다”고 밝혔다. 이어 “매각 승인 과정에서 일부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경영상의 불확실성이 일정 부분 해소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강조하고 “국내 금융산업의 정체가 지속되고 시장경쟁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막강한 자본력과 채널 경쟁력을 갖춘 금융지주 산하로의 편입은 손해보험사로서 한 단계 도약하는 좋은 발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KB금융과 LIG손보 양사 직원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인 지난 7월경부터 실무협의체를 꾸려 운영했다. 새로운 CI/BI 개발과 (간판, 인쇄물과 같은) 변경작업, 전산 개발, 영역별 시너지 방안 도출 등 거래종결일 전에 선행돼야 할 주요 업무들이 이미 거의 마무리된 상태다. 하지만 금융위의 승인이 늦어지면서 마무리된 사항들을 실행헤 옮기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금융업계는 “LIG손보가 KB금융그룹에 편입되면 은행, 증권, 보험 등 업권간 복합채널, 복합상품의 경쟁력 강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시너지가 날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남은 과제도 있다. KB금융은 LIG손보의 미국지점을 보유하게 됨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로부터 미국 금융지주회사(FHC) 자격취득을 얻어야만 한다. KB금융은 “FHC 자격취득 후 LIG손보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사명변경, 신규이사회 구성 등의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며 “거래대금 지급 및 주식양수도를 거쳐 인수를 마무리하겠다”고 덧붙였다

▲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월부터 LIG손보 인수 승인을 볼모로 지속적으로 KB금융의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해 신관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금융권에서의 서금회·낙하산 논란까지 겹치며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됐다. 사진 / 홍금표 기자

◆무릎 꿇은 KB에 ‘신관치’ 논란 여전
당초 9월말 승인이 날 것으로 보였던 KB금융의 LIG손보 인수는 3개월이나 미뤄진 끝에 결국 이날 일단락됐다. 하지만 보류 과정에서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는 등 많은 논란을 낳았다. 지난달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겸 국민은행장(당시 내정자)에게 LIG손보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불허’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쓰기는 어렵지만, 언제 (승인) 논의가 이뤄질 지 불확실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주회사는 경영관리가 핵심이고 인수 승인을 위해서는 KB금융그룹이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사외이사 퇴진 문제를 포함해 안정적인 지배구조가 구축됐는지를 확인해야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지배구조 개선의 가시적인 성과 없이는 인수를 승인해 줄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는 “KB금융지주 사외이사의 퇴진은 금융위가 요구할 사안은 아니다”라면서도 “안정적 지배구조 구축 여부가 확인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같은 금융위의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해명은 사실상 사외이사들이 사퇴하기 전에는 LIG손보 인수 승인 문제를 논의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지배구조 개선은 금융위가 요구할 사안은 아니지만 이뤄져야 논의하겠다는 말은 당연히 ‘KB사태’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사외이사들의 거취와 구조 문제를 개선하라는 압박이나 다름없었다.

당시 KB금융그룹 사외이사들이 ‘사퇴 불가’ 입장을 표시하는 데 반해 금융위가 이들의 퇴진을 압박함에 따라 KB금융의 LIG손보는 무산될 것으로 관측하는 시각도 제기됐다. 의욕적으로 LIG손보 인수를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밝힌 윤종규호 KB금융은 결국 지난 14일 LIG손보 인수를 위해 ‘제왕적’ 지위를 누려온 사외이사의 권한을 줄이고 수를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이 지배구조 개선안은 그밖에 이사회의 인적 구성 다양화, 추천 과정 투명화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앞서 3일 전인 지난 11일에는 KB금융에 남아 있던 사외이사 7명이 총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당장 LIG손보 인수를 통해 다양한 시너지효과가 기대되는 KB금융은 금융 당국에 ‘무릎을 꿇는’ 방법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아직도 전말이 밝혀지지 않고 수사가 진행중인 ‘KB사태’의 원인 중 하나인 사외이사들의 총사퇴와 제도 개선안는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도 KB금융의 개혁 의지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좋은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민간은행의 지배구조에까지 개입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이냐는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 금융권에 팽배해 있는 ‘관치 논란’은 이같은 비판적인 시각을 부추겼다. 최근 금융당국은 기술금융의 무리한 압박 드라이브, 대우증권 사장과 우리은행장 선임 과정에서의 서금회 논란,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의 은행연합회 회장 선임 과정에서의 낙하산 인사 논란 등을 통해 ‘신관치’라는 비판의 포화를 받아온 상태다.

여기에 KB금융의 LIG손보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관치 논란은 또 한번 금융당국의 비수를 찌르고 있다. 승인권을 무기로 민간은행에 막대한 손실을 입혀가며 지배구조에까지 개입하는 것이 과연 시장의 자율성을 제고해야 할 금융당국이 할 일이냐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KB금융의 이사회 개혁에 좋은 점수를 주면서도 금융당국의 반강제적인 압력에 따른 개혁이라는 점에서는 좋지 않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물론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19일 “특정 임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지금까지의 진행과정에 비춰봤을 때 이를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은 연말로 예정돼 있던 임원 인사를 금융위의 정례회의 전인 23~24일 경에 실시하려는 방침을 세웠다가 지나치게 노골적이라는 이유로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임원인사에는 ‘KB사태’에 책임 있는 임원들에 대한 징계성 인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비판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LIG손보 인수, 과연 돈 되나
신관치 논란에 이어 인수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자산 규모는 커졌지만 LIG손보 인수가 과연 돈이 되냐는 물음이다.

우선적으로 ‘고가 인수’ 논란이 그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앞서 KB금융은 지난 6월 LIG손해보험 지분 19.47%를 6850억 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 가격에는 1위 탈환을 위한 KB금융의 정치적인 계산에 따른 대가까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비판은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고발당하면서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15일 투기자본감시센터와 KB국민은행노동조합(제3노조)은 이날 금융위원회의 신제윤 위원장과 정찬우 부위원장, 상임위원 3명과 금융감독원의 진웅섭 원장에 윤종규 KB금융 회장까지 포함해 15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고발 사유는 ‘업무상 배임’이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KB금융이 LIG손보를 인수하면 3925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회사 편입을 승인하려는 행위”를 지적하고 있다. 이에 인수 주체와 승인 관련 당사자들까지 모조리 대상에 포함한 것이다. 이들은 KB금융이 관례를 깨고 장부가격 2925억원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KB금융이 고가에 입찰한 경쟁업체를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담합 등 불법행위가 있었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LIG손보 미국 법인의 손실액이 1000억원을 넘어서고 있는 것도 리스크 중 하나다. KB금융은 최근 직원과 보험계리사를 현지에 보내 실사에 나섰다. 계약 당시 KB금융은 미국 법인 손실액이 적정 수준을 상회할 경우 가격을 조정할 수 있게끔 단서조항을 넣은 것으로 전해졌으나, 실사 후 협상 과정에서 얼마나 되돌려 받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인수 지연에 따른 손실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KB금융은 지난 10월 28일부터 인수금액에 대한 연 6%(매일 1억 1000만원)의 지연 이자를 매일 지급해 왔으며 두달여 가까이 지난 현재 연체이자가 60억원에 달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시 KB금융의 LIG손보 인수에 정치적 요소가 포함돼 있던 만큼 실제 가격보다 비싸게 주고 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며 “LIG손보를 인수하더라도 미국 법인 손실, 연체이자 등을 계산하면 실익이 어느정도인지 다시 계산해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 KB금융이 최대 난제였던 LIG손보 인수를 잘 마무리하게 됨에 따라 이제 시장의 관심은 연말로 예정된 인사와 향후 구조조정으로 쏠리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한숨 돌린 KB, 이제는 구조조정?
이날 금융위의 LIG손보 인수 승인에 따라 KB금융으로서는 각종 악재에 발목이 잡혀 여력을 쏟을 수 없었던 인사·조직개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돼 구조조정 여부에도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당장 연말이 되기 전까지 윤종규 회장 취임 이후 첫 인사가 있을 것으로 예정돼 있다.

지난달 25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조만간 인사와 조직의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윤 회장은 공식 취임일이었던 지난 21일에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현장을 지원할 수 있는 조직과 기능을 재편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여기에 지난 8월 27일 KB국민은행은 영업추진의 일관성 제고 및 영업력 강화를 위해 기존 19본부 58부 2실 체제에서 17본부 58부 2실로 개편을 단행했다. 여기에 KB국민은행은 과거 강정원 행장 시절인 2005년 2200명, 민병덕 행장 시절 2010년 3200명 등 신임 행장 취임에 맞춰 희망퇴직을 실시해 왔으나 윤종규 회장 취임 이후 아직까지는 이렇다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윤 회장 취임 당시에도 이같은 주장에 대해 KB국민은행 측은 인력 구조조정이 논의된 바 없다고 부인했으나 지배구조 개선안과 사외이사들의 거취 문제 마무리, LIG손보 인수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 9월말 기준 KB국민은행 직원은 2만 1399명으로 우리은행(1만 5366명), 신한은행(1만 4570명) 등 규모가 비슷한 다른 은행에 견줘 압도적으로 많다. 중간 관리자급이 많은 국민은행 인적 구조 특성상 내부에서도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돼 왔다.

당장 연말로 예정된 윤종규호 KB금융의 첫 인사에서는 LIG손보 인수에 따라 출범하는 초대 KB손해보험 사장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다만 KB금융의 사장직 부활은 내년으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KB사태’ 당시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임원들의 인사도 주목받고 있다. 앞서 KB사태와 관련해 박지우 국민은행 수석부행장과 윤웅원 KB금융 부사장은 경징계를, 정윤식 전략본부장은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인사에서는 이번 달과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되는 계열사 사장을 중심으로 11개 계열사 가운데 절반 가량이 물갈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KB국민은행도 조직개편과 함께 7명의 부행장을 포함한 임원인사가 단행될 예정이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