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과 사람, 자연과 사람간에 흐르는 정

 농부의 품격

 품격과 격조에 쓰는 격()자는 나무()가 각()자 자라는 모양이다. 나무가 자라는 모습에 이 있다는 말인데 그 모습을 살펴보면,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자연 상태에서 나무는 자신의 하늘을 열기 위해 힘껏 팔을 뻗는다. 가능하면 빛을 많이 받고 바람이 잘 통하도록 자라는 게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벼랑 끝에 간신히 버티고 있는 낙랑장송은 나름대로 뿌리를 최대한 바위틈새를 비집고 땅속으로 내리고, 가지와 줄기는 쓰러지기 않도록 균형을 잡고 위치를 조절하면서 성장한다. 생태적 질서와 잘 어울려 억지가 없는 그 모습은 주위 환경과 사정에 잘 어울려 격조가 있다. 그것이 나무가 갖는 품격이다. 고로 사람이 사람다울 때 인격을 갖췄다고 한다.

 그렇다면 농부가 농부다운 모습은 어떤 것일까? 아마도 시골생활의 멋을 맘껏 느끼고 누리며 자연과 어울려 사는 모습일 것이다. 흔히 농사나 짓고 살아라.’ 라고 말할 때 농부는 가장 쉽고 하찮은 직업 같은 인상을 준다.

그런데 사실 농사를 짓는 일은 하느님이 하실 일을 대신하는 일이며, 보조하는 일이다. 이렇게 숭고하고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직업이 농부일진데 품격에 합당하지 않는 평가이므로 옳지 않다. 도시인에 비해서 외관상으로는 세련되지 못하고 초라해 보이는 집에 살망정, 가슴속에는 태산같은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농부는 도시인들의 눈에는 하찮아 보일지 모르지만 정작 최고의 식품을 먹는다. 이것이 농부의 품격을 지키는 일이며, 시골 사는 보람중 하나이다.

 실재로 농부들 중에는 자신이 먹을 것과 팔 것을 따로 재배하기도 한다. 팔 것은 소위 농약도 치고 비료도 주는 관행농으로 하지만, 자기 가족들이 먹을 것은 말 그대로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것이다. 한술 더 떠서 잡초들을 뽑지 않고 잡초들과 경쟁해서 이긴 우량종들만 먹는 완전 자연농으로만 먹는 사람들도 있다.

직접 기른 유기농 콩과 고추로 만든 간장, 된장, 고추장에 언제든지 자신의 텃밭에서 싱싱하고 안전한 채소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있어야 농부의 품격에 어울린다. 구태여 냉장고에 보관할 필요도 없이, 언제든지 싱싱한 채소를 바로바로 뜯어서 대강 먼지나 씻은 후 무공해 양념을 곁들여 한상 차릴 수 있는 밥상은 농부의 밥상이지만 실은 황제의 밥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재 내가 만난 젊은 농부들은 모두 자긍심이 높다. 자신들이 먹는 밥상은 무공해이니 웰빙밥상이며,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도시인의 1%도 이런 무공해 밥상은 받기 힘드니 이것이 농사짓는 맛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예전에는 잘 산다또는 못 산다는 기준이 부()의 정도였지만, 이제는 경제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영·육의 건강까지 포함하여 웰빙(Well-Being)이라는 표현이 잘 산다는 의미로 쓰이는 게 대세다. 자신이 먹을 것을 직접 농사를 지어 먹으면서 스스로 잘 살고 있다는 만족감을 갖는다면 진정한 농부의 품격을 갖춘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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