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국익 수호 외교의 모범답안” vs 국민의힘 “알맹이 없는 발표”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간 관세·안보 합의를 문서화하는 '조인트 팩트시트(JFS·합동설명자료)'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간 관세·안보 합의를 문서화하는 '조인트 팩트시트(JFS·합동설명자료)'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정리한 양국 공동 팩트시트를 발표했다. 지난 7월 한미가 관세·안보 협상에서 큰 틀에서의 합의를 한 지 약 4개월여 만에 나온 결과인 만큼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핵잠 건조 승인’…미국산 군사장비 250억 불 구매·주한미군 330억 불 지원

한미 공동 팩트시트에서 분명하게 확인된 부분이자 이 대통령이 적극 내세운 부분은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승인한다는 것이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잠수함 건조 장소에 대해 “대화의 모든 전제가 한국의 원자력잠수함은 한국이 건조한다는 것이었고 우리가 협조 요청한 것은 핵연료에 관한 부분이었다. 그래서 건조 위치에 대해선 일단 정리가 되었다고 본다”며 “어떤 부분은 미국에 협업이 필요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지만 원잠 전체를 어디서 짓느냐고 말할 때는 한국에서 짓는 것을 전제로 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위 실장은 ‘미국이 한국에서의 건조를 확인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거듭 “우리가 여기서 배를 만들고, 원자로도 우리 기술로 할 수 있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팩트시트에는 이 같은 구체적 내용이 담겨 있지 않은 채 ‘미국은 이 조선 사업의 요건들을 진전시키기 위해 연료 조달 방안을 포함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만 적시되어 있다. 위 실장도 이날 “미국과 후속 협의를 통해 기존 (한미원자력)협정을 어떻게 조정해야 한다. 많은 조정이 필요할지 그 안에서 작은 조정이 필요할지는 ‘앞으로의 협의’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박윤주 외교부1차관은 외통위에서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하기로 합의했는지 묻는 질문에 “개정을 염두에 두고 미 측과 사안을 ‘협의해 나가고 있다’. 어떻게든 농축과 재처리가 실질적으로 이뤄지는 방향으로 양측 간에 강한 의지가 있다”고 답해 아직 확정된 상황은 아님을 내비쳤다. ‘평화적 목적의 한미 원자력 협정에 근거해선 핵잠 도입에 장애가 많을 것’이란 지적에는 “핵잠 연료 생산 부분과 (한미) 원자력 협정에 따른 민수용 농축과 재처리 부분은 분별해서 보고 있다”며 “민수용은 평화적 목적이고 군사용과 관계없기 때문에 한미원자력협정은 협정대로 개정하고 핵잠에 있어선 별도로 미국 측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에 250억 달러(약 36조원)를 지출하기로 하고, 주한미군을 위한 300억 달러 상당의 포괄적 지원을 우리나라가 제공한다는 계획을 공유했다는 내용도 이번 팩트시트에 담겼다. 특히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의 경우 앞으로 5년 동안 매년 7조원 가량을 지출해야 하기 때문에, 이와 별개로 2000억 달러 대미투자를 위해 연간 200억 달러도 지출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선 재정에 추가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민주당 “국익 측면에서 잘된 협상…타결 환영하고 후속 조치 뒷받침할 것”

22일 정청래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2) [사진 / 오훈 기자]
22일 정청래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2) [사진 / 오훈 기자]

한미 팩트시트가 발표된 이날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오후에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양국 정부가 3500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 운용에 관한 합의를 토대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면서 “이번 양해각서 서명을 통해 자동차·부품 및 목재제품 관세는 25%에서 15%로 인하되고, 향후 의약품도 15% 수준의 관세 혜택을 받게 됐다. 반도체는 대만과 동등한 조건으로 관세가 적용돼 우리 경제와 대미 수출의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4일 부산시당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국익 관점에서 뚝심 있게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을 잘해주셨다. 관세 협상 부분도 국익적 측면에서 매우 잘 된 협상”이라고 평가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이번 협상 타결 결과를 환영한다. 민주당은 이번 성과가 국민의 삶의 변화로 이어지도록 야당과 함께 후속 조치를 신속히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국회 외통위 여당 간사인 김영배 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제적·안보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국익을 수호한 모범답안이라고 평할 수 있다. 정부출범 약 5개월 만에 놀라운 외교 성과”라고 극찬했다. 한미의원연맹 회장인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국익중심 실용외교가 빛을 발한 순간이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안보협력인데 우라늄 농축·재처리 지원과 원자력추진잠수함 건조 승인이란 두 가지 핵심 내용이 명시적으로 팩트시트에 포함됐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강선우 의원은 세부적 내용에 대한 지적 때문인지 “여기(팩트시트)에 디테일한 내용을 다 담을 수는 없다. 디테일 관련해선 국회와 정부가 긴밀하게 논의해나가면서 추후 잘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 국민의힘 “알맹이 없는 발표고 ‘백지 시트’…여전히 총론적 합의에 그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실제로 이날 국민의힘에선 김건 의원이 외통위에서 ‘세부적 사항은 미측과 이행 협의를 해야 하지만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한다’는 박윤주 외교부차관을 향해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데 디테일이 정리가 안 되고 ‘앞으로 다 해결해야 한다’고 하면 선언적 문구 하나 얻어온 것”이라고 세부 사항이 정리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4일 오후 대장동 개발비리 항소 포기 규탄 현장간담회에서 “여전히 총론적 합의에 그치고 있으며 미국 측이 원하는대로 모두 들어준 트럼프에 의한, 트럼프를 위한, 트럼프의 무역 협정이었다. 미일 투자 공동 팩트시트와 비교해도 매우 불확실한 것”이라며 “심지어 대장동 의혹을 덮기 위해 급박하게 준비했다는 느낌마저 드는 알맹이 없는 발표에 불과했다. 팩트시트가 아니라 ‘백지 시트’”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장 대표는 “핵잠 도입은 미국이 건조 승인했다는 말 외에 구체적 내용이 없으며 정부가 국내 건조를 요구해 관철시킨 것처럼 설명하고 있지만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 ‘세부 요건 마련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뜬구름 잡는 선언만 존재한다”며 “반도체 관세는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제공할 예정’이라는 모호한 문장만 명시돼 있고 디지털 주권과 관련된 양보도 조용히 끼워넣었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협상 내용에 대한 검증을 피하기 위해 국회 비준 패싱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장 대표는 “이 대통령은 ‘협상 과정에서 내부에서 빨리하라는 압박이 힘들었다. 발목 잡아서 버티기 어려웠다’고 말했으나 이런 발언은 협상 실패의 책임을 내부 압박과 정쟁으도 돌리는 부적절한 인식”이라며 “국민의힘은 국회 비준과 특별법 제정 논의를 철저히 국익 관점에서 접근하겠다. 만약 정부여당이 국회 비준을 패싱하려 한다면 정치적·경제적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명심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날 외통위에서 여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이번 팩트시트가 헌법 60조에 나온 법률이나 조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기원 민주당 의원도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로 이뤄졌기에 국회 비준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등 국민의힘과 상반된 시각을 드러내 이를 놓고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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