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강타한 ‘노만석 입’···‘항소 포기’ 여야 격돌, 어디까지 번지나?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연루된 대장동 일당에 대한 검찰의 ‘항소 포기’로 촉발된 파장이 결국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의 사퇴로 이어졌다. 사건은 형식적으로 종지부됐지만, 정치권에선 ‘2차 충돌’ 신호탄이 됐다. 여야 모두 노 대행의 발언을 각기 다른 방향의 정치적 해석으로 끌고 가며, ‘항소 포기 사태’를 정국의 최전선으로 올려놓는 모습이다.
◆ 퇴임식 진행한 노만석, 정치권 겨냥해 남긴 말···그 의미는?
노만석 대행은 1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자신의 퇴임식을 비공개로 가지면서 퇴장했다. 노 대행은 퇴임사를 통해 “검찰 구성원들이 우려를 전한 것임에도 항명이나 집단행동으로 보는 시각이 안타깝다”며 “최근 일련의 상황에 대해 검찰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검찰의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저 스스로 물러나는 만큼, 일각에서 제기되는 검사들에 대한 징계 등 논의는 부디 멈추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정치권을 향해 호소했다.
노 대행은 검찰청 폐지를 추진한 이재명 정권의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 우려도 표했다. 그는 “최근 검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키고 법치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해 온 진심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며 “형사사법 체계의 중대한 변화로 인해 국민이 겪을 불편에 대한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단순히 검찰청을 폐지하는 것에만 몰두하는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노 대행은 이재명 정부 출범 한 달여 후인 지난 7월 심우정 당시 검찰총장이 중도 퇴진하면서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연루된 대장동 사건의 항소 포기 결정 배경에 주요 역할을 하게 되면서 4개월여만에 물러났다. 당시 대장동 수사·공판팀이 만장일치로 항소 필요성을 보고했지만 노 대행은 불허 의견을 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노 대행의 퇴진 과정에서 그의 발언도 구설에 올랐다. 노 대행은 사의 표명 당일인 지난 12일 밤 취재진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 정권이 기소해 놓았던 게 전부 다 현 정권에서 문제가 돼 버린다”며 “현 검찰청에서는 저쪽 요구사항을 받아주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저쪽에서는 지우려고 하고, 우리는 지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시로 많이 부대껴왔다”며 “조율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고 토로한 바 있다.
노 대행은 지난 10일 항소 포기 결정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용산 대통령실과 법무부와의 관계를 고려해 대장동 민간업자들에 대한 항소 포기 결정을 내렸다”며 “이진수 법무부 차관이 항소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며 3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는데, 모두 항소를 포기하는 내용이었다”고 밝혀, 대통령실과 법무부의 외압 의혹에 힘이 실렸다. 여기에다 법무부와 대검 간 책임 공방이 벌어지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신중하게 선택하라는 의견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해명하면서, 외압설 파장은 돌연 정치권 이슈로 급부상했다.
검찰의 항소 포기 사태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사법리스크에 둘러싸여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방탄 행보’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장동 일당의 1심 판결이 나올 시점에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기계적 항소를 자제하라”고 당부한 바 있어서다.
◆ 노만석 발언 예의주시하는 여권, 검사징계법 폐지까지 강행
집권 여당인 민주당에서는 노 대행의 여러 발언 이후 검찰징계법 폐지안 등 입법 발의까지 추진하며 검찰 집단을 향한 압박에 나선 상태다. 일선 검사들이 항소 포기 사태에 대한 외압설 등 해명을 요구하며 집단 반발에 나섰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검찰 내부의 반발에 대해 ‘정치검사들의 집단항명’이라며 ‘검사 파면’까지 불사하겠단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로 민주당은 14일 국회 의안과에 검사징계법 폐지법률안과 검찰청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제출했다. 검사에 대해 ‘해임’ 징계까지만 가능한 검사징계법을 폐지하고 ‘파면’ 조치까지 할 수 있는 일반 국가공무원법에 따르게 하겠단 것으로 사실상 반발한 검사들이 변호사 등 일자리 유지의 ‘생계수단’을 하지 못하도록 막겠단 취지다.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병기 원내대표는 일선 검사들의 집단 반발을 ‘검란’(檢亂)으로 규정하며 “가용한 모든 법적·행정적 수단을 총동원해서 저지하겠다, 분쇄하겠다”고 밝혔다. 정청래 대표도 “검찰의 집단항명은 명백한 국기문란”이라며 “피해자 시늉하며 옷 벗고 전관예우 받으며 떼돈 버는 관행을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퇴임한 노 대행을 향해서도 ‘입단속’ 경고에도 나섰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하여 “지금 보면 떠나가시는 분(노만석 대행)이 굉장히 여러 가지 말씀을 하는데 우리가 국정조사 등을 통해 말씀할 기회를 드릴 것”이라며 앞으로 실시될 대장동 항소 포기에 대한 국정조사에서 노 대행을 증인으로 부를 것이라고 압박했다. 한 정책위의장은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에서 외압설이 불거진 것에 대해 “법무부에서 어떤 방식으로 노만석 대행에게 전달했는지 알 필요가 있다”며 “국정조사를 통해 클리어하게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은 노 대행의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에 대한 후속 대응이 미흡했다는 시선이다.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박지원 의원은 이날 KBS1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하여 “외압은 없었다”고 강조하면서, “(노 대행이) 5개월간 총장 직무대행을 하면서 검찰청 폐지에 대해 정부와 얘기해 보려고 했지만 안됐고, 또 그러한 걸 결정을 잘하지 못했기 때문에 멍청한 X”라고 힐난했다. 이어 이미 사퇴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을 향해서도 “자기가 항소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고 합의해서 안 해놓고 이제와서 혼자 정의로운 것처럼 한다”며 “진짜 비겁한 X”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노 대행의 퇴임을 고리로 검찰개혁에 더욱 속도를 내겠단 방침도 세웠다. 검찰에 대해 조직 운영 규정을 손보는 수준을 넘어 특수활동비 대폭 삭감, 검사 해임·파면, 변호사 개업 제한 등 검찰을 정면 겨냥한 입법을 잇달아 내면서 압박 강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 대행이) 검사 징계를 막아달라는 것과 무관하게 검사징계법 폐지, 검찰청법 개정은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검찰개혁은 지난 대통령선거를 통해 확인된 국민께서 명령한 역사적 과업”이라며 “검찰개혁은 시대 과제이고 국민의 명령이며 시대정신이다.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를 대원칙으로 하는 검찰개혁이 하루빨리 국민 속에 자리 잡도록 민주당은 정부와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 이 대통령 사법리스크 정조준 한 야권, 외압 실체 규명에 전력투구?
반면 야권에서는 이재명 정권 외압설을 비롯해 검찰의 항소 포기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에게 천문학적인 범죄 수익금이 돌아갈 가능성이 커진 상황을 두고 공세 수위를 더욱 높여가고 있다. 곽규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14일 논평을 통해 “항소 번복의 경위조차 밝히지 않은 채 상황을 회피하려는 것은 국민을 설득하기는커녕, 더 큰 분노와 의문만을 키울 뿐”이라며 “노 대행은 사퇴로 회피하지 말고 민주당이 숨기려는 ‘외압’의 실체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곽 원내수석대변인은 퇴임한 노 대행을 향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해 끝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사퇴했지만, 국민이 묻는 핵심은 명확하다”며 “항소 포기 결정 과정에서 누구의 압박을 받았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어 “특히 노 대행은 사임 의사 표명 직후 자택 앞에서 약 25분간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저쪽에서는 지우려고 하고, 우리는 지울 수 없어 많이 부대꼈다’라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더더욱 분명히 답해야 하는 것”이라며 “‘저쪽’은 누구이고, ‘무엇’을 지우려고 했는지 말이다”고 “퇴임을 이유로 상황을 회피하려 하지 말고, ‘지우려는 저쪽’이 누구였는지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검사징계법 폐지안 추진을 통해 검찰 집단을 압박하고 나선 상황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명백한 정치보복이자, 검찰을 정권의 시녀로 만들기 위한 검사 길들이기·검찰 학살”이라면서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민생은 외면한 채 이 대통령에 대한 모든 범죄를 지우는 데만 혈안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장동 사건 항소마저 외압으로 찍어 누르더니 이제는 항소 포기 결정 과정에 의문을 품고 설명을 요구하는 검찰을 모두 ‘정치 검사들의 항명’으로 단정 짓고, 입법 폭주를 또다시 강행하고 있다”며 “결국 이 대통령의 12개 혐의와 5개 재판을 모두 무력화하려는 전형적인 방탄 입법”이라고 직격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어 “사의를 표명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현 정권이 검찰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것을 인정했고, ‘항소 포기 외압 의혹’의 끝은 결국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가고 있다”며 “대통령실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나아가 “검찰이 정권의 심기를 건드리면 파면되고, 정권이 원하는 수사만 존재하는 나라라면 더 이상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가 아니다”며 “정권의 사법 보복을 위해 검찰 조직을 해체하고, 대통령 개인의 재판 회피를 위해 법률 체계를 뜯어고친다면 그 종착지는 권력 사유화와 국가의 붕괴다. 결국 이것은 검찰개혁이 아니라 이재명 방탄, 법치주의가 아니라 정권 보위 체제 구축인 것”이라고 힐난했다.
국민의힘은 논란의 시작점이었던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에 대해서도 집중 공세도 이어갔다. 판사 출신인 장동혁 대표는 이날 경기 성남 분당구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비리 항소포기 규탄 현장간담회’에서 “이재명 방탄 게이트”라고 규정하면서 “이재명을 위한, 이재명과 법무부의 협박에 의한, 노만석(전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위법적인 항소 포기로 대장동의 진실이 진흙 속에 파묻힐 위기에 처했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이 판의 최종 설계자는 분명하다. 대장동 게이트는 이재명 게이트”라며 “진짜 몸통은 이재명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과 정성호 법무부 장관, 이진수 법무부 차관 모두가 이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동욱 수석최고위원도 “정 법무장관은 민사소송으로 (7000억 원대의 대장동 범죄수익을) 되찾을 수 있다는 궤변을 계속하고 있지만 1심 선고만 보더라도 돈을 민사로 회복하기에는 심히 곤란한 지경에 이르렀다”며 “국민의힘은 반드시 도둑맞은 돈 7400억원을 되돌리고 대장동을 정의로 되찾은 동네의 이름으로 회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신상진 성남시장도 이날 간담회에 참석해 “정성호 장관에게 정신적 손해 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라고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신 성남시장은 “1인당 100만원씩 10만명의 동의를 받고 소송을 추진하려 한다”며 “시민 고발단을 발족해 시민들에 의한 정당방위에 나서고, 조폭 같은 검찰의 항소 포기 진실을 밝히는 데 성남시민이 앞장서려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 떠나는 노만석 “준비없이 검찰청 폐지에만 몰두해 답답한 상황” 호소
- [기획] 대장동 항소포기 후폭풍…‘검란 vs 李 방탄’ 여야 공방전
- 문진석, 야권 ‘대통령 탄핵’ 언급에 발끈···“대선 불복, 너무 나간 것”
- 민주, 검사징계법 폐지안 제출···검사 징계 범위에 ‘파면’ 추가
- 정성호, 與 ‘집단 반발’ 검사장 징계 요구에···“가장 좋은 방법 고민 중”
- [시포TV] 국민의힘, 대통령실 앞 모여 “대장동 항소 포기, 국조·특검하자”
- [시포TV] 이준석 “전과 네 개의 별 단 대통령이 공무원 범죄자 취급”
- 이 대통령, G20 참석차 출국···7박10일 중동·아프리카 순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