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중개사무소 폐업률 60% … 수익률 저하로 폐업 잇따라

부동산 투자 열기 속에 인기 업종으로 급상승한 공인중개사가 정부의 수급조절 실패로 생존권 위기에 놓여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고소득 전문직으로 각광받고 있는 공인중개사는 단기간에 목돈을 만질 수 있다는 환상 때문에 사람들이 공인중개사 시험에 몰려들고 있지만, 정작 높은 진입장벽을 뚫고 공인중개사 된 이들은 "과당경쟁과 업무영역 충돌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공인중개사의 과다배출로 부동산중개업소가 잇따라 문을 닫고 있어 인력 손실만 가져온다는 점이다. 올 9월 시행된 시험에 합격된 공인중개사는 2만8천명. 김대중 정부 이후 과대배출되기 시작한 공인중개사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당시 시험 횟수를 1년에 2회로 늘리겠다는 공약으로 인해 더욱 활개를 띄었다. 이런 방안은 노령층의 직업 안정과 실업자 구제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17만여명의 공인중개사 배출됐지만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이들은 6만명에 불과하며, 나머지 11만명은 숟가락(?)만 빠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중개업소는 2만개가 적당하다"고 분석한다. 17만여명 중 6만명만 사무소 운영 지난해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한 A(31)씨는 "어렵게 시험에 통과해 개업을 꿈꾸고 있지만 월급쟁이 고용사장밖에 할 수 없는 실정이다"며 "이 자격증의 가치는 이미 상실된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한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역에 문을 연 중개사무소는 약 6400곳이지만 1년도 채 안 돼 문을 닫은 사무소가 4000여곳으로 폐업률이 60%에 이르고 있다. 1개 공인중개사무소의 담당 가구 수가 선진국의 경우 500가구지만 우리는 절반인 254가구에 불과해 과당경쟁에 따른 수익률 저하로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는 것. 또 서울에서는 억대 미만의 자본으로 부동산중개업소 개업이 어렵기 때문에 공인중개사는 편법 거래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 수밖에 없다. 공인중개사들은 "공인중개사의 과다배출은 중개업소의 난립과 자격증 및 등록 대여 등 거래질서를 문란시키는 행위를 낳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한다. 공인중개사의 입지를 위협하는 또다른 요인은 업무영역의 충돌이다. 법무사들은 고객의 의뢰에 따라 세금을 줄이기 위해 신고용 부동산 거래계약서를 다시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중개사무소가 한 번 써주는 것으로 끝나도 될 매매계약서가 이중으로 작성되고 있는 것. 더욱이 현재 법원행정처는 법인 및 공인중개사인 중개업자의 경·공매 대상 부동산에 대한 권리분석, 취득 알선 및 매수(입찰) 신청 대리권을 인정한 부동산중개업법 개정안에 반대하면서 법무사의 편을 들고 있다. 또 변호사들이 중개업무에 손을 뻗치는 사례도 없지 않다. 이와 관련해 대한공인중개사협회는 한 변호사가 서울행정법원에 서울시 서초구청장을 상대로 제출한 '부동산사무소 개설 등록신청 반려처분 취소' 소송에 적극 대응해 3월 승소를 이끌어냈다. 이렇듯 공인중개사와 법무사, 변호사간에 벌어지는 업무영역 다툼은 자칫 이익집단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기 쉽다. 이에 대해 서울 강남구 서초동의 한 부동산업자는 "공인중개사도 엄연한 전문직이다"며 "부동산 유통에 관련된 부분은 모두 공인중개사에게 맡기는 것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공인중개사로 하여금 책임감을 갖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격자 수급조절 대책 마련 요구 공인중개사의 부동산 유통에 소비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 중개업소를 투기의 온상으로 여기는 시각도 있기 때문. 이에 대해 공인중개사들은 "일부 중개업자들이 투기를 부채질한 측면도 있지만, 대부분은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이들은 공인중개사 자격증 대여나 무자격자들의 영업이 무성한데도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에 더 큰 문제를 낳고 있다고 주장한다. 공인중개사들은 국가공인능력시험인 공인중개사 시험의 공신력을 높이고, 자격자 수급 조절을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시험문제지 부정유출·부족사태, 잘못된 문제 출제 등 허술한 관리 책임을 물어 시행기관을 건교부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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