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인사 앞둔 롯데그룹, 김 사장 거취 놓고 고심중

▲ 제2롯데월드 타워의 안정적인 마무리라는 소임을 부여받고 지난 1월 취임한 롯데건설 김치현 사장이 잇단 사고에 갑질논란까지 불거지며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사진 / 유용준 기자

최근 제2롯데월드 타워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잇단 사고와 은폐 의혹으로 시름을 앓고 있는 가운데 갑질 논란으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피소당하기까지 하는 등 내·외부에서 악재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연말 인사에서 롯데건설 김치현 사장이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23일 열린 국회 국민안전혁신특별위원회 제2롯데월드 관련 현안보고에서 김동완 의원은 당진 우수 중소기업 아하엠텍의 예를 들며 롯데건설의 갑질 횡포가 롯데월드타워 부실공사를 초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아하엠텍(주)은 연평균 매출 규모 700억원에 올해 3월 대통령상까지 수상한 경력이 있는 지역 우수중소기업이다. 지난 2012년에는 ‘2000만불 수출의 탑’도 받았고 아랍에미리트 원전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같은 능력을 인정받아 롯데건설이 수주한 현대제철소 건설공사의 하청업체로 참여했지만, 아하엠텍의 주장에 따르면 구두로 합의한 추가 공사 후 롯데건설 측에서 공사 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부도위기에 내몰린 상황이다.

특히나 논란이 되고 있는 제2롯데월드 건설현장 또한 예외는 아니다. 롯데건설이 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하도급 계약 총 539건 중 공정위에 제소한 중소기업을 포함해 총 6건의 민원이 제기된 상황이다. 경영난이 심화된 업체는 7건으로 파악됐다. 롯데건설이 ‘하도급 업체 쥐어짜기’를 통해 제2롯데월드 타워를 세우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 의원은 롯데건설 김치현 사장에게 “이러한 불공정 행위가 결국 하도급업체에 부담으로 작용되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부실공사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대기업들의 하도급 업체에 대한 사내 방침과 관행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이른바 건설업계의 관행화된 ‘갑질’을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국정감사에서 제출한 자료에서도 최근 5년간 상위 30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회사에 대한 공정거래위반 신고건수 1215건 중 롯데그룹(192건)이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체 신고건수의 16% 수준이어서 하도급 업체에 대한 롯데그룹의 불공정 행위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신격호 회장까지 피소…왜?

▲ 아하엠텍 안동권 대표는 롯데건설이 추가공사대금 87억원을 지급하고 있지 않다며 지난 15일 롯데건설 임직원과 신격호 명예회장을 고소했다. 롯데건설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아하엠텍

지난 15일 충남 당진에 위치한 플랜트 회사인 아하엠텍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과 박창규 전 사장을 포함한 롯데건설 전현직 임직원 5명을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충남 당진경찰서에 고소·고발했다. 특히 이날 롯데건설 임직원 뿐 아니라 신격호 회장까지 피소된 것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아하엠텍 안동권 대표이사는 신 회장까지 고소의 대상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오랜 논란에도 상황이 변하는 게 없고 롯데건설의 ‘갑질’이 너무 악랄해 오너인 신격호 회장을 대상으로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길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아하엠텍 측은 “롯데건설은 해당 추가공사에 대해 현대제철로부터 230여억원을 추가로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공사가 끝난지 5년이 되도록 약속한 추가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계란으로 바위치기 심정으로 지난 5년간 사력을 다해왔지만, 현재 우리는 채권단 워크아웃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고 밝혔다.

아하엠텍 측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롯데건설로부터 현대제철 당진 일관제철소 화성공장 기계 공사 및 배관공사를 하도급 받아 공사를 진행, 2010년 완료했다. 공사과정에서 추가공사대금 87억 원이 발생했지만 롯데건설 측은 구체적인 계약이 없다는 이유로 추가 공사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아하엠텍 측의 고소사유다.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던 이재오 의원(새누리당)은 2010년 아하엠텍을 방문해 이같은 사연을 듣고 공정위에 직권 조사를 지시했고, 이듬해 3월 작성된 공정위 심사보고서에는 ‘부당하도급대금 113억원, 과징금 32억원, 벌점 3점’이라는 심사관 조치의견이 들어갔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몇 차례 유보 결정 끝에 같은 해 9월 ‘경고·무혐의’로 끝났다.

더군다나 최초 보고서에서 제재 의견을 낸 심사관도 최종 무혐의 결정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세간의 의문을 자아냈다. 더군다나 롯데건설 측을 변호했던 로펌 바른법무법인 변호인단의 팀장은 공정위 출신이었고 무혐의 결정을 내릴 당시 공정위 소위원회 심판위원장을 맡았던 장 모씨는 임기를 마친 뒤 그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져 공정위와 롯데건설을 둘러싼 이같은 의혹은 더욱 커져만 갔다. 참여연대 측은 “이 사건 심결의 공정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면죄부’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아하엠텍 측은 공정위 판결 이후 149억원 규모의 민사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패소했고 현재 2심이 진행중이다. 또한 자료를 보강해 지난 5월 공정위에 재심의를 요구했으나 공정위가 심의절차종료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지난 5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까지 제기했다.

롯데건설 측은 공정위와 민사소송에서 이미 판결이 내려진 사항이라며 이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22일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추가공사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나 대금에 관한 의견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금을 아예 지급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내용에 대해 합리적이고 합당한 금액을 지급하는 부분”이라면서 “아하엠텍 측이 우리가 판단한 것보다 훨씬 많은 부분을 요청해서 공정위나 민사까지 갔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도의적으로는 이해하지만 실제로 판결이 다 났던 부분이고 만약에 추가 조사가 있으면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것이 우리 측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아하엠텍 측에 대해 추가적인 대응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말 말도 안되는 주장으로 회사 이미지가 심하게 훼손된다면 (명예훼손 고소 같은) 그런 조치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그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같은 롯데건설의 해명에도 하도급 업체 쥐어짜기 논란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7월 <중소기업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아하엠텍 뿐 아니라 다윈인터내셔날 역시 마찬가지의 상황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윈인터내셔날은 롯데건설과 제주 롯데시티호텔 신축공사 중 인테리어공사(2공구) 현장, 잠실 제2롯데월드 저층부 수족관 인테리어 공사 및 공용홀 D/P공사를 진행했으며 롯데건설의 요청에 따라 추가공사 및 디자인 변경에 따른 설계변경공사를 수행했다.

다윈 측에 따르면 공사 중 추가공사 비용이 발생하였고 롯데건설 측에 수십 차례 변경계약을 해 줄 것을 요청했음에도 차일 피일 계약을 미뤘으며 추가 공사 개시 이후 15개월 이상이 지난 당시까지도 이행하지 않았다. 미지급 금액 규모는 37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산재처리 은폐 의혹도 불거져
한편 롯데건설은 아하엠텍과 산재처리 은폐 의혹으로도 엮인 바 있다.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롯데건설이 아하엠텍에서 발생한 산재사고를 은폐하며 공상처리를 종용하고 합의금을 물어주는 등 은폐 과정에 적극 가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같은 의혹을 제기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석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0월 24일 국정감사 종합감사에서 “대기업 건설사가 관급공사 수주에 불리해질 것을 우려해 하도급 업체에 발생한 산재를 은폐하고 이른바 공상 처리하도록 강요하는 관행이 있는데, 그 사실이 증거와 함께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롯데건설이 지난 2009년 하도급 업체인 아하엠텍(주)에서 발생한 산재 사고를 공상처리 하도록 종용했다고 전했다. 산재사고가 발생하자 재해 노동자와 아하엠텍이 합의, 공증하는 자리에 롯데건설 소속 안전과장이 입회했고, 현장 소장이 추후에 합의금을 보전해 준다는 내용의 이행각서를 썼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해당 이행각서, 합의서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 같은 내용은 재판에서도 확인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아하엠텍과 롯데건설의 소송에서 해당 부분에 대해 “아하엠텍이 롯데건설을 대신해 (공상처리) 합의금 9700만 원을 노동자에게 지급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당사자간의 다툼이 없으니 롯데건설이 아하엠텍에게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이 같은 사실은 아하엠텍이 뒤 늦게 이 사실을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에 밝히면서 알려졌다. 그러나 천안지청은 법상 처벌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롯데건설에 대한 고발을 각하하고 오히려 신고한 하청업체를 산재발생 보고의무 미준수로 처벌했다고 이 의원은 밝혔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22일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산재처리 은폐 의혹에 대해 시인했다. 이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모든 현장에서 산재가 발생하면 신고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 당시 아하엠텍도 회사 측도 마찬가지로 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면서 “그 부분은 명확하게 인정하는 부분이고 다시는 그러한 일이 없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 측도 아하엠텍 측도 함께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며 “당시 사건과 관련해 내려진 이행 조치들은 모두 완수한 상태”라고 밝히고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지난 16일에는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호텔 로비에 시행권을 뺏겻다고 주장하는 한 업체 대표가 인분을 투척하는 소동까지 일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행권 뺏겼다”며 인분투척까지
아하엠텍이 신격호 회장을 고소했다고 밝힌 다음날인 지난 16일에는 인분투척 소동이 일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로비에 롯데건설 전 시행사 대표인 정모(53) 씨가 울산 강동 대형복합레저시설 공사 중단에 불만을 품고 페트병 2개에 담아온 오물을 뿌려 연행했다고 밝혔다.

정 씨에 따르면 정 씨가 대표로 있는 업체는 2007년 울산 강동 대형 워터파크·사우나시설 등 리조트 건설 사업을 착공하면서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으나 롯데건설 측이 돌연 공사 중단을 통보한 뒤 시행사를 부당하게 변경해 곤경에 처하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 씨는 지난 4월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금난 해소를 위해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경남은행에서 지난 2007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1030억원을 대출 받았지만 롯데건설 측에서 2008년 11월 부가세 환급금 5억원을 유용했다는 이유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유를 들어 일방적으로 공사를 중단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울산 강동리조트는 이 업체가 지상 29층 546개 객실을 갖춘 콘도미니엄 등을 조성하기 위해 지난 2007년 2월 부지조성공사에 들어갔으나 분양에 실패하면서 자금난을 겪다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2009년 9월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설립한 KD개발로 시행사가 변경됐고 KD개발은 공사 규모를 축소해 올해부터 공사를 재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 씨는 “현장 미수금을 쓸 수밖에 없도록 유도한 롯데건설이 10개월이 지난 2008년 말에 PF대출 상환금 계약기간을 줄이고 채무불이행 사유를 물어 일방적으로 시행사 변경을 요청했다”고 주장하고, 롯데건설이 계획적인 방법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시행사를 압박해 사업권을 빼앗았다며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자 불만을 품고 오물을 투척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22일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인분을 투척한 정 모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모든 사항은 적법하게 이뤄져 도의적으로는 안타깝지만 우리 측과 아무런 관계도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조사를 받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울산 강동 리조트 추진 당시의 계약서에도 시행사가 디폴트될 수 있는 건에 대해 모두 명시가 돼 있고 적법하게 처리됐던 부분”이라면서 “시행사가 빠지면서 오히려 우리 측이 몇백억대 손실을 보고 있는 실정”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업체 대표와 사업 재개를 위해 협의를 진행하려 했지만 투자자 모집 등의 액션 등을 보여준 게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만약 조사가 우리 측에 대해서도 진행되게 된다고 해도 적법하게 처리한 모든 서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든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면서 “(정 씨의 주장과는 달리) 악행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코앞으로 다가온 연말인사, 김치현 사장 거취는
가뜩이나 제2롯데월드 타워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사건·사고가 발생해 승인 취소 압박까지 받고 있어 김치현 사장의 입지는 매우 위축된 상태다. 김 사장은 지난 1월 제2롯데월드 타워 공사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해 취임했다. 전임 박창규 사장이 여러가지 잡음을 일으킨 데 대한 문책성 인사로 경질된 후 취임한 만큼 김 사장은 신격호 회장의 평생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 타워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켜야 하는 사명을 부여받은 셈이다.

하지만 김 사장이 취임한 이후에 발생한 각종 사고는 오히려 더욱 큰 파장을 일으켰고 저층부 3개동의 임시개장 후에는 전국민의 지탄을 받는 지경에까지 이르러 제2롯데월드에 대한 국민들의 호감도는 바닥을 치고 있다. 여기에 롯데건설의 영업실적마저 신통치 않다. 지난 3분기 롯데건설의 영업이익은 4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16% 하락했다. 당기순이익은 183억원으로 30.29%나 감소했다.

여기에 아하엠텍의 신격호 회장 고소와 인분투척‘땅콩 회항’으로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갑질’ 논란까지 불거지는 형국에 임기를 2년 이상 남긴 김치현 사장의 입지는 취임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롯데그룹은 성탄절을 전후해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특단의 조치가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 김 사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안정적인 마무리를 위해 임기를 보장할 수도 있지만 신격호 회장이 연달아 악재가 겹친 롯데그룹의 분위기 전환을 위해 임원 교체 등 과감한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인사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김 사장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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