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운전할 때 계기반을 보면 플라스틱이나 유리로 보호막이 돼 있다. 그런데 이 보호막에 다양한 과학이 숨어 있다. 보호막의 역할과 그곳에 숨겨진 원리에 대해 알아보자.

일단 운전석 계기반을 부르는 용어가 여럿 있다. 일반적으로 계기판 또는 계기반으로 부르는데 엄밀히는 계기반이 맞는 말이다. 계기가 원형으로 생겨 그렇게 부르는데, 연료 잔량부터 시작해서 속도계, RPM(자동차 엔진 회전 수), 방향전환, 기어 변속, 도어 열림, 각종 오일상태 경고 등 차량의 주요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편리하고 중요한 장치다. 각종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모아두었다고 해서 이를 ‘클러스터(Cluster: 집합체) 게이지(Gage)’라는 공식 명칭이 있다.

그런데 가끔 운전자들이 운전석 앞 클러스터 게이지가 투명해서 보호 커버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손으로 직접 건드려 보는 사람이 있다. 물론 플라스틱이나 유리 보호막이 있다. 운전자로 하여금 커버 존재 여부를 착각하게 만들 만큼 플라스틱 유리가 투명하게 보이는 이유는 바로 ‘안경’의 원리다. 이것이 오목렌즈 형태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목렌즈면 빛이 반사될 때 그 빛이 퍼질거라 생각하는데, 하지만 빛의 퍼짐을 아래쪽 또는 위쪽 한곳으로 모아주는 기능을 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더불어 운전자에게 빛이 반사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세심한 과학 원리가 적용돼 있다. 또한 플라스틱 유리 윗부분 패널은 마치 클러스터 게이지가 ‘모자’를 쓴 것처럼 앞으로 돌출되어 있기도 한데, 반사되는 빛을 최대한 차단해 운전자에게 안전한 시야를 확보해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계된 것이다.

또한, 이로 인해 야간운행 때도 빛을 모아준다. 야간 운행 시 클러스터 게이지에 조명이 켜지면 게이지 내 각종 그래픽에서 빛을 발산하게 되는데, 이 클러스터 차양은 빛이 앞 유리나 측면 유리에 비치지 않게 막아주는 기능도 하게 된다. 따라서 클러스터 게이지는 윗부분에 ‘모자’를 쓴 것과 마찬가지로, 측면부도 패널 외관에서 일정 깊이를 유지하며 안쪽으로 들어가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계기반의 조명도에 따라 클러스터 차양도 달라진다. 클러스터 차양은 빛 반사와 투영 조건을 고려해 길이가 결정되는데, 내부디자인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이렇게 운전자 안전운행을 위해 아주 세심한 부분까지 과학 원리를 적용하는 만큼 자동차는 그 자체만으로도 ‘과학의 집합체’라고 할 만하다.

요즘은 디지털 계기반도 많이 사용된다. 형태는 아날로그지만 작동 방식은 디지털이다. 그런데 계기반을 보면 활용하는 것은 주로 정서적인 이유 때문이다. 숫자로 표시되는 것보다 지침이 더 클래식한 분위기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급자동차일수록 아날로그 계기반이 많이 적용되고, 젊은 소형자동차일수록 디지털 계기반이 사용되는 것이다.

김태식 칼럼니스트(autosoftca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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