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대권 플랜 시작됐나? 티내지 않는 차별화 고심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대권 행보에 탄력이 붙으면서 청와대와 불가피한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개헌을 비롯한 각종 국정 현안에서 김 대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박근혜 대통령과 엇갈린 메시지들이 나오고 있는 것. 여당 대표면서도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이기도 한 이유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로서는 박 대통령과 한 배를 타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편으로는 또 차기 대선을 준비하며 차별적인 이미지도 구축해야 하는 모순적 상황에 처해 있다.
따라서 대의적으로는 박 대통령을 존중하고 떠받드는 모양새를 취하지만, 이면으로는 그 안에서도 차별성을 부각시키려 꿈틀거리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차별화가 박 대통령과 전면 각으로 비춰져서는 안 될 것이며, 그래서 최대한 티를 내서도 안 된다. 결국, 김 대표는 치고 빠지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듯해 보인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대권 행보가 본격화 되면서 청와대와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김 대표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그토록 강하게 주문했던 개헌 얘기를 꺼내들어 청와대와 갈등설에 휘말리기까지 했다. ⓒ뉴시스

김무성 대표와 청와대 간 갈등설이 본격적으로 불붙은 건 지난 16일 중국을 방문 중이던 김 대표가 개헌 얘기를 하면서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토록 하지 말라고 했는데, 여당 대표가 나서서 개헌 논의가 불가피하다 하니 사실상 박 대통령을 무시한 처사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미 당내에서는 김 대표가 이처럼 박 대통령과 각을 쌓거나 차별화 길을 걷게 될 것이란 사실을 어렵지 않게 예상하는 분위기들이 있었다.

앞서 보수혁신위원회 구성 문제에서도 이런 논란은 들끓었었고, 친박 측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당내 박근혜 대통령 색깔 지우기를 하고 있다는 비토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었다. 이런 분위기들 속에 튀어나온 김 대표의 개헌론은 결코 해프닝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이다. 여당 대표로서 현직 대통령과 맞장을 뜨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 치고 빠지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무성 ‘반기’ 하루만에…
김무성 대표는 이날 상하이 홍교 영빈관에서 기자들과 조찬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대통령의 시각에선 개헌논의가 이르다는 시각이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개헌 논의는 정기 국회가 끝나면 봇물 터지고, 봇물이 터지면 막을 길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블랙홀론을 제기하며 개헌 논의 차단령을 내린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 사실상 반박한 것이다.

그러면서 개헌 시기에 대해 “대선이 가까워지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정권 내에서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그것도 대선에 가까워져서는 안 된다고 하니, 내년과 내후년 사이에는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헌 논의가 시급히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어, “내가 볼 때 우리 사회가 철저한 진영논리에 빠져서 지금 아무 것도 되는 것이 없다”며 “이제 우리 사회 분위기가 중립지대를 허용하는 수준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제는 중립지대를 허용해 연정을 가는 것이 사회 안정으로 갈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김 대표는 권력구조 개편 방향과 관련해 정부통령제를 선호하지만, 이원집정부제도 검토해봐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중국 방문에 동행했던 ‘개헌 전도사’ 이재오 의원의 분권형 개헌 주장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수용 의지를 드러낸 대목으로 해석된다. 이에, 김 대표는 “점점 더 진영 논리에 의한 양극 대립이 심해지고 있어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게 최우선”이라며 “이원집정부제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김 대표는 “유능한 대통령에게 5년은 짧고 무능한 대통령에게 5년은 길다”는 덧붙여 말했다. 4년 중임제-정부통령제에 대한 자신의 기본적 방향성은 유지한 것이다.

김 대표의 이 같은 개헌 발언은 멀리 고국에서 톱뉴스가 됐다. 그동안 김 대표가 당내에서 개헌 논의를 봉쇄해 왔던 일들이 모두 ‘쇼’처럼 여겨지며, 드디어 김 대표가 속내를 드러냈다는 언론 기사들이 쏟아졌다. 일부는 당청갈등 폭발이라는 시각으로 김 대표 발언을 해석하기까지 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김무성 대표는 이튿날인 17일 귀국하자마자 몸을 한껏 낮춰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과했다. ‘무대’라는 별명으로까지 불려온 김무성 대표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중국에서 제가 예민한 개헌논의를 촉발시킨 것으로 크게 확대 보도된 것으로 해명하려고 한다”며 “그때 분명히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개헌논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논의가 시작될 것을 걱정하는 투로 얘기한 것”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김 대표는 또, “정식 기자간담회가 다 끝나고 식사하는 시간에 저와 같은 테이블에 있던 기자와 환담하던 중 개헌에 관한 질문이 있었고, 민감한 사항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어야 하는데 제 불찰로 생각한다”면서 “대통령께서 이탈리아 아셈회의에 참석하고 계시는데 예가 아닌 것 같아 직접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김 대표는 “그런 점을 이해해주시고 저의 불찰로 연말까지 개헌논의가 없어야 하는데 이렇게 크게 보도된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면서 “원내대표와 이야기했지만,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우리 당에서 개헌논의가 일체 없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거듭 “어쨌든 대통령한테 미안하다. (언론 기사에) 대통령과 정면충돌이라고 났는데,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며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잘못된 것은 사과하고 난 확실히 잘못했으면 사과한다”고 연신 몸을 낮췄다.

◆靑 “실수였을 리 없다”
김무성 대표가 이처럼 부랴부랴 파문 진화에 나섰지만, 쉽게 가라앉을 일이 아니었다. 당장 친박계가 반발하고 나선 것. 친박계 핵심 홍문종 의원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김 대표의 개헌 발언에 대해 “나라와 여당에 도움이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홍 의원은 “민생을 살리고 경제를 살려야 하는 시점에 결국 ‘모든 것을 다 팽개치고 개헌론으로 달려들자’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며 “과연 이 시기에 대통령이 간곡하게 당부했는데도 이 이야기를 했어야 했을까 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우려가 된다. 섭섭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홍 의원은 이어, “아마 주변에 있는 분들이 김 대표가 앞으로 대통령 후보가 돼야 한다는 것에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주변 이슈들에 대해 천천히 살펴보고, 그런 것들이 어떤 임팩트가 있는가를 따져봐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이번 개헌 발언 논란이 김 대표의 대권 플랜에 따른 것이라 해석했다.

홍 의원은 23일에도 또 다른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정치적 타임스케줄에 의한 것”이라며 “이슈 선점 유혹을 참지 못해 나온 것”이라고 대권 플랜으로 규정지었다. 홍 의원은 그러면서 “김 대표가 중국에서 말을 하면서 대통령이 상당히 난감하게 됐다”며 “국정감사에 굉장히 중요한 이슈들이 많이 있는데 다 묻혀버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김 대표의 발언이 결코 실수가 아니라고 지적한데 대해서도 홍 의원은 “김 대표가 오랫동안 정치적인 타임스케줄에 의해 개헌론을 주장하고 있었다”며 “그래서 아마 ‘지금이 당내를 틀어잡고 여야 간에 있어 중요한 정치 이슈를 먼저 선점하는 효과를 노리기 위해 적기가 아닌가’라고 주변에서 조언했을 것”이라고 계획에 의한 작정한 발언이었을 것이란 주장을 펼쳤다. 홍 의원은 거듭, “김 대표가 실수라고 말을 하시지만 판도라의 상자를 너무 일찍 열었다”고 강조했다.

불쾌한 감정을 애써 숨겨오던 청와대도 결국 감정을 표출하고 말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1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자가 노트북을 펴놓고 말하는 것을 받아치는데 그런 상황에서 개헌 관련 언급을 한 것은 기사화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말씀하신 것 아니냐”며 “당 대표 되시는 분이 실수로 언급했다고는 생각 안 한다”고 사실상 김 대표의 사과를 거부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국가가 보다 나은 상태로 가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며 “그것이 과연 개헌 얘기냐”고 김 대표를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가 이 같은 감정을 표출하면서 김무성 대표와 청와대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일로로 치닫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언론은 또 당청갈등설을 확산시켰다.

◆당청갈등, 누가 주범인가?
김무성 대표의 脫박근혜 행보 일환으로 이 같은 당청갈등설이 폭발한 것이라면, 김 대표의 전략은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결코 전략이었는지는 언제까지라도 알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다만, 김 대표는 한 번 제대로 쳤으니 몸을 낮추고 다시 빠지며 청와대와 코드 맞추기 모습을 잠시 또 보여주면 그만일 뿐이다.

그래서 김 대표의 거듭된 몸 낮추기는 청와대의 시선처럼 진정성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김 대표는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청갈등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최근 야권 주요 인사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고 청와대와 우리 새누리당의 갈등을 부추기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며 당청갈등의 진원지를 야당으로 돌렸다.

실제로,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17일 대통령에게 공개 사과한 일에 대해 “대통령이 지시해 여당 대표가 죄송 운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비판들이 쏟아져 나왔다. 박지원 비대위원은 이 같이 말하며 “대한민국은 대통령의 말씀 한 마디에 모든 것이 좌우 돼선 안 된다. 김무성 대표가 개헌에 대해 발언하자 청와대가 발끈한 것 같다”고 청와대를 비난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도 “집권여당의 대표가 개헌 이야기 했다가 청와대 눈치 보는 사태야말로 제왕적 대통령의 모습이 나타난 것”이라고 비난했고, 문재인 비대위원은 20일 “대통령이 국회차원의 논의를 막는 것은 월권이고, 삼권분립을 무시하는 독재적인 발상”이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하지만, 야당의 이런 비판들은 세심히 살펴보면 김무성 대표를 대신해 청와대를 공격하는 것이란 점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이런 야당의 청와대에 대한 비판은 김 대표 스스로가 자처한 측면이 큰데도 당청갈등설의 진원지를 야당으로 돌린 것이다. 이 때문에 야당과 김 대표가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는 뒷말까지 나왔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당과 청와대는 주요 현안의 정책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고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라며 “이 같은 의견조율을 갈등으로 확대해석하고 매도하는 것은 정치공세”라고 반발했다.

김 대표는 특히, “야당의 한 고위 인사는 박 대통령에게 월권, 3권분립 무시, 독재, 긴급조치 등의 단어를 사용했고 또 다른 인사는 제 이름을 거론하면서 모멸감, 과민반응 등의 용어를 이야기했다”며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다. 야당의 정치공세성 발언이 금도를 벗어났다고 생각돼 유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당청갈등설의 또 다른 뇌관은 공무원연금개혁 시기를 둘러싼 김 대표와 청와대의 시각차에 있다. 청와대는 거듭해서 공무원연금제도 개혁을 연내 처리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김무성 대표는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꼭 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 다들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데, 하는 게 중요하지 그 시기가 중요하냐”며 청와대와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특히, 김 대표는 이 같이 말하면서 “왜 그것 때문에 자꾸 나와 청와대를 싸움 붙이려 그러느냐”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전날(21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연내 처리는 쉬운 일이 아니다”며 거듭 청와대의 연내 처리 주문이 무리라는 입장을 밝혔던 바 있다. 개헌 문제부터 공무원연금개혁 문제까지 김 대표와 청와대가 최근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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