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실세 정윤회…금융권 실세 ‘서금회’가 있다”

▲ 금융권 신뢰 회복 간담회에 참석한 금융권 CEO ©뉴시스

최근 금융권 주요 핵심 인원으로 ‘서금회’ 멤버 출신들이 대거 차지해 일각에선 청와대와 연계된 ‘관치금융’, ‘정치금융’, ‘신(新)관치’ 논란이 제기됐다.

반면, 박근혜 정부 초기 금융권을 장악하고 있던 ‘MB맨’ 인사들은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우증권 사장에 서금회 멤버인 홍성국 부사장이 사장으로 내정에 이어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 부행장까지 우리은행장을 꿰차면서 서금회(서강대학교금융인회)가 금융권의 핵심 세력으로 떠올랐다.

서금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 금융인들이 2007년 만든 모임으로 지난 2011년까지만 해도 참석자가 20~30명 수준이었지만 박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13년 300여명까지 급속도로 늘어났다.

이는 박 대통령의 영향력에 힘입어 정권 중반기 세 불리기를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서금회 주요 멤버는 1970년대 후반 학번으로 은행, 증권, 보험, 카드, 자산운용, 금융유관기관 등에 몸담고 있는 현직 팀장급 이상 멤버로 구성됐으며, 비금융인 동문까지 포함된 ‘서강 바른 금융인포럼’과 함께 서강대 동문 모임의 쌍두마차다.

최근 박근혜 정부 중반기에는 서강대 출신이 두각을 보이면서 국책은행부터 시중은행, 보험, 증권, 자산운용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서금회는 올 해 들어 이덕훈 수출입은행장과 정연대 코스콤 사장을 잇따라 배출하면서 금융권에서의 서강대 출신 인사들에 힘이 급격하게 막강해졌다. 최근엔 대우증권사장으로 서금회 멤버인 홍성국 부사장이 내정됐다. 정권 초반에 임명된 홍기택 산은금융 회장은 서금회 멤버는 아니지만 서강대 출신이다.

이 밖에도 금융권에서 만만치 않은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현재 서금회 회장은 이경로 한화부사장이 맡고 있으며 전임 회장은 박지우 국민은행 부행장이다. 또 김병헌 LIG손해보험 사장, 황영섭 신한캐피탈 사장 등도 서금회 멤버다. 정치권에서는 서병수 부산시장이 있으며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도 서금회 모임에 자주 얼굴을 비쳤다.

특히 우리은행장 인선 과정에서도 이순우 행장이 무난히 연임할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이광구 부행장이 신임 행장에 사실상 내정됐다는 얘기가 나돌자 은행권 안팎에선 그 배경에 서금회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금회 논란은 우리은행 내부에서의 극심한 갈등을 양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우리銀행장, 서금회 ‘입김’ 작용

▲ 지난 5일 우리은행장에 내정된 ‘서금회’ 출신 이광구 부행장과 관련해 신관치금융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사진은 이 내정자. ©우리은행
금융권 안팎으로 세력을 확장해 최근 우리은행 차기 행장 과정에서 ‘입김’이 작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애초 우리은행 차기 행장으로 연임이 유력시됐던 이순우 행장이 우리은행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 회의를 하루를 앞두고 지난 2일 이 행장은 돌연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를 두고 금융권과 정치에선 서금회 ‘윗선’이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부행장이 아닌 다른 후보가 차기 행장 후보로 발탁됐다면 (대주주인 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주주총회를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윗선의 의지가 그렇다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차라리 낙하산 인사를 밀어주는 것 외엔 (행추위원들이)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고치겠다며 모범규준까지 만들어 발표했지만 정작 당국의 보이지 않는 인사 개입은 시정하지 않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이중적 행태부터 고쳐야 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 행장은 지난 1일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민영화를 위한 발자취를 돌아볼 때 이제 저의 맡은 바 소임은 다했다”며 “회장 취임 시 말씀드렸던 대로 이제는 그 약속을 지켜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고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

2011년 3월 우리은행 수장을 맡은 이 행장은 지난해 6월 지주사 회장 자리에 올라 금융당국과 호흡하며 민영화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끈질기게 설득해 우리은행을 존속법인으로 남기는 큰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행추위가 꾸려지기 전까지 차기 우리은행을 이끌 적임자로 이 행장이 꼽혔다.

그러나 서금회인 이광구 우리은행 부행장의 사전 내정설이 확산돼 흐름이 급변했다. 일각에선 서금회 라인이 내정됐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것 자체가 현 행장의 연임 포기를 우회적으로 요구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또 행추위원들이 이 부행장의 선임에 부정적인 것을 감안해 현직 은행장을 상대로 정부가 연임 포기 압박을 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 행장이 연임 포기를 선언한 것도 이런 흐름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2일 행추위는 2차 회의를 열고 이 부행장과 김양진 전 수석부행장, 김승규 부행장 등 3명을 차기 행장 후보로 추천했다. 결국 소문대로 특정 학연이 금융권 주요 인사를 좌지우지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금융권 인사에 대해 지난 3일 새정치민주연합은 “정치권에 보이지 않는 실세 정윤회가 있다면, 금융권에는 ‘서금회’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새정치 한정애 대변인 “능력과 경력에 대한 제대로 된 인사 검증 없이 단순히 대통령 동문이라는 이유로 영전하는 인사들이 넘쳐나고, 금융 당국은 이러한 인사전횡과 논란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다니 이는 관치금융을 넘어 정치금융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웠던 선진 금융의 목표가 설마 서강대 동문 일자리 창출인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야당의 입장 표명은 최근 언론을 통해 우리은행 차기 행장 내정 과정에서 서금회가 언급된 데 따른 것이다.

한 대변인은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 행취위가 열린 2일 이전부터 서금회 출신인 이광구 부행장이 내정된 것을 기정사실화했다”며 “자격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서금회 출신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5개월 가까이 공석이었던 KDB대우증권 사장에 지난달에 내정됐다”고 밝혔다.

◆ 여·야, 금융기관장 독식 논란

지난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회의에 출석한 신제윤 금융위원장에게 “5·16과 10·26 이후에도 군홧발은 금융계엔 안들어갔다”며 이명박 정부 시절 고려대 출신 인사들의 금융기관장 독식 논란을 거론한 뒤 “지금은 서금회가 (회자 되는데), 이게 이해가 되느냐. 서금회의 ‘정윤회’가 누구인가”라고 따졌다.

이에 신 위원장은 “제가 듣는 건 없다”며 “시장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판단한다. 언론을 통해서만 봤고 서금회 사람과 만난 일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왜 서금회 사람들만 금융계 전부를 장악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글쎄요…”라고 대답을 회피했다.

신 위원장은 박 의원이 “금융위원장이 잘 해야 대통령에게 누가 안 된다. 오해 살 짓을 하지 말라”고 하자 “유념하겠다”고 답했다.

곧이어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도 박 의원의 문제제기에 대해 “이는 야당 의원만의 걱정이 아니다. 밖에서 나도는 이야기가 너무 걱정스러운게 많다”며 “정부 인사 조치에 대한 국민 우려가 너무 크다. 행동이 뒷받침돼야지, 말로만 아니라고 외친 들 누가 믿느냐. 이런 걱정이 있다는 걸 명심하라”고 질타했다.

이어 “금융위원장이 능력 있는 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런 걸 해결 못하면 능력은 전혀 빛을 못 발한다”고 지적했다.

신 위원장은 “금융협회만 보더라도 전부 민간인 출신으로 채워졌고, 정부 관료가 내려간 적이 없다”며 “민간에서 선출되는 과정에서 오랜 병폐인 ‘누군가 뒷배경이 있다’는 이런 게 확대재생산되는 과정이라고 판단하며, 오해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홍 의원이 “금융계만큼은 소문 자체가 차단되도록 적극 역할을 해 모범을 보여달라”고 거듭 주문하자 “명심하겠다”고 답했다.

◆ 금융권 임직원 정치권에 줄 대기 기승

금융권과 정치권에서 ‘신(新)관치’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의 부행장 인사를 앞두고 정치권 줄 대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금융권 전반에서 대대적인 임원 인사를 앞두고 있는 시중은행 임직원들은 서금회(박근혜 대통령의 모교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를 비롯해 각종 학맥과 인맥을 동원한 연줄 찾기에 여념이 없다.

실력으로 평가받기보다 권력 실세에 끈을 대 한자리 차지하려는 분위기가 고위층부터 말단 간부까지 금융권에 전방위적으로 팽배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업계에 따르면 이번 달 말로 주요 시중은행의 부행장 등 임원 임기가 대거 만료되는 가운데 임원 인선을 앞두고 일부 인사가 정치권 줄서기에 나서면서 은행권 분위기가 어수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서금회 출신 인사들이 금융권 최고경영자(CEO)에 오르면서 서강대 출신들은 서금회 멤버와 연결 짓기에 힘쓰는 등 은행 임원 인사에서도 서금회의 위세가 하늘을 찌를 정도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말 임원 승진을 바라거나 연임을 바라는 임원들은 정치권 인맥 찾기에 정말 바쁘다”면서 “행장 인사에 서금회가 힘을 발휘하니 그 아래 인사에서도 서금회에 줄을 대려고 난리”라고 말했다.

주요 시중은행 부행장급 임원의 경우 하나은행 6명, 외환은행 4명, 신한은행 3명, KB국민은행 1명의 임기가 연말 모두 만료된다.  [시사포커스 / 유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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