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부정·비리에 칼 빼 든 윤석열 정부
국민의힘 시민단체 선진화 특위 가동, 서울시 ‘3대 카르텔’ 확인
하태경 “3개 단체가 서울시민 혈세 약 10년간 2,239억원 독점해”
‘대수술 예고’ 박대출 “국민혈세가 눈먼 돈 돼 곳곳에서 줄줄 새”
민주당 “계속 이런 식으로 정부에 비판적인 세력 길들일 작정인가”
참여연대 “회계 부정 처벌 마땅...시민단체와 관변단체는 구분돼야”

하태경 국민의힘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4차 회의를 열었다. 사진 / ⓒ뉴시스
하태경 국민의힘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4차 회의를 열었다. 사진 / ⓒ뉴시스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비영리 민간단체의 국고보조금 회계 부정·비리에 대해 환수 조치 및 형사고발·수사의뢰 등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가운데 정부·여당이 일사불란하게 시민단체 개혁에 속도를 내고 나서면서 그간 견제받지 않은 성역에 있던 일부 시민단체들이 위기에 봉착한 모습이다.

◆ 윤석열 대통령, 민간단체 회계 부정·비리에 개혁의 칼날 예고

대통령실은 앞서 지난 4일 최근 3년간 지급된 6조8,000억 원 규모의 국고보조금을 받은 1만2000여개의 비영리 민간단체를 대상으로 일제 감사를 실시한 결과 총 1조1,000억 원 규모의 사업에서 1,865건의 회계 부정·비리가 있었다고 밝혀 이목을 집중시켰다.

대통령실은 ▲횡령 ▲리베이트 수수 ▲허위수령 ▲사적사용 ▲서류조작 ▲내부거래 등의 다양한 부정행위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고, 이들 사업에 대해 보조금 환수와 형사고발, 수사의뢰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며 이번 적발된 단체에 대해서는 향후 5년간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하겠다고 공언했다.

더욱이 대통령실은 금번 감사는 한정된 기간과 부처 인력 규모 및 전문성의 한계 등으로 인해 전체가 아닌 규모가 큰 사업 위주로 진행되었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앞으로도 추가 감사를 확대해 나갈 뜻을 밝혀 사실상 민간단체 보조금에 있어 부정·비리 원천 차단과 국가 보조금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강력한 개혁의 칼날을 빼든 모습이었다.

특히 정부는 내년도 민간단체 보조금 예산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그간 마구잡이로 진행됐던 선심성 사업이나 관행적으로 편성해 왔던 사업을 과감히 걸러내어 일단 내년도 민간단체 보조금부터 금년 대비 5,000억 원 이상 감축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 국민의힘 시민단체특위 가동, 하태경 “서울시 시민단체 3대 카르텔 확인돼”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과거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오훈 기자]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과거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오훈 기자]

국민의힘도 정부와 발맞추어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시민단체특위)를 구성하여 가동시키며 시민단체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나선 분위기였는데, 오늘(9일)도 시민단체특위는 국회에서 4차 전체회의를 열고 서울시로부터 시민단체 및 부정행위 감사 결과를 보고 받았다.

하태경 국민의힘 시민단체특위 위원장은 이날 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서울시 감사로 시민단체 3대 카르텔을 확인했다”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사단법인 마을 ▲사단법인 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사경네트워크) 등 3개의 시민단체명을 밝히면서 “이 3개 단체가 서울시민 혈세를 약 10년간 약 2,239억 원을 독점했다”고 밝혔다.

전장연의 경우는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약 1,400억 원 규모의 서울시 보조금을, 마을은 지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약 400억 원을, 사경네트워크는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약 439억 원을 지원 받았고, 급기야 마을의 경우는 창립 4개월 만에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위탁사업자로, 사경네트워크는 설립 6개월만에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위탁사업자로 선정되어 사실상 지난 2011년 10월에 취임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동안에 서울시의 보조금을 독점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하 위원장은 “(오세훈 시장이 이끄는) 서울시의 가장 큰 성과는 시민단체 3대 카르텔을 확인하고 이 3대 카르텔을 혁신한 것”이라면서 “처음부터 박원순 전 시장과 결탁해서 사업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박원순 전 시장이 졸속 설립 후에 지원한 것이다. 자신들이 기획하고 위탁받으면서 불법이 이뤄진 것이다”고 꼬집었다.

더욱이 하 위원장은 지하철을 이용하는 서울 시민들의 바쁜 출근길에 불편을 초래했던 전장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더욱 높였는데, 그는 “지난 3년간 데이터를 보니 전체 장애인 관련 보조금 예산의 22.2%가 전장연 소속 단체들이 받아 간 보조금이었다”며 “문제점은 지하철 운행 방해 시위에 나오지 않으면 월급을 안 준다는 식의 반강제적 동원을 하는 등 무리하게 일을 진행했다. 그리고 탈시설을 하면 전장연이 추천하는 활동 보조인 4명을 붙여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욕창으로 중증장애인이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그는 마을 단체에 대해서는 “4개월밖에 안 된 신생 단체였다”며 사업자 선정 과정에 대해 의구심을 보이면서 “(해당 단체의 문제점은) 보통 인건비에 많은 돈을 투여하면 안 되는데 거의 50%(194억원)를 인건비로 썼다. 이는 자기가 아는 사람들의 ‘인건비 빼먹기’용으로 이 사업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위탁사업을 하는 단체는 그 위탁사업 단체 밑에 (있는) NGO 단체에 보조금 공모사업을 하면 불법인데, 10년간 35억 원 정도 보조금 공모사업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 위원장은 사경네트워크에 대해서도 “설립 6개월 만에 위탁사업자로 선정됐다”며 “(마을 단체와 똑같이) 보조금 공모사업을 할 수 없는데도 불법으로 144억 원을 공모사업으로 진행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시민단체 특위는 3개 단체 카르텔의 독점적 구조를 개선하기로 했다며 중간 위탁기관 사업자를 없애는 구조로 변경시켰음을 밝혔으며 더 나아가 광역단체를 향해 지방에 있을 수 있는 ‘권력 유착형 시민단체’에 대해서도 점검 결과를 보고해 달라고 주문했다.

◆ 지자체도 예산 점검, 서울시 감사위 ‘남북교류협력기금 예산’ 지적 나서

오세훈 서울 시장이 서울 시청 본관 6층 기획상황실에서 열린 국민의힘-서울시 예산정책협의회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 김기범 기자
오세훈 서울 시장이 서울 시청 본관 6층 기획상황실에서 열린 국민의힘-서울시 예산정책협의회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 김기범 기자

지자체에서도 자체 예산에 대한 점검에 나선 분위기였는데, 특히 서울시는 이날 민간 보조사업 명목으로 지원한 남북교류협력기금이 최근 5년간 특정 단체에 집중 편성되고 예산이 부적절하게 사용됐음을 확인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시는 남북교류협력기금 138억 원 중 74%가 사업 공모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특정 단체에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면서, 시 감사위는 “보조금 관련법령 등에 따라 구체적인 조치 이행과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 기금 집행의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지 않도록 시 주관부서의 지도 및 감독 소홀, 부적정한 업무처리에 대해서는 시정·주의·권고·통보 등을 시행해 동일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처하겠다”고 부연했다.

이날 서울시 감사위는 2018년 1월 1일부터 올해 초까지 처리한 남북교류협력사업 관련 업무 전반에 대한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실태 감사결과 보고서’를 발표하며 ▲주의요구 11건 ▲권고 1건 ▲통보 2건 ▲시정요구 1건 등 총 15건의 지적 사항이 있다고 알렸는데, 다만 대부분의 지적 사항은 이 또한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절에 추진된 사업이었다.

서울시 감사위는 해당 사업에 대해 심의 단계부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는데, 다만 남북교류협력위 심의를 거치기 전 민간단체와 서울시 간 예산지원 협약을 선체결한 탓에 사업비 적정 여부를 상세하게 검토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밖에도 남북교류협력위는 기금 지원 대상인 민간단체에서 전·현직으로 활동한 위원들이 심의 과정에서 회피 신청을 하지 않아 셀프 지원을 한 사실도 드러났으며, 지난 2018년부터 현재까지 연 47회차 중 29회 회의를 서면으로만 심의하면서 약 151억원 규모의 기금을 집행했고, 더 나아가 단순 O, X로 찬반 의견만 묻는 형식상 심의를 했던 적도 있는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줬다.

◆ 시민단체 개혁에 여야 온도차, 野 “시민단체 길들이기” vs 與 “악습 근절”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좌)과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우). 시사포커스DB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좌)과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우). 시사포커스DB

한편 정부·여당이 민간단체 보조금 대수술을 추진하겠다면서 시민단체 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였지만 야권에서는 이러한 정부·여당의 행동에 못마땅해 하는 모습이 역력해 보였는데, 이날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지금 당장 시민단체 길들이기를 중단해야 한다. 지금은 시민단체 선진화가 아니라 윤석열 정부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김 원내대변인은 “불법을 저지른 시민단체가 있으면 처벌을 하면 된다. 그런데도 여당은 굳이 특위까지 만들어 시민단체들을 옥죄고 겁박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계속 이런 식으로 정부에 비판적인 세력을 길들일 작정인가”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동조합을 향해 휘둘렀던 칼날이 이제 시민단체를 향하고 있는데, 정부·여당은 시민단체를 때려서 국정 무능을 감추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며 “국민적인 공분을 일으켜 국정 지지율을 높이려는 의도에서 벌이는 일은 아닌지 묻고 싶다”고 반문하면서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시민단체 개혁에 강한 의지를 내보이며 물러서지 않을 눈치였는데, 이날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 혈세가 눈먼 돈이 돼 곳곳에서 줄줄 새고 있다”며 “국민 세금이 원칙에 따라 투명하게 쓰이도록 보조금 편성, 집행, 평가 등 엄격하게 관리가 이뤄지는 시스템을 정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박 의장은 “문재인 정권 5년간 시민단체 국고보조금이 연평균 4천억원씩 급증했고 총 22조원 넘게 지원됐지만 정작 관리·감독은 이뤄지지 않았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국민 세금을 받아 잇속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며 “국고보조금, 지방보조금, 교육교부금 등 종류와 관계없이 심각한 누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보조금 천국, 이제는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그는 “더불어민주당은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 운동권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연간 7조원씩 퍼주겠다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줄기차게 주장한다. 그것도 재정건전화법과 딜을 하는 조건을 내걸었다”고 비판하면서 “운동권 세력에 혈세를 퍼주겠다는 법을 세금 아끼는 법과 흥정하겠다니 해괴망측한 논리다. 민주당은 민심이 두렵지도 않은가”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박 의장은 “민간단체들이 부정하게 떼먹은 돈은 철저히 환수해 악습을 근절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정부와 함께 민간단체 보조금 대수술을 추진할 것이다.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보완할 부분은 보완할 것이다”고 선언했다.

더군다나 그는 “대북지원단체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는 북한에 소금 지원을 한다며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5억원을 받아 관련자의 부동산 계약금으로 사용했고, 혈세를 지원한 전남도청은 민화협이 소금을 사서 북한 전달했는지 제대로 확인도 안했다고 한다. 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국민 혈세 17억원을 받아 반정부 시위를 후원해 논란이다”고 꼬집으면서 “국민 통합을 목놓아 부르짖어도 부족할 판에 대통령 퇴진 구호를 외치는 단체에 국민 세금을 집행한다니 기가 찰 노릇인 것”이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 참여연대 “시민단체와 관변단체 구분되야...정부·여당 숨은 의도 있는 듯”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지하철 역사 내에서 탑승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지하철 역사 내에서 탑승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또다른 한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하여 “비영리 민간단체로 규정되는 건 법률적인 용어”라면서 정부 보조금이 주된 재원인 관변단체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해서 이뤄진 시민단체에 대해 구분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대표는 “(관변단체의 경우에는) 국가재정의 상당 부분이 들어가는 만큼 그런 쪽의 사업을 주관하는 행정단위들의 행정기관에서 제대로 관리 감독만 하면 된다”며 “(그런데) 참여연대나 경실련, 환경연합과 같은 역사가 오래된 시민단체의 경우에는 기득권이 형성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신뢰가 형성되어 있는 거다. 참여연대나 경실련의 사업은 시민사회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기득권이라는 권력 개념으로 설명하면 그동안 우리 사회가 일구어 왔던 공공 영역의 활동화와 민주화 성과들을 부정하는 일이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무엇보다도 그는 정부·여당의 민간단체 보조금 사업 대수술을 예고한 시민단체 개혁 방향에 대해 “사실 정부 보조금 뿐만 아니라 정부 관련된 회계의 투명성은 당연히 요청되는 거고, 회계 부정이나 편법 사용이 있다면 당연히 처벌해야 되며 그 비용을 환수하는 것도 맞다”며 “그런데 이 문제는 엄밀히 본다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고 그것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의 문제인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는 “그런데 여당에서 특위까지 둬서 시민사회를 선진화하겠다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궁금했는데, 하태경 시민단체특위 위원장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숨은 의도가 드러난 것 같다”며 “보조금 관리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지난 정부에서 자신들의 어떤 정책 의도와 달리 이루어진 여러 가지 사업들이 있는데, 이런 사업들을 비판하기 위한 목적인 것 같다”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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