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설‧선동가 기질의 반중국 지도자

▲ 남부 아프리카 잠비아의 사타 대통령이 서거했다고 10월 29일 전세계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그는 기차역 청소부 등 밑바닥 직업을 거쳐 3번의 패배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입지전적 인물로 잠비아가 자립 경제를 이루기 위한 정책을 시행했으나 그 완성을 보지 못하고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출처=CNN 출처

남부 아프리카 잠비아의 마이클 사타 대통령이 그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9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잠비아 당국은 이날 “사타 대통령이 런던에서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서방 언론의 눈에 비친 사타는 ‘킹 코브라’였다. 거침없이 독설을 잘 내뱉는 기질 때문이었다. 혹자는 그를 두고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가 취한 반외세 정책 때문이었다. 독설과 선동은 그가 외국의 자본에 대항하기 위한 무기였는지도 모른다.

대통령 네 번째 도전에 당선

아프리카는 이제 열강들이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는 세계 경제의 각축장이다. 잠비아는 특히 구리 매장량이 많아 서방과 중국의 회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나라들 중의 하나다. 우리나라의 자원외교는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지만 별 실익을 못 거둔 것으로 결론이 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자신들의 국익 실현을 위해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취임 후 첫 해외순방에서 러시아를 거쳐 탄자니아·남아프리카공화국·콩고공화국을 방문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사타 대통령이 죽자 애도의 뜻을 표했다. 반외세, 특히 반중국 성향을 보였던 킹 코브라가 죽은 후 잠비아의 외국 기업에 대한 정책은 어떻게 변할까?

사타는 밑바닥에서부터 많은 직업을 전전했다. 경찰관과 자동차 조립 노동자로 일했고 런던의 빅토리아역에서 청소부로 일하기도 했다.

잠비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을 때 사타는 당시 대통령 케네스 카운다가 이끌던 유엔독립당에 입당했다. 1985년 사타는 수도 루사카의 시장이 돼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로 엉망진창인 도시의 거리를 말끔하게 바꿔 놓아 주목을 끌었다.

2001년 집권 여당인 다자민주운동(MMD)을 나와 애국전선당을 창당했다. 2001년, 2006년 대선에 도전했으나 다자민주운동 후보 레비 므와나와사에게 연달아 패배의 고배를 마셨다. 므와나와사가 뇌졸중으로 사망한 뒤 치러진 2008년 대선에서는 당시 부통령이던 반다에게 2%차로 석패했다.

그때 패배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BBC 기자를 향해 “나는 절대 패하지 않았으니 내 시간 낭비하지 말게나”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거절해 화제가 됐다. 사타는 2011년 대선에서 다시 맞붙은 반다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잠비아가 아프리카 최대 구리 수출국이면서도 빈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다며 기업 프렌들리 정책을 펴온 반다 대통령을 비판했다. 당시 당선 요인에 대해 외신들은 사타가 가난한 서민 대중과 실업 청년층의 마음을 파고드는 연설과 정책을 내세운 점을 지적했다.

 특히 잠비아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중국 등 외국인 투자 기업에 비판적인 성향을 보여 외국인기업에 세금을 더 물리거나 기업의 일정 지분을 현지인에 배정하도록 법령을 개정하겠다고 강조해왔다. 당선된 후 강경한 태도는 다소 누그러졌지만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사타의 반외세에 대한 이런 태도가 서방 언론인들의 눈에는 독설과 선동으로 비쳤다. 사타는 서민 중심의 정책을 고수했다.

중국-미국의 세계 헤게모니 싸움

아프리카를 이해하려면 중국을 빼놓을 수 없고 중국은 미국 없이 얘기가 안 된다. 세계의 헤게모니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것은 이제 새로운 뉴스도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양 강대국은 자국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서 지구촌을 상대로 막전막후에서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아프리카 자원외교는 미국이 지금 치르고 있는 시리아-이라크 내전 개입과도 무관하지 않다. 미국은 중동 지역의 원유자원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반미 성향의 이란이 중동의 절대 강자의 지위를 누리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 

내전 개입을 정식으로 요청한 이라크에는 친미 성향의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문제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다. 이 정권은 이란과 같은 이슬람 시아파다. 그래서 반드시 이 정권을 무력화시켜야만 이란의 패권 행보를 저지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란의 지원을 받는 같은 시아파인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 골치 아픈 이슬람 무장 세력을 축출해 미국에 우호적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의 나라와 협력 관계를 확대할 수가 있다. 이 나라들은 모두 미국 주도의 공습 작전에 가담했다.

한 국제문제 전문가에 따르면 미국이나 중국이나 피차 매일반이다. 두 나라 모두 기업주의적 자원 침탈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미국의 무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중동보다 중국은 아프리카에 치중했다. 중국은 이미 2009년 미국을 제치고 아프리카 최대 무역국 지위를 차지했다. 중국 상무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아프리카 간 무역은 매년 5.6%씩 성장해 2013년 2,010억달러까지 올랐다.

IMF의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대 중국 수출은 전체 해외 수출의 15%를 차지한 것으로 나왔다. 지난해 말까지 자원, 제조, 금융 등 여러 부문에서 2,000개 이상의 중국 기업이 아프리카에 자리를 잡았다.

전문가들은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이 기간산업과 자원사업으로 중국과 깊이 얽히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라미도 사누시 나이지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원자재를 사고 우리가 생산해야 할 공산품을 판다”며 “이는 식민주의의 본질적 속성이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고 중앙데일리가 전했다.

현재 중국은 오늘날의 홍콩 시위 사태에 미국이 깊이 개입됐다고 비난하고 있다. 일정 부분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하는 사업들은 과연 식민주의적 속성과 무관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

사타, 국익 위해 중국과 대립각

중국은 2007년 이미 침비시에 구리 제련소를 세우고 이 지역에 경제특구를 조성했다. 국제광산금속협회에 따르면 2008년 광산이 잠비아의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에 그쳤지만 오늘날엔 그 수치가 30%를 넘는다. 2011년 최고점을 차지한 구리 가격은 그러나 50% 이상 하락했다. IMF는 2013년 보고서에서 아프리카로부터 막대한 자원을 수입하고 있는 중국의 경기 침체는 무역과 원자재에 영향을 미쳐 잠비아 경제의 주된 위험 요소 중 하나로 꼽았다.

사타의 눈에는 중국 등 외세의 기업들은 광물자원을 빨아들이는 흡혈귀처럼 보였을 지도 모른다. 국내 기반 시설이 취약한 잠비아에서 광물자원이 바닥나거나 가격이 폭락하게 되면 나라살림은 거덜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사타는 외국의 발달된 선진 기술이 잠비아에 내에 정착해 부가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자원이 되길 원했다.

2013년 11월 사타 대통령은 북부 지역의 구리 광산 밀집지역의 주요 간선도로를 확충하는 공사 기공식에서 공사를 맡은 중국 회사에 기술 인력을 뺀 모든 근로자는 잠비아인을 고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자본의 첨병인 중국 기업을 향해 방침을 지정해 준 것이다.

사타 대통령은 또한 잠비아 정부가 인프라 개발에 더욱 노력해 남‧중부 아프리카를 잇는 자국의 전략적 역할을 더욱 증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기업의 생리를 간파한 사타 대통령은 중국이 그동안 아프리카의 인프라 확충을 지원해 왔다지만 중국 노동자 위주로 고용하고 현지인 채용에 인색하다는 점을 비판했다.

당시 사타의 입이었던 므완사 카페야 대변인은 중국의 광산회사들이 경영 위기에 봉착하면 노동자 감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이는 광산채굴 인가 요건을 위배하는 것이라며 중국 기업을 옭죄었다.

이제 중국이 왜 자국의 기업들에게 까탈스런 태도를 보인 사타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공식적으로 애도의 뜻을 표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90일 간은 가이 스코트 부통령이 대통령 권한 대행을 한다. 그는 영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영국에서 공부했다. 그가 전직 대통령의 중국 기업에 대한 통제주의적 정책을 계승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잠비아는 아프리카의 허다한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중국 자본에 예속되느냐 자립 경제 구조를 만들어가느냐는 힘든 상황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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