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굿’·SK텔레콤 ‘평균’·SK이노베이션 ‘베드’

수펙스추구위원회로 안정적인 경영 체계 갖춰
최 회장 영향력 여기까지…향후 2년 반이 고비
SK이노베이션의 실적 반등 중요…불안 요소 多

2분기 실적을 발표한 SK그룹이 계열사별로 최태원 회장 공백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회사격인 SK C&C는 2분기 호실적을 기록했고,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는 1분기 대비 소폭 상승했다. 반면 자원개발 사업을 주로 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적자로 전환했다.
SK는 최 회장이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도 그동안 수펙스추구위원회를 통해 그룹 및 계열사를 안정적으로 경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최 회장의 부재의 여파는 곳곳에 남아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SK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2014년 하반기를 어떻게 넘길지 예측해 본다.

▲ 지난 6월 19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T타워에서 SK텔레콤은 기존 LTE보다 3배 빠른 ‘225Mbps 광대역 LTE-A’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SK텔레콤의 2분기까지의 누계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들어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성장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뉴시스

SK그룹의 주요 계열사는 이동통신 부문의 SK텔레콤과 반도체 분야의 SK하이닉스, 에너지·화학 부분의 맡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을 들 수 있다.

이와 함께 SK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K C&C와 지속적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SK건설을 꼽을 수 있다.

SKT, 성장 둔화?…“하반기 반등할 것”

SK텔레콤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이동통신 기업이다. 시장 점유율 50%를 유지하면서 단 한번도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SK텔레콤에 거는 기대는 항상 크다. SK텔레콤은 이런 기대에 어긋나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올해 2분기 실적은 기대치에 못 미쳤다.

SK텔레콤은 2분기에 매출액 4조3054억 원, 영업이익 5461억 원, 당기순이익 4976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분기 4조2019억원보다 2.4% 늘었고, 영업이익은 전분기 2524억 원 대비 무려 116.4% 증가했다.

또한 매출액은 전년 동기 4조1170원 대비 4.6% 늘었고, 영업이익도 0.1% 증가했다. 당기순이익 또한 6.4% 늘어난 4677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2분기까지의 누계 실적은 좋지 못하다.

매출액은 전년도 동기 8조1826억 원 대비 4.0% 늘었지만 누적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9500억 원과 비교해 15.9% 줄어들었다. 당기순이익 또한 6.0% 축소된 7649억 원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이동통신3사에 대한 순차적 영업정지로 인해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면서 영업이익에서 큰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했지만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비용 투입으로 인해 결국 영업이익의 반등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적극적인 고객 이탈 방지 노력으로 타 통신사로 번호이동을 하는 고객의 해지율은 1.9%로 최근 8년 동안 가장 낮았다.

증권가에서는 SK텔레콤이 2분기까지의 저조한 실적을 하반기에 만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가입자 1인당 매출이 3만6013원으로 계속해서 늘고 있으며, 롱텀에볼루션(LTE) 이용자도 또한 늘고 있어 실적 개선 여지가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일 열린 1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황수철 SK텔레콤 재무관리실장은 “올 2분기 해지율이 2006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1.9%로, 1%대로 내려왔다”며 “10월 단통법이 시행되면 시장 안정화로 해지율은 더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단통법이 시행되면 보조금 공시와 당국의 긴급 중지 명령 등에 따라 보조금보다는 상품과 서비스의 근원적인 경쟁이 중요해진다”면서 “서비스 경쟁력 우위에 있는 SK텔레콤이 그 혜택을 볼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SK텔레콤은 최근 인수한 아이리버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마련하고 있어, 아이리버가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경우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SK하이닉스는 2분기 연속 영업이익 1조 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최태원 회장의 과감한 투자가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6일 중국 심천에서 열린 ‘제 4회 CIS Showcase’를 열고 현지 주요 고객사 및 협력사를 초청해 중국시장 전략 및 미래기술 로드맵을 설명했다.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잘 나가는 실적…악재도 곳곳에

SK하이닉스는 2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돌파하며 휘파람을 불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에 매출액 3조9889억 원으로 분기 3조7427억 원 대비 4.8% 늘었으나 전년도 동기 3조9323억 원보다 0.2% 줄었다.

영업이익은 1조839억 원을 기록해 전분기 1조573억 원보다 2.5% 증가했지만 전년 동기 1조1136억 원 대비 2.7% 줄어들었다.

당기순이익은 6738억 원으로 8023억 원보다 16% 줄어들었고, 전년 동기 9468억 원 대비 28.8% 감소했다.

하지만 2분기 연속 영업이익 1조 원을 넘어서며 SK그룹 중 알짜 계열사임을 증명했다.

지난 2011년 SK는 하이닉스를 인수하며 대단위 투자를 단행하며 적자를 기록하던 회사를 흑자로 탈바꿈시켰다. 3조 원이 훌쩍 넘는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할 때만 하더라도 업계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시장이 포화된 반도체 시장에서 선도기업으로 살아남는 것뿐만 아니라 생존자체도 힘들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최태원 회장은 이런 전망을 무시한 듯 과감한 투자를 감행했다.

SK하이닉스는 이런 투자를 발판으로 침체된 반도체 시장 상황에서도 승승장구했고, 올 상반기에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최 회장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최근 SK하이닉스는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중국 우시공장에 1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달 말 우시에서 중국 정부 관계자를 만나 이 같은 투자계획을 전달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투자는 앞서 확정한 총 25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에 따른 것으로 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미세공정 전환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SK하이닉스는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이천공장 M14라인을 신설하는 신설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의 상승 곡선을 더욱 가파르게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최 회장이 부재가 아쉽지만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고공성장을 이루고 있는 SK하이닉스지만 어두운 그림자가 없지는 않다.

SK하이닉스도 삼성반도체 공장과 마찬가지로 백혈병 발생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 8일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은 한겨레신문을 비롯한 일부 언론의 보도를 인용해 “SK하이닉스 직업병, 백혈병의 사망률이 지난 7년 동안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던 삼성전자 직업병, 백혈병 사망률보다 결코 낮지 않다고 한다”며 “하지만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것은 단 한 건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 의원은 “SK하이닉스는 직업병, 백혈병 문제 실태를 공개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의 지적과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커지자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12일 조만간 노조와 회사, 제 3의 외부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조사팀을 꾸려 작업환경에 대한 정밀 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만약 정밀 조사 결과 직업병, 백혈병 발병 원인이 SK하이닉스 공장의 반도체 공정 과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밝혀질 경우 SK하이닉스로서는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앞서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공장에서 백혈병 및 직업병으로 의심되는 질환이 발견되면서 시민사회로부터 ‘인명을 경시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지금까지도 듣고 있다.
노동계에서도 삼성전자의 산업재해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 SK하이닉스도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 SK이노베이션은 올 2분기 ‘어닝쇼크’를 맞았다. 하반기에 반등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중동지역의 정세 불안과 국제 경제의 침체, 중동 산유국들의 정유시설 확충 등으로 부진 탈출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이어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실적 하락 ‘뼈아파’

SK그룹 계열사 중 자원 개발을 맡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실적 부진은 뼈아프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16조4937억 원의 매출을 기록, 전분기 16조8780억 원 대비 2.1% 줄어들었다. 또한 전년 동기 16조8526억 원보다 2.1% 감소했다.

영업손실도 502억 원을 기록해 전분기 2257억 원에서 적자 전환했다. 전년 동기 3949원에서 적자로 전환됐다.

SK이노베이션은 매출액이 줄어든 것에 대해 석유 정제설비 보수 등에 따른 가동률 축소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환율 하락 및 정기보수에 따른 석유사업 부진과 화학사업의 아로마틱 제품 시황약세가 지속되면서 영업이익도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SK이노베이션은 석유사업은 향후 정제마진은 중국 경기회복과 성수기 제품 수요 증가로 인해 라이트(Light) 제품 중심의 제한적인 개선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학사업 또한 점진적 회복이 전망된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컨퍼런스 콜 당시 “올 하반기 유가는 지정학적 리스크 지속, 하절기 석유 수요 증가 기대로 상반기 대비 상당히 상승된 유가를 시현하고 있으며, 이런 흐름이 하반기 말까지 어느 정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증권가에서도 3분기 석유화학 부문은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 등의 제품 수익성이 유지되고, 파라자일렌 제품 판매량이 전분기보다 약 10%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유 부문도 주요 시설의 보수·증설을 통해 이익의 성장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월 중국 베이징 자동차와 협력해 설립한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인 ‘Beijing BESK Technology’도 올 하반기까지 전기자 1만 대에 공급할 수 있는 배터리 팩 제조라인을 구축할 계획이어서 SK이노베인션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전망이 결코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만은 아니라는 것이 일각의 예상이다.

우선 중동발(發) 정세 불안으로 인해 원유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국제 유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지만 중동 문제는 언제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자칫 수급불안이 발생할 경우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국내 정유업계는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중동 지역 정세 불안과 함께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국제 경제도 고민거리다. 경기가 회복되며 제조업이 살아나야만 석유 제품의 판매가 자연스럽게 이를 따라갈 수 있지만 북미와 유럽 모두 아직까지 훈풍을 예상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과 함께 국제 경제의 쌍두마차가 된 중국의 경제성장 폭도 힘을 일어가며 석유, 화학 제품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SK이노베이션도 타격을 받고 있다.

아울러 중동의 산유국들이 자체 정유시설을 확충하며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어 SK이노베이션의 정제마진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의 계열사인 SK인천석유화학은 최근 연산 130만 톤 규모의 파라자일엔 공장을 증설하고 지난달 24일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공장 인근 주민들은 SK인천화학이 주민안전, 환경, 보건에 대한 아무런 대비책도 없이 공장을 가동했다며 인천시에 공장 가동 중단 진정서를 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감사원에 공장 증설 환경영향평가 부실 검토 및 승인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조만간 감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져, 만약 공익감사를 실시해 감사원이 주민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SK인천석유화학과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이 전반적으로 최 회장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그룹 자체가 안정화됐다는 평가와 함께 지금까지는 최 회장의 영향력이 남아 있기 때문이며 이제 그 영향력이 다됐다는 평가가 병존하고 있다.

최 회장은 중간에 가석방 없을 경우 2017년 1월에 형기를 마치게 된다. [시사포커스 / 전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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