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들어서는 사행장에 ‘100명 중 6명 도박중독상태’

우리사회에 한탕을 노린 일확천금의 꿈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고급시설로 눈길을 끄는 카지노와 경마장, 동네마다 들어서며 심지어 농촌에도 파고드는 성인 오락실, 가정에서는 천만원짜리 판돈이 왔다갔다하고 복권을 줄이겠다는 정부는 당첨 확률 100배 높인 ‘중위당첨금형 복권’ 사업을 추진 중에 있으니 ‘한탕사회’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정파탄으로 길거리를 해메거나 감당 못할 빚으로 목숨을 끊는 이들이 늘어가는 양상은 당연한 결과랄까. 합법을 가장한 불법 사행장까지 우후죽순식으로 생겨나는 지금 도박꾼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관심 없던 사람들도 괜한 호기심에 손을 뻗어 빠져들고 있다. ▶도시 농촌 가리지 않는 오락실 운영 성행 화려한 네온사인과 조명등으로 밝게 비춘 거리에는 한국판 라스베이거스마냥 유흥시설들이 즐비하게 들어서있다. 이곳은 중소도시의 한 지역으로 택지나 공단개발로 인해 수천억원대의 현금이 풀리고 서울에서 원정도박꾼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하면서 도박의 온상지가 되어버렸다. 한 오락실 주인의 말을 빌리면 이 곳에서 5~10억 정도 투자해서 오락실 차리면 1년 안에는 본전 뽑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너도나도 오락실 개업에 덤벼든다고 한다. 시의 통계를 보아도 현재 185개의 성인오락실이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한해만 98개가 생겨 1년 새에 곱절이 늘었을 만큼 성행인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오락실 중에는 오락기를 불법 개조해 손님들을 끌어들인 뒤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꾸어 주고 그 사이에서 수수료를 떼는 불법영업을 일삼는 곳도 허다했다. 매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일간은 몰려드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는 한 오락실 점원은 “1-2시간 하려면 10만원 갖고 오면 되고, 하루 저녁 내내 놀려면 50만-100만원은 있어야 한다”며 “상품권은 손님들이 알아서 돈으로 환전한다”고 했다. 오락실 옆에는 돈을 다 잃고 노숙을 하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또한 도박하는 생활이 일상이 되어버린 사람들은 6시까지는 경마장에 있다가 저녁을 먹고 다시 성인 오락실로 옮기는 규칙적인 패턴도 있었다. ‘도박열풍’은 농촌도 가리지 않는다. 소일거리가 없어 밤에 심심함을 달랜다는 이유로 성인오락실을 출입하다 중독이 되어버린 40대 L씨는 ‘본전생각’에 잠도 잘 오지 않는다고 했다. 올 들어 700만원을 잃었지만 얼마 전 ‘대박의 순간’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봤자 손익계산서 마이너스 90만원이지만 그는 게임기 앞에만 앉으면 모든 것을 잊게 된다고 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대도시에서만 볼 수 있었던 성인오락실은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게 되면서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는 투견과 실내 낚시, 무면허 카지노바 등 5,000여개의 도박시설들과 함께 군소도시와 농촌지역에서 성업 중이다. 때문에 호기심에 들렀다가 피해를 보는 농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도박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전직 도박사 P씨는 “단조로운 시골 생활을 하던 사람이 게임도박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기 쉽지 않다”면서 “어떤 농민은 휴대폰까지 꺼놓고 오락실에서 3박4일 동안 베팅에 정신을 뺏기는 통에 집에서는 실종 신고까지 하는 촌극이 벌여졌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했다. ▶게임산업진흥법, 상품권 논의로 대책 마련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이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사행산업 이용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5%가 도박중독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5% 내외의 수준을 보이고 있는 선진국에 비해 다소 높은 것으로 문제성 도박 4.9%와 병적도박 1.6%가 포함되어 있다. 국민의 66.8%는 지난 1년간 1회 이상 사행활동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가운데 로또 구매가 63.9%로 가장 높았다. 또 도박활동 1회 참여 평균 소비시간은 '테이블 게임'이 3시간 30분으로 가장 많았고, '인터넷 도박사이트'(2시간 54분), '경마마권'(2시간 50분), '머신게임기'(2시간 5분) 등의 순이었다. 이와 함께 도박활동 유형별 월평균 소비금액은 머신게임기가 12만 5560원으로 가장 많았고 경마마권(12만 1040원), 테이블게임(11만 9110원),인터넷 도박 사이트(7만 2050원), 경륜 경주권(6만 6470원) 등의 순이다. 도박중독자 문제해결에 대한 주체를 묻는 응답에는 과반수이상인 56.5%가 '당사자 및 가족이 해결'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정부(22.9%), 사행산업 수익주체(20.4%) 등의 순으로 당사자의 의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이 시급한 것으로 보여 졌다. 늘어가는 도박중독에 대한 대책으로 문화관광부에서는 지난해 6월 성인오락실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게임산업진흥법을 발의했다. 성인용 게임과 관련해 게임물 등급위원회를 신설해 기존 게임을 재심의한다는 내용이 중심으로 즉 사행성이 농후한 게임은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용불가로 판단된 게임기를 사용하고 싶다면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에 의해 경찰청에 허가를 받아 영업을 할 수 있긴 하나 오락실영업이 등록제로 변경된 후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심의에 통과한 게임기에는 인증장치를 부착해 불법 개·변조할 수 없도록 관리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법안이 통과하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게임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문광부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시행령과 시행규칙, 경품고시 등 성인오락실 관련 법령·규정을 대폭적으로 손질해 사행성을 철저히 없앨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현재까지 게임기 심의를 담당하고 있는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이를 바탕으로 심의규정을 손질해나갈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아직 국회 본회의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문화관광위원회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 뒤 감감무소식이기 때문이다. 만약 국회가 서두른다면 6월 임시국회 때에 본회의를 통과하겠지만 물리적으로 봤을 때 11월 정기국회에서나 통과가 가능할 듯하다는 조심스런 예측도 나오고 있다. 경품상품권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으로 문화관광부로부터 경품상품권 관련 업무를 위임받은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은 경품상품권의 문제를 보완하는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상품권 환전은 재정경제부가 소관하고 있는 유가증권법을 고치지 않는 한 막을 길이 없다. 그런 까닭에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은 유통망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 교통카드체계처럼 경품상품권의 이동을 관리하는 등의 방법도 검토 중에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환전하지 않고 경품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체제 구축에는 아직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지난해 3월 딱지상품권이 문제가 됐을 때, 정부는 문화를 살린다는 취지로 상품권인증제를 도입하려 했으나 상품권 인증을 신청했던 22개 업체가 허위자료를 제출한 사실이 논란이 되면서 인증제도는 좌초되었다. 그 뒤 상품권지정제도가 도입되면서 이 과정에 인증제도에 있던 시도별 가맹점 비율은 빠지게 되고 문화·관광 관련 가맹점 100개라는 총량 기준이 등장했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지방별 비율이 빠진 것은 지방에 근거한 상품권 업자의 이의 제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국적인 가맹점을 갖춘 상품권 발행사에 대한 특혜라는 주장이었다. 결국 지방 가맹점 비율이 낮은 상품권이 경품용 상품권으로 지정받는 일이 발생했다. 현재 경품용 상품권으로 사용되는 상품권 일부는 서울 지역을 제외한 지방 가맹점 비율이 한 상품권의 경우 가맹점 160곳 중 서울 지역에 147곳이 몰려 있을 만큼 무척 낮은 편이다. 상품권 환전 수입으로 게임기 당첨 손실을 보충하고 있는 오락실에서 가맹점이 없는 상품권을 선호하리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 상품권을 받는 지방 사람들은 무조건 환전해야만 하는 상황인 셈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락실업주 모임인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는 ‘1오락실 3가맹점 운동’을 벌이고 있다. 1만4000여 오락실이 운동에 동참한다면 4만여 곳에 이르는 가맹점이 새로 생기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은 한국게임산업개발원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한 관계자는 “지정 기준에 문제가 있어 일부 지역에서 환전을 조장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이번 대책을 보완할 때 보완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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