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만나자” vs SK브로드밴드 “진정성 의심”
정부·국회·업계 모두 넷플릭스 압박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양사는 망 사용료를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해 소송을 진행 중인데, 최근 한국에 방문한 넷플릭스 부사장이 기존 주장을 고수하는 입장을 밝히면서 갈등에 재차 불을 지피게 됐다.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이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4일 ‘넷플릭스 미디어 오픈 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넷플릭스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이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4일 ‘넷플릭스 미디어 오픈 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넷플릭스

■ 딘 가필드 넷플릭스 부사장, 한국서 처음으로 기자회견

5일 업계에 따르면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은 전날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개최된 ‘넷플릭스 미디어 오픈 토크’ 행사에 참석해 “한국에서 망 사용료 논란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며 “(넷플릭스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인터넷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에도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사용자를 위한 최상의 시청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급변하는 인터넷 생태계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한국의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를 포함한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상호보완적 협력 관계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인 ‘오픈 커넥트 어플라이언스(OCA)’를 1조 원을 투자해 개발하고, 142개 국에 1만4000여개 이상의 OCA를 무상 보급해왔다. OCA를 활용하면 넷플릭스 트래픽을 최소 95%에서 최대 100%까지 줄일 수 있는데, 현재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000개 이상의 ISP가 OCA의 혜택을 무상으로 제공받고 있다.

OCA의 가장 큰 장점은 ISP의 비용 절감이다. 데이터가 ISP에 직접 전달돼 중계 접속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ISP 망 내부 어디에나 설치할 수 있어 콘텐츠를 원거리에서 수신해도 추가 비용이 전혀 없다. 2020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ISP가 OCA를 도입해 절감한 비용은 약 1조4100억원에 달한다.

그는 CP와 ISP 간 소비자 중심의 협력적 인프라 구축은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최적의 소비자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위해서는 오픈 인터넷 환경이 필수적이며, 망 중립성은 기업의 수익성이 아닌 소비자 만족을 위한 기본원칙이라는 것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글로벌 CP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지난 수년간 효율적인 콘텐츠 전송을 목표로 ISP들과 인프라 협력 모델 구축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실제로 2015년에는 4기가의 데이터로 넷플릭스를 11시간 시청할 수 있었던 반면, 현재는 같은 데이터로 25시간까지 시청 시간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각 사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각 사

■ 넷플릭스 “SK브로드밴드, 만나자”…SK브로드밴드는 갸우뚱

다만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만나서 논의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가필드 부사장은 “국내 ISP와 협력하길 원하며 SK브로드밴드도 여기에 포함된다”라며 “한자리에 앉아서 논의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고자세를 유지하던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와 대화에 나서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은 정부와 국회, 국내 관련 업계 등이 전방위적으로 압박에 나선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도 “합리적 망 사용료 부과 문제와 플랫폼과 제작업체 간 공정계약 문제를 살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올해 6월 1심 판결 이후에도 합의 등을 위한 협의에 나선 적이 없다. 판결 직후 당시 박정호 SK텔레콤 대표가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회장을 만날 시점이 다가왔다고 본다. 넷플릭스 재판 결과가 우리 미팅에 좋게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공개적으로 만남을 제기한 이후에도 넷플릭스는 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에 대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진정 있는지 의문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언론 간담회 관련 입장문에서 “넷플릭스가 대외적으로 협상 의지를 밝힌 건 반길 만한 일”이라며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제안이 있다면 언제든 테이블에 앉을 뜻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실 자사는 처음부터 망 이용대가 문제와 관련해 넷플릭스에 수차례 협상 의사를 전했다”며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 재정을 거부하고 사법부 판단을 받겠다고 나선 건 다름 아닌 넷플릭스였다”고 지적했다.

또 “넷플릭스는 1심 재판부의 패소 판결에도 항소를 제기했다”며 “딘 가필드 넷플릭스 부사장은 이번 방한에서 정부, 국회, 언론 등과 만남을 가지면서 '망 무임승차' 당위성만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K브로드밴드는 마지막으로 “넷플릭스가 글로벌 기업으로서 한국의 콘텐츠 및 네트워크 생태계를 위해 책임 있는 모습을 다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국회의원들도 넷플릭스 압박

가필드 부사장은 지난 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이원욱 위원장 등 국회의원들과 만나 망 사용료 관련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넷플릭스가 국내 망을 사용할 때 적절한 대가가 내지 않는다면 이 문제는 구글인앱결제금지법과 같이 법으로 강제해야 할 공정경쟁의 문제로 부각될 것”이라며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부담하지 않는 것이 국내 사업자에게는 역차별이 된다”고 지적했다.

넷플릭스가 현재 취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자체 기술적 조치 부분은 망 사용료 이슈 이후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인앱결제 금지법 통과 이후 구글, 애플 등독점적 지위에 있는 기업들이 정책 전환을 꾀하고 있는 점을 거론하며 공정경쟁을 위한 법 마련의 뜻을 내비쳤다.

이 위원장은 “미디어 콘텐츠 상생 협력을 위해 모든 구성원의 동반성장이 필요하므로 공정한 미디어 생태계 조성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며, "넷플릭스와 같은 거대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이 우선적으로 공정경쟁과 이용자 보호를 실현하기 위한 상생 협력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튿날 진행된 행사에서 가필드 부사장은 ‘망 사용료 관련 법안이 입법화하면 지불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입법 과정에 대해 존중한다”라며 “각 국가의 법을 존중하고 법에 따라 활동한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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