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조심스럽게 기대..."

올해 초 일간신문의 전면을 채웠던 한 기업의 이미지 광고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20대 초반이던 젊은 청년 엔지니어들의 환히 웃고 있는 얼굴과 땀 흘려 일하는 모습의 인물사진들과 성명이 대문 만하게 실렸던 것. 사진의 주인공은 국제기술자대회의 영예로운 금메달 수상자들이었고 금의환향한 엔지니어들의 사진 밑에는 다음과 같은 카피가 달려있었다.

“당신이 진정한 한류의 주역입니다."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

마음 깊이 공감해 고개 끄덕였던 기억이 있다.
세계 수학인들의 최고의 축제 국제수학자대회(ICM)가 올해 8월 서울에서 개최된다. 더불어 대회의 일환으로 수학의 노벨상이라 부르는 필즈상도 대회 개막식에서  수상된다.

‘진정한 한류’라.... 한류는 K-POP과 드라마 같은 예능 부문에만 국한된 과제가 아닐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그렇다면 이제 정작 중요하게 점검해봐야 하는 것은 우리의 현실이다. 올해 국제수학자대회의 개최지인 우리 수학계의 오늘과 내일은 어떤가?

사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몇 년 전부터 5년 내에 우리나라에서도 첫 필즈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들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미국에서 맹활약 중인 몇몇 한국계 여성 수학자들을 중심으로 그 활약상들을 볼 때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란 얘기다.

1962년까지는 2명의 수학자에게만 필즈상이 수여되었으나 1966년부터는 최소 2명, 최대 4명까지 주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그러한 조건 하에 1936년부터 지금까지 52명의 수상자가 배출되었는데 과거엔 유럽과 미국이 대부분 독식해왔다. 미국 15명, 프랑스 9명, 러시아 6명, 영국 4명, 일본 3명... 1990년 아시아로서는 처음으로 일본이 국제수학대회를 유치하면서 아시아가 부각되고 있다.

일본은 지금까지 총 3명의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했는데 우리나라는 국민의 수학 수준이 일본보다는 높은 수준인 것으로 공인받고 있음에도 아직 수상 실적을 내지 못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청소년 대상의 국가 간 수학 대회인 '세계 수학올림피아드'의 1위 국가는 대한민국이었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이 1972년 이후 배출된 32명의 필즈상 수상자 가운데 11명이 유소년층 대상의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었던 수학키즈들이었다고 하니 수학영재들의 활약으로 국제수학올림피아드 1위(2012)를 기록한 우리나라의 미래 또한 매우 밝다고 하겠다.

일본의 경우 1990년 자국에서 개최되었던 국제수학자대회(ICM)에서 교토대학의 모리 교수가 필즈상을 가져간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수학자들은 10여 년 전부터  ICM 국내 유치를 위해 주력해왔다. 그러한 노력들이 일본과 중국, 인도에 이어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올해 대한민국 서울에서 ICM를 개최되는 결실을 얻게 된 것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이 대회 기간에는 영예로운 필즈상 수상자가 발표되기 때문에 국제수학자대회에 전 세계 학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통계상으로 개최지에서 수상자가 나왔던 이웃나라 일본의 전례와 같이, 올해는 우리 한국의 학자도 충분히 필즈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기대를 해볼 만하다.

그러면 역대 필즈상 수상자들의 면모도 알아보자.

필즈상이 낳은 최고의 스타로 많은 이들은 2006년 필즈상( 8월 스페인 마드리드 국제 수학자대회)  수상자 테렌스 타오(Terrence Tao)와 그레고리 페렐만(Grigori Perelman)을 꼽는다.

우선, 중국계 호주인인 테렌스 타오는 229라는 경이로운 아이큐 지수를 기록한 것으로 유명하다. 금세기의 천재로 촉망받고 있는 그는 2세 때 사칙연산을 마치고 3세 때 초등학교를 입학해서 7세때 고등학교에 입학한 천재성을 자랑하는 젊은 수학자다. 21세 때 프린스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캘리포니아대 수학과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1975년생으로 필즈상 수상 당시31세, 현재 나이 39세의 동양인이며 무엇보다도 그의 부인이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또 한 명의 특별한 스타는 러시아의 괴짜 중의 괴짜, 그레고리 페릴만 (Grigori Yakovlevich Perelman)이다. 지난 2000년 새천년이 되자 미국 클레이 연구소는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수많은 천재들이 매달렸으나 풀지 못해 현재까지도 미해결로 남아있는 세계 7대 밀레니엄 수학난제 문제들을 선정해 각 문제 해결에 각 100만달러(한화 약 14억)의 현상금을 내걸고 증명을 공모했다. 러시아의 젊은 수학 박사이던 페릴만은 그 중 하나인 '푸앵 카레 추측'의 중요한 단서와 실마리를 제공, 해당 문제를 풀고 증명해냈다.

19세기 프랑스의 수학자인 푸앵 카레는 "긴 줄을 던져서 간고 그 줄을 잡아당겼을 대 하나로 뭉쳐지면 우주는 4차원의 초구다. 안 뭉쳐진다면 구멍이 있거나 뭔가의 복잡성으로 구가 아닐 수도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고 한다. 그런데 푸엥 카레는 "그 멀리 던져진 줄은 분명 하나로 뭉쳐질 것"이라고 확신했고 바로 이 것이 푸엥 카레의 가설이다.

"어떤 하나의 밀폐된 3차원 공간에서 모든 밀폐된 곡선이 수축돼 하나의 점이 있다면 이 공간은 반드시 원으로 변형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라" 

푸엥 카레 가설의 핵심인 이 문제를 페릴만이 100년 만에 설명해 냄으로써  '우주는 4차원의 초구( super sphere)'라는 우주의 구조를 증명했다는 이야기다(솔직히 어려워서 필자 또한 정확하게는 이해하기 힘들다...).

인간의 지력 시험이라는 희대의 난제를 증명했지만, 그는 그 해결자에게 주는 100만 달러의 수상을 거부했다. 사실 그는 20대 후반이던 시절에도 미국 유수의 대학에서 그를 초빙하려는 많은 삼고초려들을 번번히 거절했다.

더욱이 그가 풀어낸 '푸앵 카레의 추측'의 이론도 정식 논문이 아닌 인터넷으로 게재했던 것이었고 이를 온라인상에서 확인했던 수학자들이 그를 추천해 검증되었던 것. 하지만 페릴만은 끝내 이를 정식 논문으로 제출하지 않았다고.

푸앵카레의 추측을 증명한 공로로 2006년에는 급기야 필즈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지만 수상을 거부하고 아예 잠적해버리는 기상천외한 최초의 사례를 남기게 되었다. 수상 거부의 이유에 대해서는 "내 논문을 올바로 심사할 줄 아는 수학자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했단다. 밀레니엄 문제 상금 100만달러(14억)과 필즈상 상금 13400달러를 모두 거부하고 푸틴의 초청에도 응하지 않은 그는 현재 무직상태로 최저 연금 30루블(한화 5만원 정도)로 생활하며 여전히 은둔해 있다고 한다. 일설에 따르면 숲속에서 은둔하면서 배고프면 버섯을 캐먹고 산책 정도로 소일하며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 상아탑 학계와 화려한 미디어의 끈질긴 부름에 전혀 응하지 않고, 부와 명예와 무관하게 노모와 함께 최저생활비로 생활하는 단출한 삶 속에서 묵묵히 수학 연산들과 싸우고 있단다. 천재들 중엔 유독 특이한 괴짜들이 많다는 이야기에 딱 들어맞는 기이한 인물 중 한 명 인 것이다.

2010 필즈상 수상자( 인도 하이데라바드 국제수학자대회)인 응오 바오차우, 빌라니, 사이먼스의 면모도 흥미롭다.

중국인 응오 바오차우 교수는 수학에 대한 시계(보는 한계)에서 중요한 기본 문제를 정확히 증명하는 논문을 발표해 세계를 놀라게 해 2010 필즈상을 수상했다.

기체 분자의 위치와 운동을 통계적 분포로 규명하는 기체 운동 분야로 2010 필즈상을 수상한 빌라니는 ‘프랑스 수학계 '옷 잘입는 학자’로 유명하다고. 가르마 머리, 스카프를 맨 깔끔한 정장 차림, 무엇보다 가슴에 단 거미 모양의 브로치는 빌라니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패션잡지 화보도 찍었고 파리 오트 쿠튀르 패션쇼장에도 출현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같은 해 수상자로 23세에 하버드대 수학과 교수로 임용된 사이먼스, 그의 기하학 이론은 뒷날 그레고리 페렐만이 ‘푸앵카레의 추측’을 푸는 열쇠를 제공했다. 교수직에만 만족하지 않고 국가안보국(NSA)에서 암호해독가로 일했고, 월스트리트 펀드 시장에 뛰어들어 높은 수익률을 달성해 ‘수학의 힘’을 증명함과 동시에 13조원이 넘는 부를 쌓는 기록을 세웠다. 그렇게 얻은 수익은 또 자국 뉴욕대 수학과와 수학적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법을 연구하는 연구센터에 기부했다고 하니 이름을 알아둘 만하다.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국제수학자 대회(ICM). 2014, 올 해의 필즈상 수상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학계의 조심스러운 기대처럼 우리나라 재미 교포 여성 수학자들 가운데 한 명이 될 수 있을까?  국민적 기대와 호응,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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