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에 유리한 경선룰 설계에 여론조사업체 선정 반발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8일 저녁 대선 경선후보 3명(이재명·김경수·김동연) 간 첫 TV토론회를 연다. 이를 앞두고 돌연 ‘여론조사업체 선정’ 논란이 불거져 이목이 집중된다.
◆ ‘비명횡사 공천 파동 논란 업체’ 경선 참여에 문제 제기···민주당은 선 그어
‘3파전’의 민주당 대선주자 중 하나인 김동연 후보 측은 18일 당내 경선 여론조사 업무를 맡은 한 업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 업체가 당내 비명계 인사들이 축출됐던 지난해 총선 과정에서 여론조사를 맡았던 업체란 점에서다.
김동연 경선캠프 총괄 서포터즈인 고영인 전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 마련된 경선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믿기지 않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현재 진행 중인 권리당원 ARS 조사를 수행하는 여론조사 업체 ‘시그널앤펄스’(구 리서치디앤에이)의 정체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고 전 의원은 “지난해 총선 공천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으로 사실상 배제됐던 업체가 간판만 바꿔 다시 이번 대선 경선에 참여해 ARS 투표를 수행하고 있다”면서 “하필 골라도 왜 이 업체인가, 민주당의 검증 과정이 이렇게 허술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그는 “이미 문제가 됐던 업체 대표는 그대로 있고 명칭만 바꾼 업체로 과연 어느 국민과 당원이 이를 믿겠느냐”면서 “몰랐을 리도 없다. 더욱이 몰랐다면 심각한 무능이고 알고도 감춘다면 경선의 정당성마저 흔드는 심각한 범죄인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김동연 후보 측은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진상조사와 함께 필요시 책임자 처벌 및 업체에 대한 향후 조치 등을 요구하면서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김경수 후보 측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왜 이런 의혹과 문제가 제기됐는지, 업체 선정과정은 적절했는지, 정권교체를 위한 경선 과정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문제인지 등을 파악하고 판단하겠다”면서 사실상 문제 제기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다.
다만 박범계 민주당 선관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동 업체는 지난 총선 훨씬 이전부터 당 여론조사 용역에 참여해 온 업체”라며 “민주당 선관위는 시그널앤펄스가 대선 경선 관련 용역 수행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대선 경선에 용역을 신청한 5개 업체 중 하나로 (공정하게) 추첨에 의해 선정됐다”고 해명했다.
◆ 국민의힘도 비판 가세···“경선 절차마저 ‘설계’, 이재명 추대식” 저격
경쟁 상대 정당인 국민의힘 측도 비판에 가세했다. 함인경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해당 업체는 대표이사도 동일하고, 주소도 같으며, 사명만 바꾼 사실상 동일한 업체”라면서 “과거 공정성 논란으로 배제됐고, 친명계 개입 의혹까지 불거졌던 곳이다. 지난 총선 당시 ‘비명횡사’ 논란의 중심에 섰던 업체의 후신”이라고 꼬집었다.
함 대변인은 “이 업체는 지난 22대 총선 당시 비명계 현역 의원이 있는 지역구에서 해당 의원을 여론조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해 논란을 일으켰다”며 “입찰에서 탈락한 뒤 뒤늦게 추가 선정되는 과정에서 친명계 지도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당시 민주당 선관위원장은 ‘허위 보고를 받고 속았다’며 사퇴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논란에 대해 민주당은 ‘무작위 추첨’이라고 해명했지만, 선정 기준을 통과한 업체가 5개였고 이 중 4곳을 추첨했다는 점에서 이는 사실상 ‘추첨의 이름을 빌린 승인’에 가깝다”면서 “‘알지 못했다’는 민주당 선관위의 변명은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말이다”고 비판했다. 특히 함 대변인은 민주당이 경선 절차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그건 ▲이재명 후보가 지난 대선 3차 경선에서 이낙연 후보에게 밀렸던 기억 ▲제2차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을 내놨다.
그러면서 “후보가 떳떳하고 당당하다면 경선 절차는 열어두는 법이고, 감출 것이 많고 지켜야 할 것이 많기에 경선 절차마저 ‘설계’를 하려는 것”이라고 저격하면서 “지금 민주당이 보여주는 모습은 ‘한 사람을 위한 방탄 절차’에 불과하며, 유권자가 목격하는 ‘이재명 추대식’은 결국 대선 본선에서 철저히 외면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당 이준우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통계 조작에 대한 추악한 진실이 또다시 드러났는데, 조작은 민주당의 DNA인가”라면서 민주당의 여론조사업체 선정 논란을 언급하며 “조작 능력을 인정받아 재참여한 것인지 의아할 따름”이라고 비꼬았다.
이 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은 통계를 조작했고, 이재명 전 대표는 여론을 조작하는 것인가. 민주당의 다음 조작이 무엇일지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참담하다”면서 “조작으로 만들어진 권력은 거센 민심의 파도 앞에서 단 한 번에 무너지는 모래성과 같다. 민주당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공세했다.
◆ ‘어대명’ 기류···김두관·김동연, “들러리 경선?” 반발하기도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 경선은 시작부터 ‘어대명’(어차피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 기류로 ‘이재명 들러리 경선’이라는 분석의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 민주당은 경선룰 또한 ‘역선택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과거 진행되어왔던 ‘완전 국민경선’ 방식에서 ‘권리당원 투표 50%·국민여론조사 50%’ 비중으로 후보를 선출하는 ‘국민참여경선’으로 갑자기 바꿨다. 이에 이재명 후보와 경쟁해야 하는 상대 후보 측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불만이 쏟아내기도 했다.
실제로 김두관 전 의원은 어대명 경선 룰에 반발하며 이미 당내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상황이다. 김동연 후보도 “들러리 경선으로 가는 것 같다”고 유감을 표한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 안팎에서는 경선룰과 여론조사업체를 바꾼다고 하더라도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낙점되는 것은 변함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날 발표된 차기 대통령 선호도와 관련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는 오늘도 여타 대선주자들과 비교해 오차범위 밖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은 지난 15일에서 17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자유응답)를 묻는 질문에서 이재명 후보는 38% 지지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이어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각 7%,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6%,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예비후보 2% 순이었다. ‘의견 유보’는 26%였다. 해당 조사는 무선전화 100%의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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