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사물함 뒤지고, 납품업체 직원 무임금 일 시켜

국내 최대 대형마트인 이마트가 직원들의 가방과 함께 로커를 검사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상품 도난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개인적인 물품이 보관돼 있는 로커까지 검사한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이마트는 노조 설립을 위한 움직임을 벌였던 직원들을 사찰했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까지 받은 바 있어 이마트의 기업 윤리의식까지 저버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쇄도하고 있다.

▲ 포항 이동점에 게시된 로커 점검 공지문. 이마트 측은 일부 매장에 이 같은 공고를 한 후 직원들의 로커를 열고 조사했다. 하지만 경기도 부천 중동점은 공지도 없이 로커를 조사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마트 노동조합

지난 5월 17일 이마트 부천 중동점에서는 직원 500여 명의 사물함의 자물쇠가 열렸다. 회사 측이 직원들의 개인사물함을 예고도 없이 검사한 것이다.

이마트 측은 마스터키를 이용해 직원들의 사물함을 열어 등록되지 않은 상품과 혹시 모를 도산 상품이 사물함에 보관돼 있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이마트는 퇴근하기 전 직원들의 가방 등을 검사한다.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한 이들은 영수증을 보여줘야만 가방검사를 마칠 수 있다. 만약 외부에서 구매한 제품일 경우에는 스티커를 붙여 자신의 물품임을 확인시켜야만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해당 물품을 압수당하기도 한다.

이 같은 가방검사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이마트 노동조합 관계자는 “사측에서 로커 점검을 한다는 공고문을 일부 점포에 붙였다. 하지만 5월 17일을 전후로 전 점포 로커를 검사한 것으로 안다. 회사 측은 ‘내부적 문제를 막기 위해 검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고, 공지도 없이 직원의 로커를 연 부천 중동점은 영업점에서 과잉대응한 것이’이라며 사과했지만 사실을 축소하고 있는 모양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외부에서 구매한 물품이라는 스티커를 붙이지 않은 경우 압수당하는 일들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특히 로커에서 발견된 물품이 로스(분실)가 많이 발생하는 물품이거나 고가의 물품일 경우에는 CCTV를 돌려보거나 아예 업무를 감시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이마트 측이 도난이나 분실이 많은 사고가 발생하자 이 같은 대처를 한 것에 대해 업체로서는 피해 규모가 커져 불가피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아무리 도난, 분실이 많다고 해도 개인로커를 일방적으로 연다는 것은 사생활 침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더욱이 여성용품과 관련해 스티커가 붙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사실관계를 확인할 경우 여성으로서 수치스러움을 느낄 수 있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도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납품업체 직원 무임금 노동시켜

이마트가 납품업체 직원을 동원해 제품을 진열시키고 임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다는 소문도 일부는 사실로 확인됐다.

이런 무임금 노동은 주로 신규 점포나 매장 전체 리뉴얼을 진행할 경우 일어나고 있었다.

이마트 노조 관계자는 “신규 오픈점에 협력업체 직원들을 동원해 진열을 시키는 일은 비일비재하다”면서 “하지만 3~4년 전부터는 기존 매장보다는 주로 신규 오픈점이나 대대적인 리뉴얼이 있는 매장에서는 오픈 전에 납품업체 직원들을 동원해 진열을 시키고 있다. 그렇다고 임금을 줬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마트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대처하는 방법은 가히 충격적이다.

이 관계자는 “납품업체 직원을 동원해 진열을 시키는 일이 발생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게 된다. 이런 사실을 모두 알고 있는 이마트 측은 공정위 조사가 나올 경우 회사 내부 인트라넷의 ‘업무도움방’ 같은 게시판을 안 보이게 처리했다가 조사가 끝나면 다시 복원하는 경우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인트라넷에 게재되는 내용 중에는 대규모 유통업법이나 일부 법률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은 글들이 게시될 때가 있다.

이 때문에 공정위 조사가 진행될 경우 잠깐 동안 게시판을 노출을 자제했다가 검사가 끝나고 나면 다시 복원해서 이용한 다는 것이다. 공정위 검사 기간 동안에는 메일을 통해 업무지시를 내리기도 해 공정위가 정확한 조사를 위해서는 안 보이게 처리된 게시판과 함께 조사 기간 동안에 직원들에게 보내졌던 이메일을 포함해서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일부 입점업체들은 매출이 잘 나오는 매장을 찾아가 자신들이 먼저 나서서 진열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 이마트는 노조 설립 가담자를 감시한 것으로 드러나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2월 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국민연금공단 강남신사지사에서 권영국 노조탄압 선도기업 이마트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를 비롯한 전수찬 이마트노동조합 위원장과 참석자들이 '노동탄압기업 이마트에 대한 국민연금 투자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노조 탄압’ 비판 여전히 진행 중

지난 5월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김우수 부장판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최병렬 전 신세계 이마트 대표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임모 기업문화 팀장에게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이모·백모 등 과장급 직원 2명에게는 각각 1000만 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마트 일부 직원들이 최 전 대표의 지시로 노조에 가입한 직원들을 미행·감시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다.

이마트는 2012년 10월 8일부터 11월 2일까지 노조 설립 가담자에 대해 다른 직원 25명을 시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사무실과 거주지를 감시토록 했다. 회사 측은 증거 포착을 위해 법인카드로 고성능 녹음기와 망원경을 구입해 이들을 미행 감시했다.

하지만 최 전 대표는 법정에서 노조 설립을 주도한 이들에 대해 장거리 발령, 직무변경, 해고 등의 인사 불이익을 준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장기간 무단결근에 따른 정당한 해고”라는 등의 주장을 펼쳤다.

노동계에서는 이마트가 노조 설립을 방해하기 위해 취했던 일련의 과정이 삼성에서 자행했던 것과 흡사하다며 이는 이마트가 삼성의 노조 탄압 방법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제3노조인 전국이마트노동조합이 기존에 설립된 이마트노조와 이마트민주노동조합을 제치고 회사 측과 교섭권을 갖게 되면서 ‘어용노조’ 의혹까지 일고 있는 상태다.

이마트 노조 관계자는 “제3노조의  구성원들 중에는 회사가 작성한 노조대응팀으로 분류된 이들의 이름도 있다. 심지어 이들은 우리가 노조 설립 작업을 할 때 활동을 방해했던 사람들이다”며 “캐셔장이 직원들을 모아놓고 노조 가입원서를 돌렸다. 거의 반강제적인 분위기였다고 한다. 이들은 우리가 매장에서 노동조합 홍보활동을 하려 했을 때 몸싸움도 불사하며 우리를 막던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노조를 만든다고 했을 때 당연히 그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시사포커스 / 전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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