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앤쇼핑 지분 매각해 제7홈쇼핑 설립 추진

▲ 10일 중소기업청 등의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는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뉴시스

중소기업청(이하 중기청) 산하 중소기업유통센터(이하 유통센터)가 중소기업을 위해 100% 공영제로 운영되는 제7홈쇼핑 설립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 계획은 현재 매각이 금지되어 있는 중소기업 전문채널 홈앤쇼핑의 지분 매각이 전제돼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전정희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10일 확보한 중기청 내부문건 ‘공영 홈쇼핑 설립을 통한 창조혁신제품 시장진출 방안’에 따르면 중기청은 이미 유통센터가 보유하고 있는 15%의 홈앤쇼핑 지분 중 5%~9%를 매각해 공영제로 운영될 제7홈쇼핑의 설립을 주도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에 제7홈쇼핑의 설립을 위한 두 가지 방안이 제시돼 있다.

첫 번째 방안은 유통센터 내 전담사업본부를 신설하는 방안이다. 중기청은 유통센터의 기존 인력과 설비를 이용, 300~400억원 정도를 확보하면 제7홈쇼핑 설립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번째 방안은 농협경제지주회사와 공동으로 출자해 홈쇼핑을 공동으로 운영할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다. 중기청은 과거 홈앤쇼핑 사례에 비춰볼 때 1000억원 정도의 초기 자본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유통센터가 51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기청은 홈쇼핑 신규 법인 설립보다 사업 본부 신설이 운영비와 손익분기점 도달 시간이 짧고 효율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사실상 첫 번째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청의 이러한 계획이 문제가 되는 것은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의 특별승인과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의 신규 법인 재출자에 대한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 때문이다.

중기청이 15%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홈앤쇼핑은 중소기업의 판로 개척을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 제품의 방송 비율을 80% 이상으로 명시, 2012년 1월 출범한 공공적 성격의 홈쇼핑 채널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11년 홈앤쇼핑을 인가할 당시 홈앤쇼핑이 대기업에 매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유통센터의 향후 5년간 지분 매각 금지, 최대주주 변동시 별도 승인 필요 등의 조건을 내건 바 있어 유통센터는 2016년 6월까지 지분을 매각할 수 없다.

하지만 중기청 내부 문건에 언급된 두 가지의 제7홈쇼핑 설립 방안은 모두 홈앤쇼핑의 지분 매각이 전제돼 있다. 따라서 추후 미래부의 지분 매각 승인이 떨어질 경우 특혜·편법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지분 매각에 따라 홈앤쇼핑의 공공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전 의원은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의 공공성을 지켜내야 할 중기청이 가장 선두에 서서 이를 훼손하겠다는 것"이라며 “중기청은 신규 홈쇼핑 설립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홈앤쇼핑의 기타 주주의 지분(22.07%)을 정부가 인수해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부터 시급히 마련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박완주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역시 “유통센터가 홈앤쇼핑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편법에 해당한다”며 “유통센터와 홈앤쇼핑은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 확대를 돕는 본래 역할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 같은 방안이 중소기업 제품 판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직접 주주로 참여해 중소기업 전용 채널이라고 내세운 39홈쇼핑(현 CJ오쇼핑), 중소기업 전용 TV홈쇼핑으로 인가를 받은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 식품중심 홈쇼핑으로 출범한 농수산홈쇼핑(NS홈쇼핑) 등은 모두 목적 달성에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어 2012년 중소기업 전용 TV홈쇼핑 홈앤쇼핑이 출범했지만, 현재는 기존 채널들과 경쟁을 하고 있다. 여기에 제7홈쇼핑까지 출범하게 되면 NS홈쇼핑, 홈앤쇼핑에 이어 제7홈쇼핑까지 중소기업 전문 채널이 3개나 돼 중복 투자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100% 공영제에 대한 현실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정부가 직접 홈쇼핑을 운영하는 사례가 없고, 수익성을 무시한 홈쇼핑 채널이라는 것이 제대로 운영될 리 있겠느냐는 주장이다.

한정화 중기청장은 “기존 경쟁체제에서는 창업초기 제품이나 창조적인 혁신제품이 들어가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마진이 거의 없는 제7홈쇼핑 설립을 추진하려고 한다”며 “필요하다면 2016년 홈앤쇼핑 재승인 시 강화된 요건을 넣겠다”고 답했다. 이어 한 청장은 “TV홈쇼핑 설립에 필요한 자본금을 조달하기 위한 1안과 2안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제 3안으로 약 300억원의 은행 대출을 받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박 의원이 공개한 ‘중소기업유통센터와 TV홈쇼핑 간 거래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유통센터의 대기업·수입제품 취급 액수가 2천억원이 넘었다. 이러한 해외 고가품과 대기업 제품들은 TV홈쇼핑에 중소기업이 납품하는 것처럼 추천돼 유통센터가 10억여원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 유통센터는 자체적으로 홈쇼핑 사업 운영 요령을 만들어 업체선정 기준에 아예 사업 단장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대기업, 수입업체등을 선정하도록 명시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정체성도 애매한 기관에 정부가 추진하는 제7홈쇼핑을 맡긴다면 또 다시 ‘밑 빠진 독 혈세 퍼붓기’라는 실수를 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홈앤쇼핑은 실질적으로 6개 홈쇼핑 중 두 번째로 높은 당기순이익률을 기록하고 있고 수수료 역시 타 업체와 동일하거나 더 높게 책정되는 등 중소기업을 위한 홈쇼핑 채널이라는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도 제기돼 이날 국정감사 현장에서 제7홈쇼핑 추진과 맞물려 호된 질타를 받기도 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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