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공감대 이룬 ‘의대 정원 확대’ 쟁점 급부상, 이번엔 성공할 수 있을까?
여야, 의대 정원 확대 찬성하나 증원 방향 제시는 정치 셈법 따라 제각각
파업 언급하며 강경 투쟁 예고한 의료계···일단 한발 물러선 정부, 어떻게?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지난 4월 보건복지의료연대가 총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시사포커스DB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지난 4월 보건복지의료연대가 총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정부가 지역 의료 공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 인력 충원을 위한 방안으로 의과 대학 정원 확대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여야의 정치권에서는 모처럼 일제히 한목소리로 환영하고 나서면서 각자 진영 간 유불리의 정치적 셈법에 따라 증대 방향을 제시하며 경쟁에 돌입했지만, 근본적으로 의료계인 의사단체가 강력 대응 입장으로 파업까지 언급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 의대 정원 확대 방침 세운 정부, 여야 정치권 모두 환영의 뜻 밝혀

지난 2006년부터 현재까지 23년째 3058명으로 동결된 상태를 이어온 의대 정원은 의료진이 부족해 발생하는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비롯해 소아과 의료진의 부족으로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야하는 ‘소아과 오픈런’ 등 각종 사회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의대 정원 확대’의 필요성으로 귀결됐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의대 입학 정원 확대 추진에 대해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는데, 실제로 의대 정원 확대 안건은 지난 16일에 열린 고위당정회의 직후 쟁점으로 급부상했고 심지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전날(1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열린 ‘제5차 의사인력 전문위원회’에서 “의사 수 증원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며 의료계를 향해 “과학적 통계 기반 수급 전망에 따른 의료인력 확충과 함께 추진할 정책패키지 논의를 위해, 보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해 달라”고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도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힘을 실으면서 의료계의 협조를 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나섰는데, 실제로 윤재옥 원내대표는 전날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현재와 미래의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의사 수의 확대가 불가피하다. 의대 정원 확대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면서 “이번만큼은 정부와 의료계가 파업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의료계가 요구하는 필수 의료수가 개선, 의료사고 부담 완화, 전공의 근무 여건 개선 등은 정부·여당이 의료계와 언제든지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면서 의료계를 향해 대화에 나설 줄 것을 요청했다.

마찬가지로 국회 과반이 넘는 의석수를 차지하고 있는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찬성하는 입장임을 표명했는데, 김성주 민주당 수석부의장은 같은날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움직임을 환영한다”면서 “모처럼 정부가 좋은 정책을 발표한다고 하고, 여야 모두 찬성하니 국민과 미래를 위해 더 좋은 의료 인력 확보를 위한 정책 협의에 나서주기 바란다”며 여·야·정 대화의 장을 열어 줄 것을 제안했다.

◆ 여야 공감대 이룬 의대 정원 확대, 그러나 증원 방향은 동상이몽?

더불어민주당 전남권 의원들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전남의대 신설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남권 의원들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전남의대 신설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그러나 여야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공감대는 일단 형성했지만 세부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증원 방향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리는 모습도 보여줬는데, 실제로 18일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왜냐하면 소아과, 산부인과 등 필수 의료 붕괴를 막고 의료의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더이상 미룰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히면서도 “숫자가 아니라 내용이 중요한 것”이라며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 도입 병행 등을 주장하고 나섰다.

홍 원내대표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안에는 필수, 공공, 지역의료기반 확충을 위한 공공의대와 지역의대 설립, 지역의사제(일정기간 지역 내 의무복무) 도입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며 “국회에는 여야를 막론해 공공의대와 지역의대 설립, 지역의사제 도입을 위한 법안이 제출되어 있는데, 성과를 낼 수 있는 본격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이 홍 원내대표는 의대 증원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을 염두한 듯 정부·여당을 향해 “변죽만 울리다 이해관계자의 눈치를 보며 흐지부지해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 “집권 세력다운 책임감을 갖고 의대 정원 확대 문제에 임해주기 바란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는데, 이는 자신들도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려고 나섰다가 의사들이 파업으로 강경 투쟁하는 바람에 무산되어 이루지 못했기에 의료계 반발이라는 난관을 넘기 힘들 것이라는 점을 에둘러 시사한 셈이 됐다.

의료계 반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정부·여당 몫이라는 점을 잘 아는 민주당은 그래서인지 의료계의 반발음에 대해 고심하는 여당 분위기와는 다르게 의사단체의 움직임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신들의 진영에 도움이 되는 의대 증원 방향으로 정책을 이끌기 위한 목소리에 집중하고 나선 양상을 보였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전남 국회의원들과 도의원들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용산 대통령실 앞에 집결하여 ‘윤석열 정권 전라남도 의과대학 유치 촉구 집회’를 진행하고 나섰는데, 이들은 “의대정원 확대만으로는 의료격차를 해소할 수 없고 필수·공공의료체계 붕괴를 막을 길이 없다”며 “노후 산업단지에서 산재가 빈발하고, 섬이 많아 응급의료에 분초를 다퉈야 하는 전남의 특성을 반영해 정부와 국회가 전남도 국립 의과대학 신설법안을 조속히 처리하라”고 강하게 촉구하며 급기야 삭발식까지 벌였다.

◆ 野와는 처지가 다른 與, 의료계 반발 고심에 야권과 정책 경쟁까지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의대 정원 확대 및 국군의무사관학교 설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의대 정원 확대 및 국군의무사관학교 설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반대로 국민의힘도 이에 질세라 마치 경쟁하듯 의대 증원 방향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나서기 시작했는데, 실제로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성일종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윤석열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고 있는데, 역대 어느 정부도 해내지 못한 일이다. 의대 정원 확대는 윤석열 정부가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치켜 세우면서도 “의료시장에서의 수급불균형을 군을 통해서 보완하는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군의무사관학교 설립을 촉구했다.

그렇지만 성일종 의원은 의대 정원 확대 문제에 대해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해 보였는데, 성 의원은 “의대 정원 확대는 이미 오래 전에 했어야 하는 정책이었으나 역대 모든 정부들이 의사들의 반대에 밀려 해내지 못했던 것”이라고 꼬집으면서 “정부가 이번만큼은 물러섬 없이 끝까지 개혁을 완수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저도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이 문제를 윤석열 정부가 반드시 해낼 수 있도록 국회에서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약속했다.

더 나아가 성 의원은 정부를 향해서도 “국회도 사법부도 민주당에 장악되어 있고, 행정부마저 알박기 인사들이 국정동력을 훼방해도 윤석열 정부는 고립된 험지에서 약자를 위한 납품단가연동제, 화물연대, 평생고등교육회계 신설 등 개혁ㅇ르 해 오고 있다”며 “보건복지부와 국방부, 교육부 등 관계부처들은 ‘의대정원 확대’와 ‘국군의무사관학교 설립’을 하루 ᄈᆞᆯ리 현실화시킬 수 있도록 기민하게 움직여 국민 앞에 하루빨리 결과물을 내놓을 것을 촉구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심지어 그는 지난 16일에도 다른 게시물을 통해 “의사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게 된 것은 필수 의료에 대한 낮은 수가체계도 하나의 원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의사들의 카르텔이 너무 세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번에도 집단의 힘 때문에 무산되어선 안될 것”이라고 의료계를 향해 경고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반면 같은당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의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 도입 요구에 대해 “필요성에 대해 크게 공감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실상 의대 증원 방향에 대해 여야의 이견이 다른 상황임을 시사해 주기도 했는데, 그러면서도 유 정책위의장은 “그렇지만 야당의 이야기니까 진지하게 경청해 보겠다”며 일단 야당을 향해 정책 협치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 강경 투쟁 예고한 의료계, 파업 돌입 예고까지···일단 한발 물러선 정부?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가 지난 4월 16일 오후 서울 시청역 일대에서 간호법·면허정지박탈법 저지 총파업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있다.사진 / 박상민 기자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가 지난 4월 16일 오후 서울 시청역 일대에서 간호법·면허정지박탈법 저지 총파업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있다.사진 / 박상민 기자

한편 여야의 정치권과 첨예하게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는 의료계에서는 강경 대응에 나설 것을 경고하고 나섰는데, 실제로 전날밤 대한의사협회 주관으로 열린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서 이필수 의협 회장은 “주말 동안 당정과 많이 소통하며 일방적으로 (추진 발표를) 했을 때의 투쟁 의지를 충분히 전달했다”며 “정부가 이를 고려했으리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의료계와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를 강행한다면 14만 의사들과 2만 의대생들은 3년 전보다 더욱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사실상 총파업을 예고했다.

더욱이 의협도 내년 3월에 신임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차기 회장에 도전하는 후보들 간에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보다 강경한 투쟁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기에 의료계의 반발을 넘어설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과 우려의 목소리가 일각에서 흘러나왔다.

심지어 의협 대의원회는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 “의협은 가용한 모든 수단으로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며 “정원 확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법 정비와 재정 투입 등을 생략하고 단순하게 의대 정원을 늘리려는 정치적 발상은 선진 의료를 망가뜨리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렇듯 의대 정원 확대 논의 문제가 여야의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의료계는 의료계대로 목소리를 높이며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래서인지 정부는 당초 오는 19일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가 일단 발표 일정을 추후로 잠정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정부가 의료계에서 총파업까지 언급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의료 마비가 될 것을 우려하여 일단 한 발짝 물러선 것으로 해석되는데, 그렇지만 정부가 오는 2025학년도 대학입시에 반영하기 위해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해 보이는 만큼 정부가 의료계와 어떤 협상으로 통해 결론을 도출해 낼 것인지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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