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육군 28사단 윤 아무개 일병이 군 내무반에서 동료 병사들과 음식을 함께 먹다가 4명의 선임병이 가한 폭행에 바닥에 쓰러졌다. 가해자들은 윤 일병이 침을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오줌을 흘리고 있는 상태에서도 구타를 멈추지 않았다. 결국 먹고 있던 음식물이 목구멍을 막아 뇌사상태에 빠지게 된 윤 일병은 병원에 호송됐으나 24시간 만에 사망했다.

군인권센터가 윤 일병 사망과 관련해서 발표한 내용은 듣는 것만으로도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로 충격적이다. 가해를 주도한 A병장은 바닥에 가래침을 뱉아 윤 일병더러 핥아 먹으라고 했고, 윤 일병의 얼굴과 허벅지, 그리고 성기에 안티프라민을 바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얼차려를 받던 윤 일병이 힘든 기색을 보이면 A병장은 직접 비타민 수액을 주사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단순한 얼차려 의도와는 무관하게 잔혹행위를 주도한 A병장의 눈에 윤 일병은 ‘고문관’으로 비쳤을 것이다. 하는 짓마다 이상하게 밉살맞고 말도 제대로 못해 우물거리고, 신속정확이 생명인 의무대 소속이면서 뭘 지시만 내리면 몇 번을 얘기해도 굼뜨게 움직이니 볼 때마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참기 힘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사고가 있던 날 A병장은 윤 일병이 자기 아버지가 깡패라는 말까지 하고 다닌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윤 일병에 대한 A병장의 분노가 군대란 폐쇄사회 속에서 출구를 못 찾고 마음에 음식물 쓰레기처럼 쌓여가고 있는 판에 윤 일병이 쩝쩝쩝 소리까지 내며 음식을 삼키는 것을 보는 순간, 이제와는 질이 다른 폭행을 정당화하는 격노가 폭발했을 것이다.

A병장의 폭행을 두둔하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얼마 전 고1 동급생을 죽여 토막낸 J양이 붙잡혀 일본 열도가 충격에 빠졌다. J양 아버지의 직업은 변호사이며 어머니 역시 지역의 명사로 교육위원이었다. 집도 일등지(一等地)로 우리나라로 치면 고급주택가에 있었다. J양의 꿈은 NHK 방송국의 아나운서였다. 학교 스케이트반에서는 기대 받는 신입생이었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안락한 삶이 보장될 수 있는 소녀였다. 그러나 이런 부러운 환경도 소녀의 타고난 기질을 순화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경찰 조사 결과, 납득하기 힘든 잔혹행위들이 드러났다. J양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바보 같다고 생각한 친구가 먹는 급식에 세제를 섞어 들킨 적이 있었다. 왜 그랬냐고 물으니까 ‘죽이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J양은 고양이를 죽여 스스로 해부까지 한 사실도 밝혀졌다. J양은 동급생을 죽이는 데 사용한 망치, 톱과 끈을 제 손으로 구입했다. 전세계에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망치를 사는 고1 여고생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윤 일병 사건과 일본 동급생 토막 사건의 공통분모는 인간 본성에 내재한 ‘가학성’이다. 새디즘은 본래 타인을 괴롭힘으로써 쾌감을 느끼는 이상심리를 말한다. 그러나 요즘은 쾌감이라는 적극적 동기가 아니라 생활하면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다수의 사람들이 가학성을 보이는 것 같아 적이 우려된다. 곧 A병장은 병역근무에서 오는 자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윤 일병을 이지메 대상으로 골랐고, A양은 부모가 이혼한 뒤 혼자 아버지와 별거하면서 누적된 불만의 방향을 약자라고 생각한 친구를 잔혹하게 살해하면서 해소하려고 했던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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