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리콜로 글로벌 명성 추락

차종 가리지 않는 문제점…도덕적 해이 지적
인기 차종에 집중된 리콜로 매출 여파 가능성

한국지엠 노사는 19일 2014년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한국지엠의 이번 임단협은 자동차 업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동계와 재계는 통상임금 확대를 놓고 이견을 보여 왔다.
하지만 한국지엠 노사는 서로가 조금씩 양보해 23차례의 교섭을 통해 통상임금 적용 시점과 기본급 인상, 격려금 액수 등을 잠정 합의했다.
가장 먼저 임단협이 끝나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하반기 실적 달성을 위해 숨 가쁘게 달리는 일만 남았지만 한국지엠은 리콜에 발목이 잡혀 있어 고심에 빠졌다.

▲ 한국지엠의 베스트셀링 카인 스파크(왼쪽)는 벤틸레이션(PCV)의 내구성과 변속기 마운트에서 결함이 발견돼 리콜을 실시했다. 이 같은 문제는 이미 올해 초에도 지적된 바 있어 한국지엠의 도덕적 해이가 비판을 받았다. 크루즈 차량 또한 우측 동력전달축 내부 부품의 결함으로 곡선구간 주행 시 동력전달축이 분리돼 엔진 동력이 정상적으로 바퀴에 전달되지 않는 결함이 발견됐다. ⓒ한국지엠

지난해부터 터지기 시작한 리콜 사태가 최근까지 이어지며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체면을 구긴 상태다.

인기차량 ‘스파크’, 리콜도 ‘인기’?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4일 한국지엠의 인기 차량인 ‘스파크 1.0 가솔린’ 차량에 부착한 ‘포지티브 크랭크케이스 벤틸레이션(PCV)’ 밸브의 내구성 개선을 위해 리콜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한국지엠은 PCV 밸브 내에 장착된 핀틀을 플라스틱 제품에서 스틸 제품으로 무상 교체한다고 설명했다.

PCV 밸브 부품이 마모돼 엔진오일이 연소실 내로 유입될 경우 연료와 함께 연소돼 미세먼지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며 흰색연기 문제를 일으키고 아울러 엔진오일도 소모된다.

리콜 대상은 2013년 5월 6일부터 지난 5월 21일까지 생산된 스파크 차량 1만10대다.

한국지엠의 스파크 리콜은 이게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4일 한국지엠은 스파크의 변속기 마운트에서 결함이 발견돼 리콜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리콜대상은 지난해 6월 8일부터 12월 12일까지 생산된 차량으로 2만7051대가 해당된다.

국토부 조사 결과, 해당 기간에 생산된 차량의 변속기를 차체에 고정하는 변속기 마운트 결함으로 주행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발견됐다고 리콜 이유를 밝혔다.

이 같은 증상은 이미 올해 초에도 발견된 적이 있어 스파크의 미션과 차체 결합 구조상의 문제점을 총괄적으로 점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더욱이 당시 리콜 대상 차량들은 이번에 제작된 차량이 바로 생산되기 전인 5월 10일부터 6월 7일까지 스파크였다.

결국 한국지엠은 리콜을 단행하고서도 문제점을 제대로 수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차량을 생산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차량 탑승자의 생명마저도 무시하며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다며 한국지엠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단·준대형도 피해가지 못해

한국지엠의 대표 세단 차량도 리콜 대상에 오른 바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한국지엠의 크루즈에서 우측 동력전달축의 재질결함으로 가속 또는 제동 시 충격으로 동력 전달축이 파손돼 동력이 전달되지 않을 위험성을 발견, 리콜 조치했다.

동력전달축은 엔진에서 발생된 동력을 변속기를 통해 휠(타이어)까지 전달해 주는 장치다.

리콜 해당 차량은 2013년 10월 15일에서 12월 26일까지 생산된 574대다.

지난달에도 한국지엠 차량에 대한 리콜이 이어졌다.

한국지엠이 2008년 7월 24일부터 2011년 2월 23일 사이에 제작된 크루즈, 올란도, 알페온 승용차 1만4464대의 우측 동력전달축 내부 부품의 결함으로 곡선구간 주행 시 동력전달축이 분리돼 엔진 동력이 정상적으로 바퀴에 전달되지 않을 위험성이 발견됐다.

차량은 다르지만 리콜 내용은 비슷하다. 또다시 한국지엠의 안이한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지엠은 리콜을 단행한다고 발표한 후 부품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아 차량 이용자들의 불만을 야기했다.

한 차량 소유자는 “한국지엠은 대상 차량이 많고 29일부터 리콜을 실시한다는 안내를 하고서도 부품이 공급되지 않은 상태에서 휴가를 실시해 지역별 사업소에서 부품을 확보하지 못해 대상 소유자들이 리콜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며 “저도 그중 한 명인데 이런 것이 리콜을 실시한다고 할 수 있는 모습인지 궁금합니다”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리콜, ‘안전’ 이미지 갉아먹어

국토교통부는 지난 12월 ‘올해의 안전한 차’로 한국지엠의 트랙스를 최우수 자동차에 선정했다.

충돌·보행자·사고예방·안전성 등 4개 분야에 대한 종합평가에서 한국지엠의 트랙스는 자사의 캡티바, 기아차의 K3·카렌스, 현대차의 맥스크루, 도요타의 프리우스, BMW의 520d와 1등급을 받았지만 이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최우수 자동차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전부터 한국지엠은 자사 자동차의 안전성을 내세우며 소비자들을 공략해왔다. 소비자들이 속도와 디자인 등과 함께 안전성을 중요한 구매 요건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지엠의 이 같은 마케팅은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동안 국내시장은 현대·기아차의 독주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분기 한국자동차협회의 3월 자동차산업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3월까지 승용차 모델별 국내 판매 순위 10위까지 중 현대·기아차의 모델이 9개였다. 현대차 그랜져 HG가 2만3633대로 가장 많이 팔렸고 기아차의 모닝이 2만2569대로 뒤를 이었다.

10위권 중 현대·기아차의 모델이 아닌 모델은 한국지엠의 스파크로 1만4669대였다. ‘대형차가 좋다’는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소형차가 강세를 이룬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한국지엠 스파크의 선전은 눈부신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스파크는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실시한 충돌 테스트에서 소형차 이하 모델 중 유일하게 적합 판정을 받으며 안전성을 입증했다. 경차는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을 깨버리며 스파크의 질주가 시작됐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의 누계 판매에서도 스파크는 3만5771대를 기록해 전년 동기 3만3511대보다 6.7% 증가했다.

스파크에 대한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연이은 리콜은 한국지엠에게는 뼈아픈 소식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글로벌 시장에서 대형 자동차메이커인 지엠(GM)이기 때문에 타격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영업을 하고 있는 송영철(42) 씨는 “나는 지엠대우 시절부터 한국지엠의 자동차를 타왔다. 지금 몰고 있는 스파크도 2년 전에 뽑아 쓰고 있는데 기름값도 적게 들고 기동성도 뛰어나 만족한다”며 “집에 아내가 타는 자동차도 스파크다. 경제가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중형차를 사는 것보다 소형차 두 대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도 송 씨는 “지난해부터 자동차 리콜이 많아 사실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자동차는 여러 부품들로 이뤄졌기 때문에 사소한 문제가 발생되더라도 자칫 생명을 잃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며 “문제점을 발견해 빨리 리콜해 주는 것이 좋기도 하지만 애초부터 문제점을 파악해 이를 개선해 차량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자동차 회사들이 이 점을 잘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한국지엠 스파크도 더 이상 리콜 얘기가 안 나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시사포커스 / 전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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