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기업 밀어주기했다는 ‘의혹’ 일어

설립 수개월밖에 안 된 회사에 대형사 무릎
똑같은 이름 법인에 사업 양도…석연치 않아
여전히 갈등 속 ‘황금알 낳는’ 의료관광 사업

의료관광을 둘러싸고 정부와 시민사회의 갈등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정부 측은 의료와 관광을 결합한 의료관광은 새로운 외화 수입원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반대 측에서는 의료가 지나치게 상업화돼 병원이 이른바 ‘돈이 되는’ 환자들만 가려 받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다수 지자체들은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의료관광을 위한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일부 지자체에서는 의료관광이 활성화되며 외화벌이를 톡톡히 하고 있어 이를 더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계획들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사업이 제대로 된 사업자가 아닌 이에게 낙찰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어 이에 대해 살펴본다.

▲ 강남구는 5월 21일부터 24일까지 3박 4일 과정으로 일본 의료관광에 관심을 가진 일본 내 영향력 있는 언론인, 여행사 관계자, 블로그 운영자 등 10명을 초청해 한방 의료서비스를 펼치는 초청해 ‘팸투어’를 진행했다. ⓒ강남구청

지난해 4월 10일 한국관광공사는 ‘전국 의료관광 안내홍보센터 통합운영’ 사업을 입찰에 붙였다.

이 사업은 국내외 관광객 및 잠재 의료관광객에게 의료기관, 유치업체 및 의료 서비스에 대한 홍보 및 예약 안내와 함께 안내홍보센터 내방객 대상 문의 응대 및 전화(1330) 응대, 홈페이지 및 이메일 문의사항 응대로 크게 나뉜다.

사업예산이 5억3000만 원에 달하는 이 사업은 사업기간이 2013년 5월 1일부터 2014년 4월 30일까지였다.

입찰에 참여한 곳은 협회 이름을 쓰는 개인회사인 D사와 M사, P사, A사 등 네 곳이었다.

하지만 1차 입찰에서 네 곳 모두 ‘협상평가부적격자’로 판정돼 이 사업은 재입찰에 돌입했다.

개인회사가 중견기업 따돌려

한국관광공사는 곧바로 5월 6일부터 재입찰을 시작해 열흘 뒤인 16일에 입찰을 마감했다. 입찰 결과 1차에 참여했던 4곳 중 P사를 제외한 D사와 M사, A사가 재입찰에 참여했다.

M사는 콘택트 센터, 콘택트 센터 솔루션 구축, 시설임대서비스 및 인재파견 등을 위주로 사업을 영위했던 기업으로 지난해 자산 783억 원, 부채 266억 원의 견실한 중견기업이다. 매출액은 1402억 원을 기록했다. 코스닥에도 상장된 곳이다.
M사는 대기업의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곳 중 한 곳으로 현재 의료관광 홍보를 위한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또 다른 입찰사인 A사는 2000년 설립돼 외국항공사 에이전트, 외항사 승무원 핸들링 등 항공운송관련대행업과 함께 관광통역업을 하고 있다.

2011년 3월 외국인환자 유치업을 등록하며 의료관광 분야에도 뛰어들었다.

현재 의료관광협동조합 코리아케어(KoreaCare)의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의료관광협동조합 코리아케어는 유치업체들과 코디네이터, 외국인환자 의료기관 등 50여 업체 및 개인이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단체다.

개인회사로 참여한 D사는 현직 성형외과 의사인 L 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곳이다.

L씨는 2000년대 후반부터 의료관광 사업에 관심을 표명해 왔으며 다양한 협회에서 왕성한 활동을 했다. 각종 박람회에도 참석했으며 세계에 한국의 의료관광을 홍보하는 데 많은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더욱이 미국, 일본, 중국 등에 의료관광 상품을 최초로 런칭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 결과 의료관광업계에서는 L 씨는 유명인으로 통한다.

일각에서는 L 씨가 그동안의 많은 의료관광 사업 영역에서 활동을 한 것은 이해하면서도 D사가 입찰에 참여한 다른 기업에 비해 규모나 포트폴리오에서는 가점을 받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봤다.

하지만 입찰 결과 D사는 입찰가격점수 18.104, 기술평가점수 68.2를 받아 종합평점 86.304를 획득, 낙찰자로 선정됐다.

경쟁에 참여했던 M사는 입찰가격점수 18.3581, 기술평가점수 60.5로 종합평점 78.8581점을 받았으며, A사는 입찰가격점수 20, 기술평가점수 50.3을 획득해 종합평점 70.3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설립된 지 몇 개월밖에 안 된 회사가 어떻게 대형 경쟁사를 물리쳤는지 의아해 하고 있다. 특정업체를 밀어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의료관광 사업은 불과 4년밖에 되지 않았다. 이번 입찰을 위해 협동조합부터 일반기업까지 많은 곳에 홍보를 했다. 입찰에 많은 곳이 참여하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1차 입찰은 유찰이 됐다”며 “우리는 입찰공고만 할 뿐 선정 작업에는 참여하지도 않는다. 일각에서 제기한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 ‘의료’와 ‘관광’을 결합한 의료관광에 대한 기업, 지방자치단체 등의 참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의료관광 등 새로운 산업의 성장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지난 3월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민관합동에 규제개혁 점검회의에 따른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낙찰 후 법인에 개인회사 양도

D사는 사업을 낙찰 받은 후 그해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를 폐업했다. 폐업하기 전 회사와 똑같은 이름의 사단법인을 만들었고, 이 사단법인에 D사를 양도했다.

양도한 사단법인은 D사를 이어 계속해서 사업을 진행했다.이 때문에 D사가 사업공고가 난 후 사단법인을 만들어 입찰에 참여하기에는 시간적으로 어려워 우선 개인사업자로 입찰에 참여한 후 자연스럽게 사단법인에 회사를 양도한 것 아니냐는 것이 일각의 주장이다.

애초부터 한국관광공사가 D사에 본 사업을 밀어주기 위해 개인회사를 급조해서 만들 게 하고 낙찰 후 사단법인으로 양도하게 해 외부에서 봤을 때도 문제가 없게 보이게 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품고 있다.

더욱이 사단법인이 D사를 인수하면서 어떤 총회가 이사회가 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혹의 눈길은 더욱 깊어갔다.

하지만 한국관광공사의 입장은 이와는 다르다.

처음부터 입찰 조건에 개인이나 법인, 협동조합 등 형태나 기업규모를 제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는 입찰참가 자격으로 “최근 3년 내 단일 수행 건으로 삼억 원 이상 관광안내센터 또는 유사 용역 실적이 있는 업체 또는 의료관광 관련 다수 업계(병원, 유치업계, 관광업계) 및 기관(지자체, 관계 단체 등) 등의 회원 네트워크를 보유한 기관”으로 정했다.
이 때문에 D사가 규모나 설립된 지 몇 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네트워크를 충분히 확보했던 것으로 평가했다.

또한 D사가 사단법인으로 양도되면서 사단법인이 D사의 모든 권리를 양수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사원총회나 이사회 미개최는 사단법인 내부의 문제라는 주장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양수하는 법인이 양도되는 기업의 모든 권한을 포괄적으로 승계했다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제출한 서류에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할 뿐 법인 내부에서 총회 또는 이사회를 개최했는지까지 확인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실시된 의료관광 안내홍보센터 입찰에서 D 사단법인은 또다시 사업을 낙찰 받아 2년 연속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 의료관광이 새로운 산업으로 급부상 중이지만 대한의사협회 등을 비롯한 일부 단체 및 시민사회에서는 일부 대형병원이 의료숙박시설을 통해 의료민영화를 앞당길 수 있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뉴시스

의료관광의 빛과 그림자

의료관광은 말 그대로 ‘의료’와 ‘관광’이 결합된 새로운 사업영역이다. 국내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의료차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환자들에게 대한민국의 관광지를 소개시키는 그야말로 다목적 사업이다.

의료관광 사업에는 개인뿐 아니라 기업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는 의료관광을 특화해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부산시는 18일부터 22일까지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5박 6일 일정으로 코스타 애틀란타호에서 중국 승객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의료관광 설명회를 개최한다.

이들은 22일 부산에 도착해 피부·성형·안과 등의 부산 크루즈 특화 의료관광 상품을 사전 구매한 승객 60명을 대상으로 부산 내 의료기관을 방문하고 치료를 받은 뒤 쇼핑과 시내 관광을 하게 된다.

천혜의 자원을 자랑하는 강원도의 강원도의료관광지원센터는 지난 4월 상해 소재 여행사 관계자 30여 명을 대상으로 도내 주요 병원, 리조트, 인바운드 여행사 10여 명과 함께 강원도를 소개하고 상품 등을 알렸다.

이에 앞서 3월 5일부터 9일까지 열린 베를린 국제관광 박람회에 참석해 강원도의 의료관광을 홍보했다.

서울시는 지역별 의료상품을 특화한 관광코스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해 서울시는 ‘지역별 특화 의료관광코스 계획안’을 발표하고 강남구는 ‘성형’, 서초구는 ‘피부’, 중구는 ‘한방’, 강서구는 ‘관절’, 서대문은 ‘암’ 치료를 특화해 의료관광객들을 끌어 모을 계획임을 밝혔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지난해는 1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방 진료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처럼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의료관광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일부 의학계 및 시민사회에서는 의료관광이 의료민영화의 기초 작업이 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의료관광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환자들과 함께 한국을 찾은 가족들과 지인들이 묵을 수 있는 의료숙박시설(메디텔)이 필수적이지만 현재 의료법은 의료법인의 영리 추구를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행규칙을 일부 개정해 의료법인이 자법인을 신설, 의료숙박시설을 운영할 수 있게 되면 자법인은 한국에 입국하는 순간부터 관광, 숙박 등 일체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의료영리화가 실현되는 것이다.

의료영리화는 곧바로 의료민영화로 가는 발판이 될 수 있어 일부 의료계와 시민사회가 이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의사협회는 대형병원이나 네트워크 병원 등에서 의료숙박시설을 짓게 될 경우 대형병원으로의 쏠림현상은 현재보다 더욱 심화돼 동네병원은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의협은 의료숙박시설의 부대시설로 의원급 의료기관 임대를 허용할 경우 병원의 근원적인 설립 목적인 환자의 치료보다는 성형, 피부, 검진 등과 같은 과목에 대한 서비스가 집중돼 의료가 자칫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료관광의 미래가 밝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동네병원이 자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의료관광 사업을 추진할 경우 국내 의료계는 대혼란 속에 빠져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시사포커스 / 전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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