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친박 견제, 비주류 아군들도 경쟁 돌입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대표직에 취임한지 100일을 넘기자마자 상당한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현재 김 대표가 맞이한 치명적인 타격 및 딜레마는 여러 갈래로 나누어 볼 수 있지만, 따지고 들어가면 결국 ‘친박(親朴) 대 비박’이라는 계파 간 갈등으로 요약될 수 있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당내 친박계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현재 김무성 대표 체제가 맞이한 이른바 ‘자중지란’의 상황에 대해 정계에서는 “과연 ‘정치는 생물’이라더니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과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보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 서로 처지가 뒤바뀐 여·야?
즉 박영선 전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끌었던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른바 ‘친노 대 비노’의 계파 갈등을 주축으로 하는 엄청난 ‘대혼란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반면 같은 시기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가 강력한 카리스마를 내세우며 단단한 결속력을 만방에 과시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일부 야권 성향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이제 앞으로 야당 집권은 영원히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극도의 회의론이 강한 설득력을 띄고 횡횡하기도 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의 탄탄한 결속력을 배워야한다”는 자조 섞인 비판과 한탄도 많이 나왔다.

그렇지만 이로부터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어 버리고 말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9월 22일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출범 이후 눈에 띨 정도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여기에 우윤근 신임 원내대표도 비교적 무난한 일처리로 당의 안정에 적지 않게 기여하고 있다.

이렇게 새정치민주연합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예상 외로 안정을 되찾은 데 대해 일각에서는 “친노 내지는 범친노계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당권을 맡았기 때문에 그런 요인도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사실 박영선 체제 때 일어난 분란은 ‘평지풍파’적인 성격이 많았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새정치민주연합의 현 지도 체제는 이와 같은 위험 요인을 최대한 줄이려는 신중한 방향으로 나가고 있기 때문에 당내 안정을 빠르게 되찾을 수 있었다”는 시각이 상당 부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런데 묘하게도 김무성 대표 체제의 새누리당은 얼마 전까지 새정치민주연합이 곤욕을 치러야 했던 바로 그 딜레마를 현재 거의 고스란히 맞이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즉 ▲당을 이끄는 대표의 ‘오해를 살 수도 있을’ 일련의 행동 ▲계파 간의 극심한 대립이라는 치명적인 상황이 예기치 않게 도출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와는 달리,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단순히 당내 갈등 차원으로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상황은 훨씬 심각하게 다가올 수 있다. 즉 ‘청와대’라는 주요 변수가 이 같은 혼돈 양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치명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 ‘김무성 저격수’로 나선 홍문종 의원
이렇게 새누리당이 자중지란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데 대해 정계에서는 전반적으로 “김무성 대표가 자초한 면이 크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 대표가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소지가 있는 언행 및 조치를 아무런 여과 장치 없이 터뜨려 친박계를 중심으로 한 당내 반발 및 논란을 일으켰다”고 보고 있다.

김무성 대표를 둘러싼 논란은 크게 ‘개헌론’과 ‘친박 대학살’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10월 16일 중국 상하이에서 “정기국회 이후 개헌에 대한 논의가 봇물이 터질 것”이라며 개헌론을 강력하게 언급한 바 있다.

김 대표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물론 당내에서도 강한 반발을 일으켰다. 애초 김무성 대표는 개헌론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과 입지를 한층 강화하려는 의도였겠지만, 이러한 의중과는 달리 이후 흐름은 오히려 김무성 대표에게 상당히 불리한 방향으로 뜻하지 않게 흘러갔다.

사태가 예상을 벗어나자 김무성 대표는 “대통령께 죄송하다”는 의사를 밝히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당내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인물들에게 현재까지도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김무성 대표를 정면에서 공격하는 대표적 친박계 의원으로는 홍문종 의원을 꼽을 수 있다. 홍문종 의원은 지난 10월 21일 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김무성 대표의 개헌 관련 발언 때문에 국정감사가 사실상 실종됐다”며 김 대표를 향한 공세의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홍문종 의원은 “지금은 정치보다는 경제나 민생이 훨씬 중요한 시기가 아니냐”며 “여·야가 개헌론에 대해 정치 논쟁하다가 날 새는 줄 모르면 과연 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어 홍 의원은 “나는 개헌론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강조한 뒤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를 통해 국회에 모든 권력을 더 넘겨주는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해 원론적 차원에서 국민들의 반발이 많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헌론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소신을 밝혔다.

홍문종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김무성 대표가 개헌의 당위성을 언급할 당시 “오스트리아의 이원집정부제를 참고로 할 만하다”고 밝힌 발언 내용을 겨냥한 것이라 정계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또한 홍문종 의원은 지난 10월 23일에도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인터뷰에 응하며 김무성 대표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조금도 늦추지 않았다. 홍문종 의원은 “김무성 대표가 오랜 기간 동안 정치적인 타임 스케줄에 의거해서 개헌론을 주장하고 있었다”고 맹공의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홍문종 의원은 “김무성 의원의 이러한 주장은 사실 주변에서 조언한 것에 따른 것이 아닌가 싶다”라며 “지금이야말로 당을 비틀어 잡고 또 여야 간에 중요한 정치 이슈를 먼저 선점하는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믿었던 절친’마저 공격?
이어 홍문종 의원은 “김무성 대표가 사실 당내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얻어 대표가 된 건 아니지 않나”며 “그렇게 때문에 대표로서 당내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데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고, 또한 차기 대권 스케줄이나 그런 것을 비추어 볼 때 정치적 아젠다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위의 말을 듣고 이 같은 유혹을 결국 참지 못해 상황이 이렇게 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비판의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홍문종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김무성 대표가 당정보다는 자신의 대권 가도를 우선시해 이런 맥락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라는 취지로 비판한 내용이라, 그만큼 친박계가 김 대표를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싸늘한지 알 수 있다.

이렇게 새누리당 내에서 빗발치는 김무성 대표에 대한 공격은 비단 친박계 의원들로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 때문에 그만큼 김무성 대표의 시름과 딜레마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즉 ‘절친’으로 꼽히며 김 대표의 적극적인 권유로 보수혁신특별위원장으로 당내에 진입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역시 김 대표의 개헌론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어 시선을 모으고 있다.

김문수 위원장은 지난 10월 2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동국포럼 2014’에서 “우리 국민은 자신들이 직접 지도자를 뽑고 싶어 한다. 반드시 5년 단임제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김무성 대표가 주장한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김문수 위원장이 보수혁신특별위원장으로 영입될 때만 해도 정계 일각에서는 이른바 ‘문-무 합작’이라는 별칭까지 붙이며 김무성 대표와의 ‘팀 플레이’를 전망하기도 했다. 이에 친박계 인사들은 바짝 경계를 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김문수 위원장은 새누리당으로 영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김무성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를 적극적으로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계에서는 “이는 당내 갈등이라기보다는 김문수 위원장이 차기 주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내 보이려는 전략적 차원”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현재 김문수 위원장은 국회의원도 아닌 사실상 ‘야인’인 상황”이라며 “이렇게 다소 절박한 처지에 놓였기 때문에 어떻게 하든 존재감을 보여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현재 새누리당 내에서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김무성 대표는 비박계로 분류된다”며 “이에 강력하게 맞설 수 있는 ‘친박계 대표주자’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김문수 위원장은 바로 이러한 ‘빈틈’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김무성 대표는 일견 강력한 당내 권력을 확보한 듯 보였지만 현재 여러 요인으로 인해 청와대와 친박계로부터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어 많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 평론가는 “김문수 위원장은 이런 틈을 노려 이른바 ‘반(反)김무성’ 세력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으면 차기 당권 및 대권에 상당히 유리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바로 이러한 동기에서 김 위원장이 개헌론 반대를 적극 설파한 것으로 사료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현재 김무성 대표는 예상치 못한 공격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0월 23일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전격적으로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는 바람에, 김 대표는 가히 ‘백척간두’의 처지에 놓여있다.

김태호 최고위원의 사퇴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오가고 있지만, 정계에서는 “김무성 대표와 대립각을 세워 ‘차기 주자군’으로서의 입지를 다지려는 의도가 아무래도 많이 담겨있지 않겠느냐”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더욱이 김태호 최고위원의 사퇴로 공석이 된 자리에 만약 후임 최고위원으로 홍문종 의원 등 친박계 의원이 영입된다면, 그만큼 김무성 대표의 파워는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게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이처럼 김무성 대표가 맞이한 딜레마에 대해 한 정계 관계자는 “김무성 대표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결과가 아닌가 싶다”고 다소 비판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많이 남아있는데다 차기 총선도 먼 시점이라 친박계 의원의 힘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김 대표가 너무 성급하게 ‘의중’을 드러내는 바람에 불필요한 역경을 맞이하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향후 김무성 대표가 겹겹으로 쌓인 여러 악재를 어떻게 풀어가고 수습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정치력과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잠재력이 오히려 강화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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