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변 확대와 현대식 구장 등의 인프라 구축 필요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에서 우리 대표팀이 4강에 오르면서 야구의 인기가 하늘을 치솟고 있다. 비록 결승에는 못 올라갔지만 대표팀의 정신력과 투혼에 국민들도 많은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대회가 시작됐을 때는 2라운드 진출을 위해 지역 예선 2위에 들자는 것이 목표였고, 2라운드에서는 1승이라도 올리자 라는 분위기가 대세였다. 그러나 대표팀은 이런 목표를 단번에 날려버리고 2라운드 전승이라는 믿기지 못할 성적을 올렸다. 미국, 멕시코, 일본과의 경기에서 김인식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테프의 현란한 선수 교체 타이밍, 몸을 날리는 수비, 적시에 터지는 홈런 등 정말 놀란 만한 경기력을 보여 줬다. 이로서 대표팀은 지난 2002년 월드컵의 빨간 물결과 맞먹는 파란 물결을 대한민국에 불러 일으켰고, 우리 국민들도 ‘하면 된다’는 희망을 안겨 줬다. 또한 변방에만 머물던 우리 한국 야구의 위상을 전 세계에 퍼지는 효과도 있었다. 또한 대표팀의 선수들도 미국, 일본 등 강팀과의 경기에서도 이길 수 있다 라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무엇보다 큰 성과였다. 그러나 이번 4강 성적의 이면에는 한국 야구계의 불안한 자화상이 너무 많은 곳에서 노출되고 있다. 돔 구장은 생각도 못하고 있고, 락커룸 하나 없는 경기장, 지붕이 무너지는 경기장 등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세계 4강이라는 성적을 어떻게 냈는지 궁금할 정도다. 이번 WBC 대회를 통해 드러난 부끄러운 자화상을 알아보고, 우리에게 남긴 숙제가 무엇인지 이번 기회에 심각하게 고민할 시기가 됐다. ◆너무 열악한 경기장 한국 대표팀이 4강에 올라간 원인에 대해 많은 야구 관계자들과 해외 외신들은 타력과 투수력 보다는 신기에 가까울 정도의 수비를 보여준 박진만, 이진영 선수의 멋진 수비에 기인했다. 지역예선 일본전에서 보여준 두 선수의 멋진 다이빙 캐치와 정확한 홈 송구 등 정말 전 세계가 놀라게 한 수비력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대표팀이 아닌 한극에 돌아와 자신의 팀에서도 이런 수비를 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 다들 ‘NO'로 대답할 것이다. 이유는 너무 열악한 그라운드 사정 때문이다. 대전, 광주, 대구 구장은 지난 1960년대 만들어진 구장이다. 역사가 꽤 깊은 야구장이다. 하지만 락커룸 하나 없다. 선수들은 유니폼을 갈아입기 위해 화장실을 사용하고, 덕아웃 에서는 선수들과 쥐들이 같이 경기를 관람한다. 비가 오면 경기는 끝이다. 약 1mm의 비라도 오면 경기는 중단 된다. 메이저 리그의 구장과 너무 상반되는 경기장이다. 또한 카페트 같은 인조 잔디 구장에선 선수들이 몸을 아낀다. WBC에서 보여준 수비는 인조잔디 구장에서는 꿈도 못 꿀 일이다. 삼성의 김대익 선수 얼굴에는 긴 흉터가 있다. 다이빙 캐치를 하다 인조잔디에 얼굴이 밀리면서 화상이 생긴 것이다. 수비를 하기 위해 턴 도 못한다. 발목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천연 잔디 구장이 필요한 이유다. 이래서는 야구 발전이 이뤄지지 않는다. 관중들은 야구의 질이 떨어지면 구장을 외면한다. 열악한 구장 문제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돔구장 문제이다. 제2회 WBC 대회는 2009년에 열린다. 미국의 스포츠 채널 ‘폭스 스포츠’는 지역 예선이 열릴 장소로 한국과 멕시코를 뽑았다. 한국과 멕시코는 각 지역예선에서 1위와 2위를 차지했기 때문에 경기력에서는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예선이 열리는 시기(3월 중)가 문제가 되고 있다. 돔구장 건설 필요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2009년은 멀지 않고 금방 다가온다. ◆체계적인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한국의 김인식 감독은 뼈 있는 발언을 했다. 김 감독은 “한국과 일본은 수준차가 있다. 일본은 지금 수준의 팀을 3개는 만들 수 있지만, 우리는 잘해야 2개 정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과 한국의 수준차를 말하는 것이었다. 또 김 감독은 4강 경기 직후 귀국 인터뷰에서도 야구의 저변 육성을 강조했다. 단적인 예가 일본과의 3번째 맞대결 이었던 4강전 이었다. 한국 대표팀은 일본의 선발 투수 우에하라 고지의 떨어지는 포크볼에 전혀 손을 못 댔다. 실제로 한국 대표팀의 하위 타자들은 예선전을 포함한 7경기에서 연일 범타에 시달렸다. 처음 대하는 투수를 상대하면 타자들은 불리하기 마련이지만 이종범, 이승엽 등을 제외하면 우리 선수들은 수비에 비해 타력은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투수들이 각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지만 대응력이 한참 모자랐던게 사실이다. 또한 국내파와 해외파 간의 격차가 큰 것도 남겨진 숙제다. 일본 선수와 한국 선수들을 비교해 보면 한국 선수들의 하드웨어가 좋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과학적인 이론 접근이 부족했던게 사실이다. 야구를 좀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잣대를 만들때 한국야구는 새롭게 한단계 성장 할 수 있다. 여기에 8개뿐인 1군 프로야구도 문제다. 메이저 리그의 30개 구단이나, 일본 프로야구 12개 구단보다 한참 뒤떨어진다. 가장 시급한 것이 제9,10 구단의 창단이다. 하지만 연고권과 지명권에서 각 기업과 구단간의 이해관계가 필요한 부분이다. 창단을 하고 싶은 기업은 있는데 인지도 없는 선수들로 엔트리를 구성하고 싶은 기업은 없다. 창단을 위해서는 확대 드래프트제를 해야 한다. 확대 드래프트는 구단의 보호선수를 뺀 나머지 선수 중 몇 명을 신생 구단에 보내는 것인데 이때 다른 구단들은 아예 7개 구단으로 가자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었다. 또 2군 야구 리그의 활성화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경찰청 야구단이 2군 리그에 등록을 해, 10개 구단이 2군 리그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KBO는 2군 리그의 활성화를 위해 1군 경기가 없는 월요일에 열리는 2군 리그의 경기를 텔레비전으로 중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은 끝났지만 4강 진출의 기쁨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 기쁨에 취해 현실에 계속 안주할 수만은 없다. 2회 대회 때도 이번에 구성된 멤버와 비슷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박찬호, 이종범, 구대성 선수 들은 나이를 고려해 다음 대회는 출전이 불가능해 보인다. 점진적인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다. 경기력 향상은 뒤로하고 연일 ‘애국심’에 호소 할 수도 없다. 저변 확대와 최신식 구장 건립 문제는 이제 설명을 할 필요가 없을 만큼 중요한 부분이다. 추상적인 애국심 보다는 보다 효과적인 당근 정책이 필요하다. 2009년 제2회 대회는 멀지 않은 미래다. 이번 WBC 4강 신화의 기쁨은 영원히 간직하되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다음 대회를 차분히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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