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공천학살 트라우마…솥뚜껑만 봐도 놀라나?

▲ 새누리당이 여의도연구원장에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을 임명하는 문제를 두고 친박계가 반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뉴시스

새누리당이 여의도연구원 원장에 박세일(66)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을 임명하는 문제를 두고 시끌시끌하다. 김무성 대표가 박세일 이사장을 낙점했지만, 친박계가 강하게 반대하고 나서면서다.

지난 22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박세일 이사장 임명 문제를 두고 김무성 대표와 친박계 좌장 서청원 최고위원이 언성을 높이며 설전을 펼치는 일까지 벌어졌다. 서청원 최고위원이 먼저 김무성 대표를 향해 독단적인 인사를 하고 있다며 언성을 높인 것.

하지만, 여의도연구원장 임명권은 이사장을 겸직하고 있는 당대표의 고유 권한이다. 따라서 김무성 대표가 박세일 이사장을 여연 원장으로 임명하는데 있어서 절차적으로나 당헌‧당규상 문제가 될 것은 없다. 특히 박세일 이사장은 합리적 보수성향으로 여야를 아울러 신망이 두터워 당내에서는 10개월여 간 공석으로 있던 여연 원장에 적임이라는 평가도 많았었다.

그런데도 서청원 최고위원 등 친박계가 박세일 이사장을 극렬히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 이사장이 과거 정치적 소신으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과 잠시 불편한 상황에 있었던 이유에서다. 2005년 3월, 당시 박 이사장은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지지한 행정중심복합도시법 원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이에 반발해 의원직과 정책위의장직을 내려놓고 탈당했던 바 있다.

또, 2012년 총선 때는 ‘국민생각’을 창당해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을 영입하며 박근혜 대통령이 이끌고 있던 새누리당과 경쟁을 펼치기도 했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괘씸하게 보였을 수 있지만, 신당 창당으로 보수혁신 경쟁을 펼침으로써 새누리당이 더 혁신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 긍정적 측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친박 인사들은 박 이사장의 이런 정치적 소신이나 긍정적 측면은 중요치 않는 모습이다. 그가 여의도연구원장이 돼 혹시나 친박 인사들과 각을 쌓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클 뿐이다.

특히, 여의도연구원은 당이 각종 선거 후보자를 공천할 때 핵심 기준으로 삼는 여론조사를 총괄하고 있다. 따라서 여의도연구원장은 차기 총선 등 공천 과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질 수밖에 없고, 이런 점에서도 친박의 박세일 이사장에 대한 경계심은 크다.

◆朴대통령, 박세일 이사장과 지난 대선서 완전한 관계회복

하지만, 친박의 이런 우려는 기우라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 선언했던 바 있기 때문이다. 그가 결코 박근혜 대통령이나 친박계에 대해 악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당시 박 이사장의 지지 선언에 박근혜 대통령도 직접 전화해 감사 인사를 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친박계의 박세일 이사장 임명 반대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친박계가 과거 2008년 공천학살을 당했던 트라우마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과거 자신의 정치 소신 때문에 박 대통령과 다소 각을 쌓는 듯 보이기도 했지만, 그런 불편함이 있었더라도 이미 지난 대선에서 해소가 됐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여의도연구원장이라는 막중한 자리를 맡으며 이 정도 자기 소신은 있어야 객관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지 않겠냐”며 친박 측 입장에 대한 반박도 나온다.

이 뿐만이 아니다. 박 이사장은 현재 청와대 정치개혁 관련 위원회에 소속돼 있기까지 하다. 박세일 이사장이 친박계에 대한 저승사자라고 볼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친박계가 박세일 이사장을 반대하는 이유가 타당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내 한 관계자는 “친박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당 안팎에서는 김 대표와 청와대가 박세일 이사장 임명을 두고 사전 조율이 있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내일신문>에 따르면, 김 대표 측 관계자는 “청와대 모 인사와 미리 이야기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정무수석실을 통해 김 대표가 사전에 전달했었다는 것이다.

2008년 공천학살을 당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친박계의 트라우마 때문에 여야를 아울러 신망 받는 인사를 놓치는 것은 아닌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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